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공익광고. ⓒ공익광고협의회

지난 칼럼에서는 일반 광고 속 장애인의 모습들은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거나 장애인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여타 광고속의 사람들이 독립적인 존재로 등장 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의존적인 장애인상 만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일반 상업광고와 달리 공익광고속의 장애인들은 어떤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을까? 먼저 공익광고란 사회공익에 관한 정보나 인식을 확산 시키거나 변화시킬 것을 목적으로 그것이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나 가치를 전달하는 의도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의 장애인과 관련된 공익광고는 사람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애인공익광고는 90년대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장애인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인식개선 광고를 하기 시작 하면서 본격적으로 행해져 지금은 정부나 사회단체 등 여러 곳에서 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장애인공익광고는 그 목적에서도 드러나듯이 우리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장애인들과 접촉 할 기회가 많지 않은 우리사회구조의 특성상 왜곡된 장애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공익광고는 사람들의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목적이 좋다고 해서 꼭 결과 까지도 좋을 것이라고 단언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어떻게 그 목적을 수행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 한다.즉 공익광고속의 장애인 모습을 어떤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전달하느냐가 키포인트인 것이다.

애인을 사랑하는 마음처럼. ⓒ공익광고협의회

먼저 ‘애인을 사랑하는 마음처럼’편을 보면 사진에서도 한눈에 알 수 있듯이 남성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꽃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듯이 건강한 우리들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사랑의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당신이 채워야 할 자리입니다. ⓒ공익광고협의회

두 번째 광고 ‘당신이 채워야 할 자리입니다’편은 장애인들이 고통 받는 이유는 장애 자체 보다는 우리들의 편견과 시선 때문이기 때문에 당신의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하트모양의 그림으로 까지 강조하면서 역설하고 있는데 이 광고는 얼핏 보면 마치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앉아서 일하는 건 마찬가지 입니다. ⓒ공익광고협의회

세 번째 광고 ‘앉아서 일하는 건 마찬가지 입니다’편은 몸이 불편하다고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며 편견을 버리고 마음의 문을 열어 그들의 능력을 보아줄 것을 당부 한다.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보는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네 번째 광고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보는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편은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제작한 것인데 장애인들이 들을 수 없거나 걷지 못하는 게 아니라 다만 우리들과 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라고 애기하고 있다.

숫자녀의 정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그리고 다섯 번째 광고 ‘숫자녀의 정체’편은 한 여성이 대구 93,000, 부산 138,000, 서울324,000 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는 판을 전국의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보여주고 있다. 여성이 들고 있는 숫자판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장애인의 수를 나타낸 것으로 모두가 함께 했을 때 세상은 밝아진다고 하는 이 광고는 처음 방영 될 시에 숫자의 의미 때문에 상당한 화제가 되었다.

이와 같이 장애인 공익광고의 특징은 일반광고 속의 장애인 모습들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비장애인들과 연관 짓고 있다는 것이고 그 주체도 역시 장애인들이 아니라 비장애인들이라는 것이다.

먼저 ‘애인을 사랑하는 마음처럼’편과 ‘당신이 채워야 할 자리입니다’의 광고에서는 비장애인들이 편견을 버리고 장애인들을 사랑하는 여성이나 자식을 사랑하듯이 대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이들의 관계가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한쪽의 일방적으로 베푸는 사이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보는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편과 ‘숫자녀의 정체’편도 보고 듣는 방법이 우리와 다르다는걸 인식해야 하는 사람들은 비장애인이여야 하며, 대구에 사는 93,000명, 부산에 사는 138,000명의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람들도 역시 비장애인들만의 몫이다.

분명히 장애인이 주체가 되어야 할 공익광고지만 어느 것을 봐도 장애인은 특별히 하는 역할이 안보이고 주도적인 행위는 비장애인들이 독차지 하고 있을 뿐이다. 광고 속에서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을 사랑하고, 이해하고, 관심 가져 주고, 다름을 인정해 주는 등 온 마음을 바쳐 노력을 하지만 장애인들은 그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갓난아이처럼 받기만 하는 나약한 존재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장애인들은 그저 받기만 하는 지극히 수동적인 존재로, 비장애인들은 끊임없이 장애인들에게 무언가를 주는 능동적인 주체로 묘사하는 것은 사회의 잘못된 장애인인식을 개선시키겠다는 공익광고의 목적에 어긋나는 것이고. 오히려 더 나아가 장애인의 부정적인 편견을 강화시킬 우려가 크다.

전동휠체어를 몰면서 세상을 돌아 다니다가 3년전 부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방송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장애인과 관련된 방송 모니터 활동을 하면서 방송에서 묘사되고 있는 장애인의 왜곡된 모습에 충격을 받아 본격적으로 미디어속의 장애인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방송에 비치는 장애인의 모습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영화,신문,광고,교과서 등 모든 매스미디어로 연구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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