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답답한 날에 우리는 숲이 우거지고 그사이로 쭉 뻗은 아스팔트길을 달리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렇게 유쾌, 상쾌한 길을 떠나는 이에게는 화려한 자태와 맑은 햇살로 가득 채워 주기도 하지만, 삶의 빈자리에서 혹여 가슴앓이를 하는 이들에게는 평온한 온기로 채워주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드라이브코스로 손꼽히는 양평은 서울에서도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과 더불어 수려한 자연풍경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때문에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은 맘만 먹는다면 당일코스로 다녀올 수 있는데 서정적인 정취와 잘 닦여진 도로가 조화를 이루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는 곳이기도 하다. 코스가 너무 짧다고 생각되면 춘천 가는 길로 방향을 바꾸는데 북한강 상류를 통해서 진입하면 경춘가도의 시원함과 더불어 남양주시 조암면의 또 따른 드라이브코스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어디까지나 양평으로 가는 정도(正道)는 올림픽대로를 타고 가다 강일 IC를 지나 미사리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 길은 남한강 강변길 따라 충북 단양까지 이어지니 수도권의 물줄기는 모두 양평으로 이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태백산을 발원(發源)으로 하는 남한강과 금강산을 발원으로 하는 북한강이 만나는 곳이 양평으로 정확히 물줄기가 만나는 지명(地名)은 양수리(兩水里), 즉 두물머리이다. 6번 국도로 갈아타고 양수대교를 건너서 양수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두물머리다. 잘 알려진 유명세에 비해 너무나 소박하고 서정적인 풍경을 지닌 두물머리는 잔잔한 호수 위에 세월에 지친 커다란 느티나무와 배한척이 한 발짝 물러서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었다. 그래서 였을까? 두물머리에서 보이는 양평의 시야(視野)는 평온함에 비례한 외로움이고 동경이었다. 멀리보이는 산새와 잔잔한 물 그리고 그들과 벗하는 새들이 자연의 평온함을 그대로 우리들의 잔상에 남겨 놓는다. 때문에 물은 흐르는 듯 잔잔하며 고요한 듯 사로잡는다.
두물머리를 나와 다시 6번 국도를 이용,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시작되는 길은 용담대교를 타고 물위의 수중대교로 이어진다. 햇빛에 출렁이는 금빛 물결, 파노라마처럼 길게 늘어서는 산수의 조화로 우리가 늘 꿈꾸어 왔던 환상의 드라이브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강 주변으로 예쁜 카페와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어 결코 지루하지 않은 여행이 된다. 드라이브만으로는 그 정열을 다하지 못한다면 조암면쪽으로 접근해 ‘남양주종합쵤영소’를 방문한다. 이곳은 영상제작에 관한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도 있어 최근 양평 드라이브의 필수 코스가 되기도 한다.
어느 지역이건 마찬가지이겠지마는 특히 물이 풍부한 양평드라이브의 분위기는 그 날의 날씨가 결정한다. 물은 하늘을 닮기 마련이다. 비개인 후 화창한 햇살이 함께 한다면 푸른 하늘 아래 그렇게 경쾌한 도로가 있을까 싶지만 구름이 라도 내려앉는 다면, 새벽녘에 물안개라도 스친다면, 온통 세상도 잿빛 하늘로 물들어 버려서 잃어버린 내 마음을 찾아내기가 힘들다. 그래서 혹자(或者)는 ‘비오는 날에 양평에 가야 한다’ 며 그들의 허한 마음을 토로(吐露)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곳을 아끼고 사랑한다. 그래서 유명관광지나 즐길거리, 볼거리를 찾는 이에게 결코 이곳을 추천하지 않는다. 양평 드라이브여행의 참 의미는 화창한 하늘을 담을 수 있는 마음을 찾아 가는 것이며 어둡고 잔잔한 마음을 그곳에 놓고 오는 곳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