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Dally)를 출발한지 열세시간이 지나고 있다. 델리를 출발한 버스는 조드푸르가 종점이란다. 버스에서 내리니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이방인을 보고 달려든다. 아이들은 일행을 보고 초콜릿과 돈을 달라며 이리저리 쫓아다닌다. 나뭇가지로 허름하게 지어놓은 집과 남루한 옷차림, 그리고 열 살도 안 되어 보이는 나이에 동생을 안고 다니는 여자아이는 부모님이 없어 구걸을 하며살아간단다 그들에게 이방이 주는 몇 푼의 작은 금액은 저녁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입원이라서 몇 루피를 아이들에게 주고 오토릭샤를 잡아타고 터미널로 향했다.

이방인을 쫓아다니는 천진한 인도의 아이들. ⓒ전윤선

자이살메르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오토릭샤를 타고 15분정도 가야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자이살메르 행 버스가 언제 떠나는지 티켓은 남아있는지 확인하고 티켓을 사고 짐을 버스에 실어놓았다. 화장실이 급해 R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볼일을 보고 나오니 나머지 일행이 없어졌다.

영어도 서툴고 낯선 곳에 R과 나, 둘만 남아있으니 불안한 마음에 앞이 캄캄해졌다. 터미널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버스는 5분전에 떠났다고 한다. 아뿔싸, 이를 어째 졸지에 국제 미아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다행히 여권과 돈은 각자가 소지하고 있었지만 난감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터미널 관계자는 자이살메르 행 버스가 곳 있으면 출발하니 기다렸다고 타고 가란다. R과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삼십분쯤 지났을까. 일행 중 한명이 오토릭샤를 타고 나와 R이 있는 터미널에 온 것이다. 나와 R이 화장실 간 것을 모르고 버스는 그냥 출발해서 한참을 달리다보니 나와 R일 없어진 것을 그제야 알아차린 것이란다. 일행은 버스기사와 싸움을 하다시피 하여 가는 버스를 도로 한복판에 세워놓고 불이 났게 오토릭샤를 타고 나와 R을 데리러 온 것이다. 어찌나 반갑던지 얼른 오토릭샤에 올라타 버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일행이 있는 버스에 올라타니 그제야 긴장된 마음이 풀리면서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 물 한잔을 마시고 국제 미아가 될 번한 상황을 일행과 웃으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가며 버스는 사막을 달리기 시작했다.

인도의 버스기사. 오른쪽이 메인기사이고 왼쪽이 보조기사이다. ⓒ전윤선

한참을 달렸을까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났다. 운전기사는 차를 세우고 밖으로 급히 나가 살펴본다. 사막 한 가운데에서 버스바퀴가 펑크가 난 것이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가 사태파악에 나섰고 일행도 따라 내렸지만 나는 뜨거운 사막의 태양을 피할 길 없어 그냥 버스에 앉아있었다. 예비 타이어가 없어 버스회사에 직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인도인들은 시간관념이 정확하지 않다 버스나 기차 등 제 시간에 맞춰 오고가는 것은 드물고 장거리를 달리는 것이 허다하여 운전사가 두세 명씩 교대하며 운전을 한다. 그들에게는 운전자의 시간이 곧바로 승객의 시간인 것이다. 한마디로 엿장수 아니 운전자 마음인 것이다.

차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방인이 신기한지 인도승객들이 연신 나에게 말을 건넨다. 어느 나라에서 왔냐. 인도는 어떠냐. 등 많은 것을 궁금해 하여 국제공통어인 몸짓과 표정 그리고 어쭙잖은 영어로 짧게 대답해 주었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밖은 쏟아지는 태양을 받으며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버스타이어 교체에 비지땀을 흘리고 지나가던 현지학생들이 이방인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며 아우성이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버스는 다시 출발을 한다.

인도의 사막 한가운데서 고장이 난 버스. ⓒ전윤선

사진을 찍어달라는 인도의 학생들. ⓒ전윤선

일행이 자이살메르 성에 도착한 시간은 늦은 저녁이었다. 버스가 정차하자 짐을 들어주는 현지 포터와 품삯을 두고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진다. 포터는 15루피는 받아야한다고 하고 우리는 처음 계약한 10루피 밖에 줄 수 없다고 옥신각신하다 서로 협의를 해 13루피에 마무리 지었다.

버스에서 내려 성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가로등 불빛만이 일행을 비취고 있고, 캄캄한 성 밖에서는 호객꾼들이 서로 자기네 숙소에 묵을 것을 권유하며 일행을 끈질기게 따라 붙는다.

성은 조명을 받아 붉게 빛나고 암석을 네모반듯하게 깎아놓은 성안의 길은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길이 들어 매끄럽고 반질거려 발길을 옮길 때마다 기분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성 안의 게스트하우스인 수리아에 짐을 풀며 먼 길을 달려오느라 먼지를 뒤집어쓴 몸을 깨끗하게 씻어낸다.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성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식당을 찾아 나선다. 티베트 풍의 레스토랑 에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 돌아와 잠자리에 들 채비를 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예전엔 누가 이 성에 살고 있었을까 반문해본다.

자이살메르 성의 야경. ⓒ전윤선

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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