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TV <사랑의 가족>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중파 TV의 유일한 장애인 전문 프로그램이다. 장애인을 동정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장애인이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춰 장애인 시청자에게는 정보와 희망을, 비장애인 시청자에게는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전달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그리고자 함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장애인 전문 TV프로그램은 90년대 초에 SBS <사랑의 징검다리>, 2000년대 중반에 EBS <희망풍경> 등이 있었으나 모두 얼마 못가 모두 폐지되었고 지금은 유일하게 사랑의 가족만이 방영되고 있어 공익을 부르짖는 우리 방송계의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사랑의 가족은 유일한 장애인 전문프로그램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목적을 잘 수행하고 있을까!

지금까지 방송에 장애인을 등장 시킬 때는 뉴스,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프로그램을 막론하고 두 가지의 모습만을 보여 왔다고 할 수 있다. 동정 받거나 장애를 극복했다고 박수 받는 모습만이 비쳐졌을 뿐 장애인의 다른 면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랑의 가족은 장애인들이 힘들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추적한다.

사랑의 가족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방송되지만 요일마다 주제가 다르다. 수요일은 장애인과 관련된 사회구조적 모순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7월9일은 장애인의 임신 출산 양육의 어려움에 대해서 파헤치고 있다.

81%의 장애인 부부들이 아이를 갖고 싶어 하고 있으며, 그러나 육아부담, 자녀유전, 정상 분만의 두려움 등의 이유로 여성장애인들이 임신을 기피하며, 자녀양육 시 33%의 장애인들이 남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여러 조사를 근거로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또 “육아도우미에게 여러 도움을 받지만 일주일에 4시간만이 지원되고 있어 시간을 좀 더 늘려줬으면 좋겠다”, “어디다 물어 볼 곳도 상이할 곳도 없고 누구한테 애기하자니 허물밖에 안 되는 거 같고”, “어떻게 그 몸에 아기를 낳을 수 있느냐는 주위 시선에 태교보다 걱정을 더 많이 했던 거 같다”는 여성장애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인 사례들 보여 준다.

이렇게 어려움만을 토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분야의 전문가를 불러들여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정렬(장애인개발원 사무총장)은 “미국은 이미 70년대에 사회적 지원이 있으면 장애인부부도 입양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장명숙(한국여성장애인연합대표)은 “각 장애유형별로 차이에 맞게 지원에 되야 한다”고 말했다.

월요일은 장애인의 재활방법이나 행사, 화제 등을 소개하는 코너인데 7월14일에는 청각장애도우미견 훈련사로 일하고 있는 박옥경 씨의 생활을 밀착 취재하였다. 박 씨는 청각장애2급으로 5년째 이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먼저 도우미견의 훈련 과정을 상세히 보여준다.

알람이 울리자 개가 자고 있는 청각장애인 주인을 깨우고, 초인종 소리가 나자 역시 주인에게 달려가 전하는 모습,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훈련 등 청각장애인들과 실생활을 하면서 일어 날 수 있는 다양한 경우에 대비한 훈련을 하는 모습을 방영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도우미견을 분양받아 살고 있는 청각장애인의 집을 방문하여 도우미견으로 인하여 장애인과 가족들의 삶이 많은 변화가 온 점도 친절히 일러준다.

화요일은 힘은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들을 도와주는 코너로 7월15일은 지적장애학생들로 구성된 서울 정문학교의 실로폰 연주단을 방문하였다. “의사표현도 힘들고 타인과 사교성이 떨어지는 지적장애학생들을 데리고 어떻게 연주단을 만드느냐!”라는 주위 우려를 학생들과 선생님이 수백 번의 반복 연습을 통해 이제는 연주 시 마다 기립 박수를 받는 연주단으로 탈바꿈했음을 알려준다.

목요일은 장애를 극복하고 희망차게 살아가는 장애인을 보여주는 시간인데 7월17일은 한국특수교육원의 원장이자 상담학 박사인 김일권 원장의 일상을 따라간다. 김 원장 본인이 뇌성마비장애인 자녀를 키우면서 장애아의 교육법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노하우를 특수 교육원을 설립하여 많은 장애아동들을 교육하고 있다고. “지적장애아동이나 발달장애아동들은 스킨쉽을 자주 해주는 것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자아형성에 도움이 된다”, “아동들이 직접 몸으로 자연을 체험하는 기회를 자주 갖게 해주어야 한다” 이런 식의 교육으로 많은 장애아동들이 큰 효과를 봤고 자신의 자녀도 역시 이 교육으로 인하여 이제는 부모 도움 없이도 홀로서기가 가능해졌음을 조명하였다.

이상과 같이 사랑의 가족은 각 요일별로 코너의 주제를 정하여 장애인과 관련된 다양한 부분을 조명하고 있다. 사회시스템의 문제점을 짚어주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재활방법을 소개하고, 중증의 장애인들이 주위 차가운 시선을 이기고 멋진 예술인들이 된 모습, 자녀의 장애 때문에 오히려 장애인 교육 전문가가 된 사연 등을 통해 장애인들에게는 정보와 희망을 비장애인시청자에게는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심어 주려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점이라면 수요일 장애인과 관련된 사회시스템을 다루는 시간에서 25분이라는 짧은 시간 때문인지 장애인들이 부모 되기에 힘든 점은 자세하게 조명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서는 “미국을 본받아야 한다”, “장애유형별로 지원에 차이를 둬야한다”와 같이 원론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으며, 월요일 청각장애도우미견 편에서는 도우미견의 훈련과정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반해 도우미견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분양을 받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있다.

그리고 실로폰 연주단을 소개하는 코너와 장애아동 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일권 원장 편에서는 장애인들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들의 묘사에 집중함으로써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는 거의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일단은 방송시간이 너무 짧다고 할 수도 있으나 그 보다는 장애인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희망을 갖게 해줘야 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인 것으로 보여 진다. 수요일 사회시스템의 문제를 다루는 코너를 제외하면 다른 코너에서는 한결같이 성공사례를 조명하고 있다. 청각장애인으로 당당한 도우미견 훈련사로 근무하는 박옥경 씨, 지적장애·발달장애를 극복하고 멋진 실로폰 연주가가 된 이들, 자녀의 장애로 오히려 장애인교육 전문가가 된 김원장 등 실패한 경우는 하나도 없고 오로지 해피엔딩만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장애인들의 삶이 모두가 해피엔딩만 있는가. 아니 오히려 수요일 코너처럼 사회구조의 모순 때문에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런데 장애인 전문 프로그램인 사랑의 가족에서 현실과는 반대로 해피엔딩만을 보여준다면 장애인 시청자는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도 있지만 암담한 현실 앞에서 좌절하는 장애인들도 많을 것이고 비현실적이라며 이 방송을 외면하는 이유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비장애인 시청자들은 사회시스템의 문제 보다는 장애인 개인의 노력여부가 더 중요 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보완 하자면 지금처럼 하루에 무조건 이야기의 끝을 맺기 보다는 때에 따라서 연속 편성도 고려 해 보고, 너무 해피엔딩 사례만을 보여주는데 급급하지 말고 성공사례와 실패사례의 균형은 어느 정도 맞추되 결과 보다는 결과에 이르는 과정에 좀 더 초점을 맞추면 어떨까. 과정을 심도 깊게 조명하다 보면 꼭 제도를 얘기하는 수요일 코너가 아니라도 제도의 문제점이나 대안이 자연스럽게 보일 테고 ,획일적으로 장애인이 노력해서 성공했다가 아니라 각 장애인 마다 처한 상황이나 개성 등이 확실히 드러나 좀 더 다양한 장애인에 대한 정보와 이해를 시청자에게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동휠체어를 몰면서 세상을 돌아 다니다가 3년전 부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방송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장애인과 관련된 방송 모니터 활동을 하면서 방송에서 묘사되고 있는 장애인의 왜곡된 모습에 충격을 받아 본격적으로 미디어속의 장애인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방송에 비치는 장애인의 모습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영화,신문,광고,교과서 등 모든 매스미디어로 연구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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