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위원장님!

인사는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편지를 띄우는 이유는,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이하 IPTV)사업법 시행령’ 제정안과 관련하여 그동안 장애인단체에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쟁점이 되고 있는 여러 사항 때문에 장애인의 문제가 뒤로 밀리지나 않을까 하는 노심초사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제가 드리고자 하는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IPTV에 있어서 장애인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장애인이 현재 처해 있는 실태를 간략히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2005년 보건복지부(현 보건복지가족부)가 실시한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57만원으로 도시근로자 가구소득(2005년 2/4분기) 302만원의 52%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또한 조사 자료를 보면 장애인 195만 가구 중 국민기초생활 보호 대상자 가구는 26만 가구(13%)로 비장애인 가구의 6.8%에 비해 2배 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경제활동도 열악하여, 15세 이상 장애인 경제활동 참가자는 78만 명으로 실업자 비율은 미취업 원인을 고려하며 23.1%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나마 장애인이 취업해 있는 분야도 단순노무직(28%), 농어업(19%), 기능원이나 이와 관련한 근로자(12%) 등 주로 단순 업무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취업한 장애인 월평균 소득 또한 115만원으로 상용종업원 월평균 임금 258만원의 45%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노동에의 참여나 취약함이나 열악함 경제적인 문제 못지않게 사회곳곳에서 장애인들은 심각한 격차와 차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장애인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방송통신 융합이나 IPTV와 연관이 있는 정보통신 격차 또한 그렇습니다. 지난 2007년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장애인의 정보격차는 줄고 있으나 아직도 일반국민과의 격차가 24%나 된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정보습득의 주요 통로인 인터넷 이용률의 격차는 26%이라 합니다.

또한 방송통신 융합이나 IPTV의 시행에 있어 다른 장애인보다 더 많은 정책적 배려를 하여야 할 시각, 청각, 뇌병변장애인들의 정보격차는 더 심각합니다. 정보문화진흥원이 조사한 장애인정보격차(2007)의 현황을 보면 시각, 청각, 뇌병변장애인의 인터넷 이용률은 일반 지체장애인 인터넷 이용률 55.8%보다 훨씬 못 미친 42.5%, 41.6%, 32.9%로 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장애인들의 인터넷 이용률은 일반 국민에 비하여 33.9%∼43.4%나 격차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2007년 장애인정보화 실태조사 중 장애유형별 인터넷 이용률.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장애인의 인권개선이나 복지향상을 위하여 많은 장애인들의 피땀 어린 싸움이 있어왔습니다. 이러한 장애인들의 노력으로 사회 곳곳에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장애인과 관련한 정책이 시혜적인 관점에서 인권의 관점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과, 정책 추진에 있어서 정부가 주도해나가는 방식에서 장애인들도 참여하여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외 장애인관련 법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장애인복지법’ 개정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법률’의 제정, 2006년에 만들어진 ‘국제장애인권리협약’입니다. 그 가운데 장애인의 방송통신과 관련하여서, 지난해 개정된 ‘장애인복지법’ 제8조에 ‘장애인이 장애를 이유로 차별해서는 아니 된다’, 라고 방송통신에 있어서의 차별금지의 내용을 간접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정보접근과 관련한 직접적인 내용은 제22조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 방송사업자의 장애인의 접근지원 등의 내용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4월 만들어진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법률’에서는 차별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명시(제4조)하고 있으며, 자기선택권과 결정권(제7조)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방송통신에서의 차별금지와 관련하여서는 법제21조를 중심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법은 활동보조인, 활동보조기구,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등 장애인의 활동을 위한 보조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고용과 교육, 재화와 용역의 제공 및 이용시설, 사법․행정절차 등 기존의 어떤 차별 관련법보다 적용의 영역이 넓고 생활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장애인 차별의 유형과 성격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권리와 관련하여 또 하나 주목해야할 것은 지난 2006년 12월 만들어진 ‘국제장애인권리협약’입니다. UN이 2001년 제56차 총회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을 만들기 위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된 이래 한국을 비롯한 국제 장애인단체와 인권 운동가들의 노력으로 2006년 12월 13일,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개최된 제61차 총회에서 회원국 192개국의 만장일치의 결의로 장애인권리협약이 통과되었습니다.

이 협약은 장애인의 전 생활영역에서의 권리보장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협약에서 장애인의 정보접근과 관련하여서는, 전문을 비롯하여 제9조(접근성), 제21조(의사 표현의 자유 및 정보 접근성), 제30조(문화적 삶과 레크리에이션, 여가 및 스포츠에 대한 참여)를 비롯한 조항에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권리협약은 국내비준이 안된 상태이지만 조만간 비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이 권리협약 이행을 위하여 협약과 관련한 법률의 개정과 정책마련 등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 판단이 됩니다.

최시중 위원장님!

장황하게 장애인과 관련한 자료를 제시한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방송통신 융합에 있어 장애인의 문제는 어느 분야보다도 더 정책적인 관심이 필요한 곳이라는 것을 밝히고자 해서입니다.

자료에서 보신 것처럼 장애인들은 경제적인 측면이나 사회활동의 측면, 정보의 습득과 활용의 측면에서 일반 국민과 비교하였을 때 매우 열악합니다. 더욱이 듣거나 보는데 어렵고, 의사소통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에게 신체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인터넷이 가지는 의의는 매우 큽니다. 그럼에도 자료에서처럼 이러한 장애인들이 오히려 다른 장애인보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비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눈여겨봐야 할 부분입니다. 이러한 장애인들이 인터넷 이용률이 낮은 것은 인터넷을 이용할 때 초기화면에 접근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고, 접근하였더라도 콘텐츠를 보거나 들을 수 없는 것이 주요한 이유라 IPTV의 문제에 있어서도 이러한 문제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는 인터넷 망을 통하여 방송을 볼 수 있는 방식의 텔레비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보는데 경제적인 면만 아니라 장애인들의 경우 어려움이 있어 IPTV 초기 화면에 접근하는 것부터 벽이 됩니다. 또한 보는데 어려움이 있거나 손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의 경우 리모컨을 이용하고 조작하는 데에도 문제가 됩니다. 또한 초기화면에 접속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아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으며, 다행히 프로그램을 찾았다 하더라도 콘텐츠에 수화나, 자막, 화면해설이 없어 콘텐츠를 보거나 들을 수 없습니다.

이 하나의 시실만으로도 장애인들의 접근권과 공익채널에 대한 정책지원을 꼭 시행하여야 합니다. 또한 IPTV는 방송만이 아니라 정보검색, 홈쇼핑, 홈뱅킹, 온라인 게임, 홈쇼핑 등 다양한 콘텐츠와 부가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라 합니다. 그리고 IPTV는 방통융합의 시발점이며, 가전제품이나 사물간의 소통을 위한 네트워킹 기술 활용을 활용하기 위한 준비 단계라고 보았을 때 소외계층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 박차를 가하여야 장애인들이 더 이상의 소외계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앞서 보았던 것과 같이 장애인권리협약은 국내에 비준이 안 된 상태이므로 차후 논의하는 것으로 하더라도 ‘장애인복지법’이나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방송사업자의 의무를 규정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는 현행 ‘방송법’ 제69조제8항에도 있습니다. 따라서 IPTV법률 시행령에도 법률안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장애인들이 접근에 필요한 수화, 화면해설, 자막 등의 서비스를 실시를 명시하여야 하며, 장애인 등 소외계층 방송시청의 특수성을 고려한 공익채널의 지정이 있어야 합니다.

지난 3월 26일 최시중 위원장님이 취임사에서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익성을 확고히 지킬 수 있도록 방송통신위원회를 이끌어 나가겠다”라며 '공공의 보편적 서비스 확대'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5월 23일 IPTV시행령안 공청회장에서 방송통신위에서 나온 모 팀장은 “IPTV는 단지 또 다른 방송의 출현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정보사회를 선도하는 윈도우(창)”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IPTV의 의미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법률적인 문제나 IPTV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입장 등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았을 때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있어서 또 다른 소외계층이 생기지 않도록 현 방송통신위원회는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IPTV시행령 제정에서 방송과 통신 사업자의 이권에 앞서서 장애인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담아내야 합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IPTV시행과 관련하여 제가 제안하는 내용을 말씀드린다면 IPTV시행령에 명시하여야 할 부분과 정책으로 추진하여야 할 부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시행령에 명시하야여야 할 부분은 공익채널을 지정하는 문제와 장애인이 접근을 위한 방송사업자의 서비스의 내용입니다.

첫째, 공익채널 신설은 IPTV법률의 공익성을 최소한 담보하고자 하는 취지입니다. 또한 장애인등 방송소외계층의 방송 시청권과 방송 참여권을 위하여 필수적인 조처입니다. 또한 지정한 공익채널은 초기화면의 구성에 있어서 눈에 띄기 쉽게 배치를 하여 방송소외계층이 이용하기 쉽도록 하여야 합니다. 이럴 때 경쟁만이 난무하는 정보통신 시장에서 장애인의 시청권을 보호하고 최소한 공익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진다고 봅니다.

둘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제1항 및 제3항, ‘방송법’ 제69조제8항, ‘장애인복지법’ 제22조제2항에 명시된 내용처럼 IPTV에 있어서 장애인의 접근권에 대한 근거를 명시해야 합니다. 즉, IPTV 시행령에 초기화면 인지를 위한 프로그램 탑재, 수화․자막․화면해설의 서비스를 명시하여 장애인들이 메인화면 접근과 콘텐츠의 접근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콘텐츠 접근에 있어서는 획일적인 정책은 사업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재전송 방송과 VOD를 구분하여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지상파의 모든 프로그램 자막을 실시하려고 방송통신위원회가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므로 재전송의 경우 자막은 100%, 수화통역과 화면해설은 5%를 기본으로 하여 단계적으로 적용해나가는 방식 도입이 필요합니다. VOD(Video On Demand, IPTV에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송물) 경우는 교육 등 공익을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규정하며 단계적으로 다른 프로그램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이를 시행하기 위한 별도의 지침을 방송통시위원회가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경우 공익채널의 경우는 이와 별도로 강화된 정책마련도 필요합니다.

IPTV법 시행령안 수정제안. ⓒ장애인정보문화누리

다음으로 정책적 지원이 요구되는 사항입니다. 첫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장애인의 열악한 경제적인 상황을 감안하여 IPTV 가입비의 경우 면제를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이용료 30~50% 감면을 전재로 하는 정책이 세워져야 한다. 지난해 말 KT가 IPTV를 시행할 경우 장애인등 경제적 약자에게 요금을 감면할 뜻을 비친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특정 사업자가 선심성 사회활동처럼 진행할 문제가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IPTV시청권 보장을 위한 차원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책아래 사업자들이 보편적인 역무차원에서 진행하여야 할 문제입니다.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요금 감면에 대한 정책이 시급히 나와야 합니다.

둘째, 장애인의 리모컨 사용 및 셋톱박스 접근을 위한 조치입니다. ‘정보격차해소에관한법률’에 의하여 지난 2002년 고시된 ‘장애인․노인 등의 정보통신 접근성 향상을 위한 권장지침’에 의거하여 리모컨과 셋톱박스를 설계, 제작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리모컨의 경우는 손에 장애가 있는 사람과 시각장애인에 해당하며, 셋톱박스는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에 해당합니다. 특히 셋톱박스에는 자막방송 실시를 염두에 두어 자막을 읽어낼 수 있는 반도체 내장이나 프로그램 구성은 필수입니다. 손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리모컨이나 세톱박스의 제작은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물품에 한해 해당될 수 있으나 시각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세톱박스의 기능 추가의 문제는 생산되는 전 품목에 적용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 장애인의 방송권 문제가 제대로 정책을 시키기 위하여 IPTV 사업자의 선정을 할 때, 그리고 향후 선정된 사업자의 운영을 평가할 때 평가항목에 공익활동 내용을 포함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장애인의 접근권을 위한 자막, 화면해설, 수화통역의 제공 정도와 공익프로그램 노출 정도, 요금 감면정도를 IPTV 사업자 선정 및 운영평가 항목에 포함하여 사업자들이 최소한의 공익성을 담보하도록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책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소외계층의 정책에 있어서 방송과 통신 정책의 통합운영에 대한 문제입니다. 방송과 통신 융합에서 소외계층의 문제를 방송과 정보를 따로 규제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이원화된 정책을 하나로 묶어 운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현재 논의되는 IPTV시행령의 문제에 다루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어 다음 기회에 제안을 다시 드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최시중 위원장님!

위원장님께 제안을 드리는 단체인 장애인정보문화누리는 지난 1월 말부터 장애인의 정보 및 방송접근권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으며, 70일째 넘겼습니다. 하지만 1인 시위를 하는 우리만이 아니라 많은 장애인들이 새롭게 출발한 방송통신위원회를 기대와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고, 더욱이 IPTV의 시행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IPTV는 장애인들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사회에서 살아남느냐 영원한 소외계층으로 전락하느냐의 생존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러한 관점에서 IPTV법 시행령 문제를 다루어주시길 간곡히 요청 드리며, 이만 마칠까 합니다.

긴 내용을 끝까지 읽어주시어 감사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8년 6월 1일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철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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