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이후 첫 번째 설이 지나갔다. 당사자인 나는 물론, 가족들 모두 쉽지 않은 명절이었지만 처음 장애 판정을 받았을 때보다는 많이들 유연해진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명절도 지난 추석 때처럼 차례 상을 앞에 두고 아우들, 조카들 궁둥이만 바라보며 조상 모시기를 대신하고 말았다.

돌아가는 길. 성남에서 시화까지는 불과 100킬로미터도 되지 않는 짧은 거리. 아우토반에 비견될 만큼 잘 만들어진 판교 일산 간 도시 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하면 한 기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어느 정도 도로 체증은 예상했지만 톨게이트 멀리부터 밀리는 차량이 익숙한 명절 뒤끝의 풍경을 말해 주고 있었다.

거북이걸음으로 도착한 청계산 톨게이트. 쌩하는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하이패스 구간의 차량을 보면서 그만 울컥 짜증이 치밀었다.

지난 가을, 하이패스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며 한국도로공사에 본 건에 대한 문의를 한 적이 있었다. 도로 공사 측 담당자는 아래와 같은 장애인 혜택차량 하이패스 이용불가 답변서를 보내왔다. 이유는 딱 하나. 본인 확인이 어렵다는 것. 그러나 톨게이트 지나며 장애혜택이 가능한 탑승자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를 본 적은 여태껏 단 한 번도 없었다.

도로공사는 이미 정해둔 모범 답안을 뽑아 민원에 대응하는 수준에만 머물러 있고 문제 해결의 의지는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사실 도로에서의 신속한 주행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더욱 절실하다.

이미 성치 않은 몸은 수시로 자세 변화를 요구하는데 좁은 차 안에서 그럴 기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아마도 하이패스 이용을 장애인에게 오픈하지 못하는 것이 재정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의지다.

장애인의 바람을 징징거림 정도로 여기는 한국 도로공사. 우리들의 바람은 징징거림이 아니라 간절한 생활의 필요이다. 한국 도로공사는 480만 장애인들의 바람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하이패스 이용을 허용하기 바란다.

한국 도로공사의 하이패스 민원에 대한 회신 내용

장애인 차량 하이패스 차로 이용 감면제도와 관련하여 요구하신 자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회신하여 드립니다.

1. 민원요지, 민원발생 원인 및 경위

□ 민원요지 : 장애인 차량 하이패스 차로 이용 감면혜택 요청.

□ 민원발생 원인 및 경위

o 민원인은 현재 장애인 할인카드 사용자로서 고속도로 통행료 50%를 감면받는 혜택자임.

2. 검토의견 및 향후대책

□ 검토의견

하이패스 시스템은 무인, 무정차 통행료 정산시스템으로 장애인 본인 탑승여부, 식별표지 부착여부, 할인카드 본인 사용여부 등 본인확인 여부가 불가함으로 장애인 차량은 하이패스 차로 이용 감면혜택이 불가함.

□ 향후대책

장애인 차량의 감면 혜택은 본인 사용여부 확인이 필수항목 임으로 하이패스 차로 이용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며, 요금소 지․정체 해소 및 교통소통 노력 등으로 이용 불편에 최소화 하겠으며, 추후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음.

[제2회 에이블퀴즈]퀴즈를 풀면 선물과 지식이 팍팍!!

[리플합시다]장애인들은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에게 이것을 바란다

1958년 서울 출생. 초등학교 시절, 전후 베이비붐 1세대답게 오전반 오후반을 넘어 저녁 반까지 나뉠 정도로 유달리 많은 또래들과 부대끼며 살았다. 늘 그렇듯 살아간다는 것은 주연과 조연의 적절한 배치. 안타깝지만 그 많은 또래들과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주목받은 적이 없는 그림자 인생이었다. 많은 이들이 시대의 훈장으로 여기는 민주화 시절도 공중전화박스에 숨어 지켜보는 것으로 흘려보냈고, 그때의 투사들이 역사의 주인공으로 나섰던 참여정부의 시대도 내게 주어진 역은 노동과 식량을 바꾸는데 익숙한 도시노동자. 하지만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주연들만의 이야기가 될 수 없다는 것, 바로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 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그들에게 글을 읽는 작은 재미를 드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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