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식장인 국회 전경. ⓒ카메라 포커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날 아침 여의도 일대의 차량을 통제한 탓인지 여의도로 출근하는 사람과 취임식장에 가는 사람들로 지하철은 한마디로 지옥철이 되어버렸다. 오전 8시 나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국회로 향했다. 국회로 향하는 시민들의 발걸음들은 가벼워 보였지만 나는 무거웠다. 이른 시각이었는데도 여의도 공원을 지나면서 사람들의 무리가 보였다.

내가 국회로 가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하여 가는 것은 아니다. 1인 시위를 하기 위해서이다. 취임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시민들에게 장애인의 문제를 알리고자 해서이다. 나는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사무실에 들려 시위 패널을 가지고 국회로 향했다. 국회 앞 도로는 폴리스라인으로 통제되었고 전경들이 폴리스라인 앞에 줄지어 있었다. 그리고 국회 앞 건물 골목골목 사복경찰들이 지키고 서있었다. 어떤 곳에는 사복경찰들도 떼거리로 몰려다니기도 했다. 국회 주변에 5천여 명의 경찰을 배치되었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9시 30분 국회건너편 도로 앞에 1인 시위 패널을 들고 섰다. 사복경찰이 몇이 재빠르게 내게 달라붙었다. '이러면 안 된다', '오늘 같은 날 1인 시위를 하면 어쩌겠느냐…', '이런 식으로 나오면 찍혀서 앞으로 활동하는데 애로가 있다' 는 등 회유와 협박이 이어졌지만 나는 그들의 말을 따를 수가 없었다.

나도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을 웃으며 축하하고 싶고, 1인 시위라는 행위를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의사표현을 안하면 새롭게 들어서는 정부에서 장애인들의 권리를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힘이 없는 내가 철옹성 같은 새 정권에 맞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1인 시위이기 때문이다.

인수위원회 홈페이지에 장애인의 접근을 가로막은 것을 항의하며 시작한 1인 시위는 오늘로 벌써 27일째다. 1인 시위를 하게 된 동기는 첫째, 인수위원회 홈페이지에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한 것에 대한 항의였다. 둘째, 정부조직개편안에 장애인 등 정보소외계층 문제를 행정안전부로 이관하여 방송접근 정책과 소외계층 접근정책을 이원화해버린 것에 대한 부당함 때문이다.

대통령 취임식장인 국회 앞 1인 시위. ⓒ김철환

1인 시위의 동기가 되었던 인수위원회 홈페이지 접근문제는 홈페이지가 첫 문을 연 1월 초순부터 문제제기가 되었던 것이다. 1월 중순과 하순 두 차례에 걸쳐 장애인정보문화누리가 공문을 통하여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수정을 요구했고 답변이 없자 인권위원회에 진정까지 낸 사항이다. 하지만 인수위원회가 문을 닫는 지금까지도 장애인의 접근을 위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고 홈페이지 어디에도 장애인들에 대한 사과한마디 없었다.

또한 1월 16일 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법개편안을 확정, 발표한 바 있다. 이 개편안에는 현재 정보통신부가 맡고 있는 소외계층의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업무를 행정안전부로 옮기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 내용을 보면서 장애인의 정보접근 문제와 정보해소 정책 시스템을 인수위원회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보격차해소 정책과 방송소외계층정책을 이원화 했을 경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애인의 정보격차 문제는 구성되는 방송통신위원회로 가야한다고 여러 경로를 통하여 이야기했지만 지난 22일 우리의 요구가 반영이 안 된 상태에서 정보조직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해버렸다. 줄기차게 목소리 높였던 우리의 목소리가 허공의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국회 앞은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고 초청장이 없어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방법이 없나 기웃거렸고, 안 들여보내 주냐고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 경찰들에게 손바닥에다 무엇인가를 쓰며 들여보내 달라고 떼를 쓰는 농아인, 들어가지 못했지만 행사장 광경을 보려 망원경으로 국회의 내부를 살피려는 사람들,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국회 앞은 인산인해 그대로였다.

1인 시위를 하는 모습이 이상한지 자꾸 내 얼굴을 쳐다보는 사람들, 시위 문구를 열심히 읽어 내려가는 사람들. 기사거리가 될까 싶어 수첩에 적어가는 기자들, 시위하는 이유를 묻다가 관심 밖의 이야기라 생각해서인지 바쁘다며 황망히 자리를 뜨는 기자들, 대통령 취임식장에 1인 시위라는 이색풍경에 나를 사진기에 담아가는 사람들…. 1인 시위를 하는 나는 말 그대로 동물원의 원숭이였다.

대통령 취임식이 시작되고 10여분이 좀 넘었을 무렵, YTN 기자가 1인 시위하는 모습을 스케치 하고, 어느 신문사인지 모를 기자에게 1인 시위를 하는 연유에 대하여 말하는 도중이었다. 청와대 경호팀이라 말하는 경찰과 5~6명의 경찰이 내 주변으로 와서 취재하는 것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청와대 경호팀이라고 밝힌 경찰이 ‘끌어내’라는 명령과 함께 전경들이 나를 국회 반대편으로 밀쳐냈다. 나는 밀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서너 명의 경찰에 붙들린 상태라 질질 끌려가다시피 나는 국회 반대쪽으로 밀려났다.

끌려가면서 나는 1인 시위의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경찰들은 막무가내였다. 나는 경찰에 둘러싸여 갇혀버렸다. 그때 청와대 경호팀이라고 밝힌 경찰이 내손에 들고 있던 1인 시위 구호가 적힌 패널을 빼앗고는 부셔버렸다. 그러고는 비웃듯이 ‘잘했어’라고 내뱉는다. 그가 내뱉은 말이 순간적으로 내 가슴에 못처럼 꽝 박혔다. 가슴이 너무 아려왔다. 세상에 이럴 수 있나하는 생각에 울컥했다.

국회 안 취임식장에서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고, 다 함께 건강하고 편안한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장애인들에게도 더 따뜻한 배려와 함께 더 많은 기회를 주고자 합니다”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사가 머나먼 나라에서 전해오는 메시지처럼 아련히 들려온다.

내가 갇힌 옆, 경찰의 무리 속에서 나를 찍던 YTN 기자가 경찰들의 험한 취재 방해에 항의를 하고 있다. 나를 취재하던 신문기자가 밖에서 내 이름을 묻는다. 나를 따라오던 기자 한사람도 경찰의 포위망에 갇혔다. 세상이 온통 갇혀버렸다. 하늘을 올려다봤다.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 듯 하늘이 잔뜩 흐려 있다. 하지만 눈도 비도 오지 않는다. 눈물이 나올 것 같은데 나오지 않는 눈물처럼 찌푸린 하늘이 너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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