해마다 입시철이 되면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겨내고 대학에 합격한 사람들의 소식이 들려온다.

나 역시 하는 일이 홍보 담당이다 보니 뇌성마비장애인들의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장애는 중증인지, 가정형편이 어려워 장학금을 받아야 하지는 않는지, 입학하는 학교의 편의 시설은 어떤지, 입학하기까지 어려움은 없는지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올해도 중입검정고시부터 대입겁정고시를 거쳐 27세의 늦깎이로 대학에 입학하는 한 뇌성마비청년이 당당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나사렛대 신학과에 입학하는 주낙운 군이 그 주인공이다. 학교생활이라야 초등하교 5학년까지가 전부인 주낙운 군은 학령기를 놓친 뇌성마비인들을 교육하는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 오뚜기글방에서 뇌성마비장애학생 22명과 함께 1996년부터 초등학교 과정을 공부하기 시작하여 1996년 8월에 중입 검정고시에 합격, 2000년 8월에 고입검정고시 합격, 2001년 8월에 대입검정고시 합격하여 작년에 수능을 치른 것이다.

주군의 오늘 이 대학합격에는 공부는 남들처럼 못했지만 끈끈한 정으로 열심히 하자며 다독여준 오뚜기글방의 뇌성마비친구들의 진한 우정과 한결같이 마음으로 이끌어준 자원봉사 선생님들의 숨은 노고가 배어있다. 그렇기에 그의 합격소식은 더욱 값지고 의미 있는 일인 것이다.

학생들의 수준이 천차만별이고, 학생 수보다 선생님 수가 배도 더 많은 오뚜기글방에서 얼굴을 맞대고 공부하는 모습은 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사랑의 학교를 떠올리게 한다.

주군을 보고 있으면 커다란 눈망울로 세상을 두리번거리는 왕송아지의 선한 모습이 생각난다. 그리고 힙합 바지도 입고, 머리에 염색도 하고, 이어폰도 귀에 꽂고 랩송을 듣는 끼 많은 신세대이다.

검정고시 공부를 하는 중에도 뇌성마비인들과 함께 하는 캠프에 자주 참여하고, 장애청소년 연극축전에 출연하는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여 왔다. 아마도 "장애인이라고 세상 사람들을 멀리 할 수 없다, 그들 속에서 더불어 살고 있다 "는 그의 의지를 스스로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리라.

신학도의 꿈을 간직하고 날개를 활짝 펼칠 준비를 마친 주 군이 앞으로 세상의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전도사와 더불어 사람과 사람의 망을 이어주는 사랑을 널리 전하는 사랑의 메신저가 되길 바란다.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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