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말 기독교 군중집회/전국정님의 조선엽서

"양반댁이 내 말 쪼깨이만 들어 보이소. 읍내에 예배당이란 기 생깃다 아입니까?"

어느 날 순돌 어미가 곱게 차려 입은 낯선 아낙을 데리고 곽씨 부인을 찾아왔습니다. 귀덕 ?어미를 비롯해서 호기심 많은 동네 아낙 서너 명도 따라 왔습니다.

"예수를 믿으세요. 하나님은 모든 것을 다 주십니다."

"그 가믄 떡도 주고 밥도 준다카든데 나무막대기에 절을 해야 준다는 기 참말입니까?"

낯선 아낙은 이웃 여자들의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궁휼히 여기시어..."

"하늘님이라카믄 옥황상제 말심인기요?"

이웃 아낙이 물었습니다.

"옥황상제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나님입니다."

"하늘님이 우째 아버지란 말인기요? 그라믄 하늘님이 우리를 나았다 말인기요?"

"우리는 모두 주님의 아들딸입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우리를 궁휼히 여기시어 독생자 예수님을 보내셨습니다.."

"예수라카믄 처이가 애비도 엄시 난 알라 말인교?"

동네 아낙들은 호기심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았습니다.

"그기 무신 소린기요?"

귀덕어미가 물었습니다.

"요전앞새 빨래터 가이 소문이 짜아 하데예. 처이가 난 아들을 믿으마 소원성취 한다꼬. 그 처이 이바구 맞지예?"

"처이가 알라를 노타이, 아이고 숭시럽기도 해라, 우리 마실 가타서믄 1)조리돌림을 당했을 낀데 그 마실에서는 조리돌림을 안당하고 우째 알라를 나아을꼬?"

다른 아낙이 나섰습니다.

"그런 소리 마십시오. 동정녀 마리아께서는.."

"동정녀가 먼데예?"

"남자없이 아기를 낳았다는 겁니다."

"글케, 처이가 알라를 나으믄 조리돌림을 당한다 칸끼네."

"처이가 아이라 서방이 있었다카던데 그래도 그 서방은 아무소리 안했다 카더라."

순돌어미가 아는 체를 했습니다.

"그라믄 마느래가 2)호양질을 했단 말이가?"

아낙들의 호기심은 끝이 없었습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그런게 아니라 성모 마리아는 남자와 관계하지 않고 성령으로 잉태를 하셨단 말입니다."

낯선 아낙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습니다.

"성령이란 기 먼지는 모리겠지만서도 그라믄 밭에 씨도 안 뿌릿는데 싹이 난다 말인기요? 그 참 구신이 곡할 노릇이네."

곽씨 부인은 무슨 말을 하는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 할 뿐이었습니다.

"그건 내사 잘 모리겠꼬. 그 마리안가 하는 처이가 난 아들이 예수라카든데 그 아들자테 빌믄 몬 보던 사람도 눈을 뜬다 캅디다. 내 말이 맞지예?"

순돌 어미가 그제서야 낯선 아낙을 데려온 연유를 설명하였습니다.

"참말로 예수라는 사람을 믿으마 눈을 뜰 수 있심니까?"

가만히 듣고 있던 곽씨 부인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낯선 아낙은 가져 온 보따리에서 까만 표지의 책을 한 권 꺼내어 펼쳤습니다.

"예수께서는 3)'소경이 보며 앉은뱅이가 걸으며 문둥이가 깨끗함을 받으며 귀머거리가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하셨습니다"

"그라믄 소경이나 앉은배이나 귀머거리 같은 뱅신은 전부 예수를 안 믿어서 그리됐다 말인기요?"

"그게 아니라 예수님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예수님을 믿고 기도하면 다 나을 수 있습니다."

"접 때 굿할 때 본께로 전생에 지은 죄가 많아서 그리 됐다 카던데.."

"그런 건 다 미신입니다. 그런 말에 속지 마세요"

낯선 아낙은 날카롭게 쏘아 붙이고는 다시 책을 펼쳤습니다.

"4)예수께서 길 가실 때에 날 때부터 소경 된 사람을 보신지라. 제자들이 물어 가로되 랍비여 이 사람이 소경으로 난 것이 뉘 죄로 인함이오니이까 자기오니이까 그 부모오니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가 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니라."

"머라꼬요?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꼬예? 그라믄 하나님이 고치줄라꼬 부로 뱅신을 맹글었다 말인기요?"

"그게 아니라 '5)내가 세상에 있는 동안에는 세상의 빛이로라. 이 말씀을 하시고 땅에 침을 뱉아 진흙을 이겨 그의 눈에 바르시고 이르시되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 하시니 이에 가서 씻고 밝은 눈으로 왔더라.'"

"예수라 카는 사람이 그리 용타카믄 당장 그 사람자테 데리다 주이소. 우리집 양반도 그 사람자테 가믄 눈 뜰 수 있을 ?거 아입니까?"

곽씨 부인은 낯선 아낙에게 매달렸습니다.

"아주머니 진정하시고.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지만 사흘만에 부활하셔서."

"부활이 먼기요"

"다시 살아나셨단 말입니다."

"죽은 사람이 우째 살아난다말인기요. 구신이겠지"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로서 심판의 날에 다시 오십니다."

"그카믄 엄는 사람이 우째 눈을 나순다 말인기요?"

"예수님을 믿고 열심히 기도하면 반드시 눈을 뜰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6)대답하여 가라사대 너희가 가서 보고들은 것을 요한에게 고하되 소경이 보며 앉은뱅이가 걸으며 문둥이가 깨끗함을 받으며 귀머거리가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고 하셨습니다."

"믿기지는 안치만서도 눈을 뜬다카이 믿어 보입시더. 귀덕어매도 같이 갈끼지예?"

"우리집에사 눈감은 소경이 있나. 귀머거리가 있나. 앉은배이도 없다 아이가"

귀덕어미는 시큰둥해 했습니다.

"예배당은 눈감은 소경들만 오는 곳이 아니예요. 모든 사람들의 안식처예요."

낯선 아낙은 다시 책을 펼쳐서 읽었습니다.

"7)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그리하여 곽씨 부인은 안식일이라는 이레 째마다 시오리가 넘는 길을 걸어서 열심히 예배당을 다녔습니다.

"예수님요, 지발 우리 대주 눈 좀 뜨게 해 주이소."

기도는 오직 한가지 남편 심학규가 눈을 뜨고 다시 세상을 볼 수 있기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십일조라꼬예. 그라믄 일할이네예. 눈만 뜬다카믄 일할도 내지예. 암 내고 말고예."

곽씨부인은 열심히 삯일을 하였고 쌀 한 되를 받으면 한 홉을 바치고, 한 푼을 받으면 일전을 내고.

실로암 연못이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부디 그 물가로 남편을 인도하여 눈을 뜨게 해주기를 빌면서 열심히 기도 하였습니다.

*****

1) 조리돌림 : 잘못을 저지르면 바가지를 씌우거나 바구니를 씌워 마을을 돌려 창피를 주고자 하는 벌이다. 조상대대로 한 마을에 정착해 살아온 우리 한국인에게는 육체적 고통을 주는 체벌보다 우세를 시키고 창피를 주므로써 마음의 고통을 주는 이같은 벌의 효과가 컸다. 왜냐하면 자기자신의 잘못으로 끝나지않고 부모 형제 처자의 명예와 연결되고 조상이나 후손에까지 그 누가 미치기 때문이다.

2) 호양질 : 화냥―년[명사] ‘서방질을 하는 여자’를 욕하여 이르는 말. 화냥년은 병자호란 이후 환향녀에서 유래 되었다는 설도 있고 신라 화랭이에서 유래 되었다는 설도 있다.

3) 마태복음 11 장 5 절 : ?소경이 보며 앉은뱅이가 걸으며 문둥이가 깨끗함을 받으며 귀머거리가 들으 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

4) 요한복음 9 장 1 절 ~3 절

1 예수께서 길 가실 때에 날 때부터 소경 된 사람을 보신지라

2 제자들이 물어 가로되 랍비여 이 사람이 소경으로 난 것이 뉘 죄로 인함이오니이까 자기오니이까 그 부모 오니이까

3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가 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 ?내고자 하심이니라

5) 요한복음 9 장 5 절~7 절

5 내가 세상에 있는 동안에는 세상의 빛이로라

6 이 말씀을 하시고 땅에 침을 뱉아 진흙을 이겨 그의 눈에 바르시고

7 이르시되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 하시니 이에 가서 씻고 밝은 눈으로 왔더라

6) 누가복음 7 장 ?22 절 : 대답하여 가라사대 너희가 가서 보고 들은 것을 요한에게 고하되 소경이 보며 앉은뱅이가 걸으며 문둥이가 깨끗함을 받으며 귀머 거리가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

7) 마태복음 11 장 ?28 절 :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이복남 원장은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는 결코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이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원장은 또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하는 아름다운 마음 밭을 가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일성은 이 원장이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장애인이 받고 있는 불이익을 현장에서 몸으로 뛰며 실천하면서 얻은 교훈이다. 이복남 원장은 현재 장애인 상담넷 하늘사랑가족<하사가>를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 홈페이지: http://www.988-7373.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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