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의 호반도로 - 호반을끼고 쭉 뻗은 길이 시원스럽다. ⓒ정재은

가슴이 답답한 날에 우리는 숲이 우거지고 그사이로 쭉 뻗은 아스팔트길을 달리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렇게 유쾌, 상쾌한 길을 떠나는 이에게는 화려한 자태와 맑은 햇살로 가득 채워 주기도 하지만, 삶의 빈자리에서 혹여 가슴앓이를 하는 이들에게는 평온한 온기로 채워주는 곳이 있다.

호반위의 길. ⓒ정재은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드라이브코스로 손꼽히는 양평은 서울에서도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과 더불어 수려한 자연풍경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때문에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은 맘만 먹는다면 당일코스로 다녀올 수 있는데 서정적인 정취와 잘 닦여진 도로가 조화를 이루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는 곳이기도 하다. 코스가 너무 짧다고 생각되면 춘천 가는 길로 방향을 바꾸는데 북한강 상류를 통해서 진입하면 경춘가도의 시원함과 더불어 남양주시 조암면의 또 따른 드라이브코스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어디까지나 양평으로 가는 정도(正道)는 올림픽대로를 타고 가다 강일 IC를 지나 미사리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 길은 남한강 강변길 따라 충북 단양까지 이어지니 수도권의 물줄기는 모두 양평으로 이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물머리의 서정. ⓒ이정철

그도 그럴 것이 태백산을 발원(發源)으로 하는 남한강과 금강산을 발원으로 하는 북한강이 만나는 곳이 양평으로 정확히 물줄기가 만나는 지명(地名)은 양수리(兩水里), 즉 두물머리이다. 6번 국도로 갈아타고 양수대교를 건너서 양수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두물머리다. 잘 알려진 유명세에 비해 너무나 소박하고 서정적인 풍경을 지닌 두물머리는 잔잔한 호수 위에 세월에 지친 커다란 느티나무와 배한척이 한 발짝 물러서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었다. 그래서 였을까? 두물머리에서 보이는 양평의 시야(視野)는 평온함에 비례한 외로움이고 동경이었다. 멀리보이는 산새와 잔잔한 물 그리고 그들과 벗하는 새들이 자연의 평온함을 그대로 우리들의 잔상에 남겨 놓는다. 때문에 물은 흐르는 듯 잔잔하며 고요한 듯 사로잡는다.

양근대교. ⓒ정재은

두물머리를 나와 다시 6번 국도를 이용,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시작되는 길은 용담대교를 타고 물위의 수중대교로 이어진다. 햇빛에 출렁이는 금빛 물결, 파노라마처럼 길게 늘어서는 산수의 조화로 우리가 늘 꿈꾸어 왔던 환상의 드라이브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강 주변으로 예쁜 카페와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어 결코 지루하지 않은 여행이 된다. 드라이브만으로는 그 정열을 다하지 못한다면 조암면쪽으로 접근해 ‘남양주종합쵤영소’를 방문한다. 이곳은 영상제작에 관한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도 있어 최근 양평 드라이브의 필수 코스가 되기도 한다.

자화상. ⓒ정재은

어느 지역이건 마찬가지이겠지마는 특히 물이 풍부한 양평드라이브의 분위기는 그 날의 날씨가 결정한다. 물은 하늘을 닮기 마련이다. 비개인 후 화창한 햇살이 함께 한다면 푸른 하늘 아래 그렇게 경쾌한 도로가 있을까 싶지만 구름이 라도 내려앉는 다면, 새벽녘에 물안개라도 스친다면, 온통 세상도 잿빛 하늘로 물들어 버려서 잃어버린 내 마음을 찾아내기가 힘들다. 그래서 혹자(或者)는 ‘비오는 날에 양평에 가야 한다’ 며 그들의 허한 마음을 토로(吐露)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곳을 아끼고 사랑한다. 그래서 유명관광지나 즐길거리, 볼거리를 찾는 이에게 결코 이곳을 추천하지 않는다. 양평 드라이브여행의 참 의미는 화창한 하늘을 담을 수 있는 마음을 찾아 가는 것이며 어둡고 잔잔한 마음을 그곳에 놓고 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양편 드라이브 코스. ⓒ정재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경기지사에 재직 중이다. 틈틈이 다녀오는 여행을 통해 공단 월간지인 장애인과 일터에 ‘함께 떠나는 여행’ 코너를 7년여 동안 연재해 왔다. 여행은 그 자체를 즐기는 아름답고 역동적인 심리활동이다. 여행을 통해서 아름답고 새로운 것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우리네 산하의 아름다움을 접하는 기쁨을 갖는다. 특히 자연은 심미적(審美的) 효과뿐 아니라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정화시켜 주는 심미적(心美的) 혜택을 주고 있다. 덕분에 난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장애라는 것을 잠시 접고 자유인이 될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받아온 자연의 많은 혜택과 우리네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함께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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