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피플퍼스트 전국대회 개막식 모습. ⓒ피플퍼스트 제펜

세계 피플퍼스트운동의 탄생

1973년에 영국에서-우리들의 인생(Our Life)라는 장애인 대회 개최되었다. 그곳에 참가했던 캐나다의 전문가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비슷한 모임을 개최했다. 그리고 다음해인 74년에는 캐나다 모임에 참가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미국의 오래곤주에서 최초로 지적장애인 당사자 대회를 개최했다.

그 대회에는 560여명이 참가 하였으며, 지역에서 생활할 때나, 지능이 낮은 사람 즉 바보라고 놀림을 당할 때 어떠한 태도를 취할 것인가 라는 것으로 분과회를 가졌다. 또한 전체회의에서는 당사자들이 마이크를 잡고 그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때 어떤 당사자가 “지능이 낯은(retarded)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장애인(handicapped)으로서가 아니라, 나는 먼저 인간으로서 대우 받고 싶다(I want to be treated like PEOPLE FIRST)” 라고 발언한 것에서 피플퍼스트라고 하는 이름이 생겨났다.

그 후 피플퍼스트는 오래곤주를 중심으로 16곳의 그룹이 발족했으며, 1991년에 캐나다와 미국에서 전국조직이 탄생하게 된다. 94년 미국의 조사에 의하면 43개주에 505곳의 그룹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일본의 피플퍼스트운동의 탄생

1993년 최초로 일본에서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피플퍼스트 국제대회에 87명이 참가하였으며, 1995년 12월에는 동경에서 피플퍼스트 준비모임이 생겨났다.

그곳에 참가했던 어떤분은 “즐거웠다. 특히 굉장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참가했던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는 거였다. 어떤 사람은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으며, 화를 내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시설직원들이 부당하게 했던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다. 또한 비장애인들이 우리를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분리하여 자기들이 우월함을 과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도 했었다. 어떤 사람은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여와서 발표하기도 했다.” 그 장면은 정말 멋있었다 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

제목 지지자(support)

나보다 앞서지 않길 바래.

왜냐면 내가 당신에게 끌려 가기 때문이야.

나를 앞에 세우지 않길 바래

왜냐하면 나에게 자꾸 리더라 되라고 해서 나는 힘들어.

될 수 있으면 내 옆에 서서

나에게 적절하고 상황에 맞는 어드바이스를 해주길 바래.

주로 부모나 시설직원 그리고 전문가가 중심이였고 그것이 왠지 이상했지만 정확히 무엇인가로 저항하지 못했던 당사자들과 몇몇 지원자들은 세계대회에서 많은 자극을 받아 일본에서 피플퍼스트 당사자 조직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피플퍼스트의 활동

피플퍼스트 준비모임에서 가장 먼저 했던 사업으로 96년 1월에 미국의 피플퍼스트 활동가인 다니엘씨의 강연회를 주최하였다. 그 강연회 “자신을 믿는 10가지 열쇠” 라든가 “자신감이 마구마구 생겨” 라는 테마로 구호 비슷한 것을 만들어 한 사람 한 사람이 참여하는 강연회였다. 예를 들어 ①나는 행복합니다. ②나는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앏니다. ③ 나는 한번 시작한 일을 끝까지 해냅니다. ④나는 용기가 있습니다. ⑤ 나는 재미있는 말을 해서 다른 사람들을 웃길 수가 있습니다. ⑥나는 다른 사람과 잘 사귈 수 있습니다. ⑦나는 안정적이며 참을성이 강합니다. ⑧나는 나의 권리를 위해서 싸웁니다. 등을 선서하게 하는 것등이였다.

그 후 [성자들의 행진]이라는 일본의 유명한 드라마의 모델이 되었던 시설내 폭행과 성폭력등 항의 방문 등을 시작으로 사회운동에도 참가 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자립지원법 반대운동과 자기 부담금 철폐운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면서 피플퍼스트의 이념과 함께 지적장애인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활동보조서비스와 개호보험의 통합반대운동. ⓒ피플퍼스트 제펜

96년 6월에는 동경도의 지역복지재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사무실을 차렸으며, 월간지[동료들의 숲]을 발간하였다. 그해 12월에는 고베에서 열린 제3회 지적장애인교류대회에 참가하게 되었으며, 이 대회가 매년 열려 올해로 제15회 지적장애인교류대회 즉 피플퍼스트 동경대회를 맞이하게 된다. 특히 제4회 지적장애인교류대회(피플퍼스트 인 시즈오카)때 부터는 각 분과회에서 당사자들이 사회를 맡았으며, 실행준비위원이 되어 대회 전반에 걸처 당사자의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교류대회때의 참가자는 보통 300~500명정도이다.

전국대회 분과회-지역사회지원. ⓒ피플퍼스트 제펜

그 후에 동경도복지국과 후생성에 당사자 단체로서 직접 교섭을 하기도 하고, 세계대회 참가, 동경도 지적장애인시설의 옴브스맨이 되어 시설의 감시역할을 하기도 했다. 특히 많은 당사자들이 미국이나 캐나다등으로 연수를 다녀와 지역에서 자립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장애연금과 생활보호금액으로 자립생활을 하면서 돈 계산이나 어려운것들은 가이드헬퍼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생활하고 있다.

피플퍼스트 당사자들의 활동과 변화

피플퍼스트에 활동하는 활동가들은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동경도시설의 옴브스맨이 되어 시설을 감시하고, 동경도 복지국과의 협상, 대학교나 전문학교에서의 일일 강사, 홈헬퍼 연수회의 강사등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동경도와의 협상에서는 사랑의 수첩(지적장애인카드)이라는 명칭의 변경 요구와 도영주택에 보호자 없이도 혼자서 입주 가능하도록 하는 운동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의 결과 당사자들과 지원자들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당사자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또박또박하게 되었고,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터득하기도 했다. 특히 피플퍼스트라는 곳은 당사자가 안심하고 이야기라도 할 수 있는 편안한 장소이며, 부모에게 의존해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의 지지와 사회적 자원을 활용해서 해결 하고 살아 가는 방법을 당사자들은 그들의 속도로 배워가고 변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지원자들도 변했다. 지적장애인들은 아무것도 모르니 우리가 다 해주어야 한다는 파더나리즘적인 생각으로부터 탈피하여, 무엇이 어떻게 필요한지를 물어 보면서 서포트를 하기 시작했다. 또한 앞 서지도 뒤 서지도 않으면서 그들의 속도에 맞추었고, 느림의 속도에 지루해 하지도 않게 되었다.

앞으로의 활동

피플퍼스트 전국대회는 1년에 한번씩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열리고 있다. 일본 각 지역에 피플퍼스트라는 조직이 있는 아니다. 하지만 대회지로 선정되면 그 지역의 지적장애인단체들이 자연적으로 실행위원회를 구성하여 대회를 준비한다. 올해는 15회째로 동경도에서 열릴 예정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참가할 예정이다. 지난 9월 세계장애인대회때 한국의 당사자들과 만남이 있었고 그 만남이 이번 대회의 참가로 까지 이여지게 된 것이다.

일본사회은 이미 지적장애인의 지역생활과 당사자성 존중등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으며, 지역에서의 자립생활이 가능하다라고도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을 입어 당사자들의 발언은 힘을 키워가고 있으며, 이제 아시아 지역으로 눈을 돌려 교류를 준비하고 있으며, 당분간은 아시아의 네트워크 형성에 힘을 쏟을것이다.

*이 칼럼 내용은 <자립생활운동과 장애문화>라는 책을 참고하여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하였다.

98년 일본의 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보조를 시작했고, 99년부터 한국과 일본사이에서 동료상담,연수,세미나 등의 통역을 통해 자립생활이념과 만났다. 02년 부터는 활동보조서비스코디네이터로 일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장애인운동과도 만났다. 그렇게 10년을 죽을 만큼 열심히 자립생활과 연애하고 사랑을 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일본에 있다. 다시 한번 일본의 정보를 한국에 알리고 싶어 이 공간을 택했다. 일본의 장애인들 이야기(장애학)와 생존학(장애,노인,난치병,에이즈,죽음,윤리)이야기를 이곳에서 풀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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