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땅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일 중에는 불리가 유리보다 많을 것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입시를 치룰 때 성적순보다는 거리의 기준으로 학교를 선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인문계 보다는 적성에 안맞는 실업계를 선택하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장애를 갖고 사는 나의 인생은 다른 사람보다 한템포 아니 두템포 지각하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 이는 장애인 개인 뿐 아니라 장애인이 속한 사회, 장애인이 살고 있는 국가의 경쟁력 자체가 송두리채 늦어있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 이유는 장애인이 느끼는 불편, 불리, 불행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그 사회의 복지감, 복지사회에로의 진행속도 역시 늦어져가는 것이요, 이는 전국민의 행복감, 자기만족감, 행복감 역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1990년대 초 대전에서 엑스포가 개최되었다. 이때 한국 역사사 처음으로 장애인과 동반자 1인에 대하여 우선배려의 특권이 주어졌다. 필자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함께 대전엑스포를 찾았다. 그리고 길게 줄지어 서있는 그 틈을 지나 먼저 입장하는 특혜를 누리게 되었다. 물론 장애인을 돕는 도우미도 동일한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이는 또다른 어려움을 동반하였다. 그것은 장애인과 함께하는 공동체와 일행에서 장애인과 그 도우미를 분리시키는 일을 초래하였다. 결국 행사가 끝난 뒤 출입구에서 몇시에 만나자는 약속을 한 뒤 일행과 분리되어 행동할 수 밖에 없었다.

1996년 필자는 또다른 일행과 함께 L.A.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방문하였다. 어마어마하게 큰 공간, 어떻게 다녀야 하는가? 이러한 의문은 쉽게 사라졌다. 한국의 용인, 과천의 놀이동산에서 휠체어는 돈을 주고 빌리는 불편함은 사라지고, 무상으로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필자와 동행하는 15인의 일행은 모든 코스에서 별도의 선을 따라서 입장하였다. 장애인에게만 우선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과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우선권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장애를 가진 필자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당당함이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 장애를 가진 나로 인하여 우리 일행이 먼저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 "내 덕분이야"라는 말이 나 자신 뿐 아니라 일행의 입에서 함께 흘러나왔다.

장애를 가진 사람과 함께 하는 불이익이나 손가락질이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행운과 행복 그리고 남다른 유리함이 주어진다는 사실을 함께 느꼈다. 그 뿐이 아니었다. 먼저 들어가는 우리를 바라보는 부러움, 장애인과 함께 하지 못하기 때문에 겪어야만 하는 불리함 그리고 장애인과 늘 함께 하여야겠다는 결단이 어린 수많은 눈길들은 우리를 더욱 따뜻하게 했다.

장애인 복지란 무엇인가? 단지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 복지는 장애인과 아울러 장애인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더불어 유리한 고지에 서 있게 하는 것이다. 즉 소극적인 차별(Negative Discrimination)이 아니라 적극적인 차별(Positive Consideration)이 제공되는 것을 말한다. 장애인과 함께 하면 출세도 빨리하고, 존경도 받고, 삶의 보람도 더 많이 느끼고, 친구도 많이 생기고, 더 많은 행복을 느끼게 되는 사회, 이것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사회이다.

장애인과 함께 하는 것을 부러워 하는 사회, 장애를 가진 사람을 존중하고 질투의 눈길로 바라보는 사회, 장애를 가진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당당함으로 인식하고 나아갈 수 있는 사회, 이는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야 할 사회이다. 장애인의 힘으로만, 그리고 일부 비장애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정치가도, 종교인도, 문화인도, 그리고 장애인과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이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일이요, 운동이다. 누구가 장애를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다. 즉 누구가 장애를 가지면서 더욱 행복의 길로 갈 수 있다. 이 말이 구호가 아니요 신념이요, 생활 속에서 체험되는 그 날을 바라보자. 가능하면 노무현 정권을 준비하는 인수위에 소속된 사람들의 장애에 대한 관점이 변화되면서 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하자.

장애는 더이상 불행의 조건이 아니라 남다른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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