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행 비행기 안이다. 지금 구름바다 위를 매끄럽게 달린다. 저 멀리 하얀 구름이 하늘바다를 이루며 솜사탕 같은 뭉게구름만이 하늘의 주인이다. 홍콩을 거쳐 델리까지 한참의 시간이 지야 도착할 것이다. 구름바다 밑으로 파란바다가 보이더니 저 멀리 어둠이 하늘들 뒤덮기 시작한다. 하늘과 가까이 날으니 별이 손에 잡힐 듯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드디어 델리도착, 시간은 21시 30분(델리시간)을 지나고 있다. 처음 마주한 델리공항은 왠지 낯설지 않다. 한국의 칠십년 대 허름한 버스터미널을 연상케 하고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회귀한 듯하다. 그렇게 인도와의 첫 만남이 이루어지고 날이 어두워 공항 밖으로는 위험하여 나갈 수 없다는 일행의 의견에 공항로비에서 하룻밤을 묵고 새벽에 델리시내로 나설 것이다.

기온은 후덥지근하고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온 탓에 일행은 저마다 피곤에 지쳐있다. 대합실 로비, 의자에 걸터앉아 새벽을 기다리고 있다. 꼬박 열 두 시간 하늘을 날아온 인도, 마음은 차분하고 고요하다. 낯설지 않은 유색인종의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공항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화장실도 가보았다. 화장실을 관리하는 인도여인은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깔끔하게 구석구석 정리정돈하고 있다. 공항대합실 안에는 수동휠체어들이 나란히 오가는 승객들을 주시하고 있다.

이 낯설지 않음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안산 시화)에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늘 함께 이웃하여 삶을 살아가는 국경 없는 마을이 있는 탓에 가까운 동네어귀에 와있는 듯 한 묘한 풍경에 델리는 그렇게 내게로 성큼 다가 와 있다. 새벽을 기다리며 공항에 비치돼있는 지도를 펼쳐보았다. 지도를 구석구석 살펴보며 그렇게 신 새벽이 오길 기다며 시간은 흘러 첫 번째 델리에서 아침을 맞는다.

인디아 공항에서 새벽이 오길 기다리며. ⓒ전윤선

새벽 4시 공항을 빠져나온다. 공항밖엔 택시와 싸이클릭샤, 오토릭샤 등 이동수단이 즐비하게 손님을 기다리며 대가하고 있다. 일행이 공항 밖을 나가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서로 자기네 이동수단을 이용하라고 아우성이다. 아니 전쟁이다. 밤새 공항 밖에서 추위에 떨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택시기사들은 수백 명에 가까운 인원인 듯하다.

우린 인도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택시들과 흥정하여 일행은 짐을 실고 택시를 잡아탔다. 그런데 택시는 정원이 없다. 사람이건 짐이건 태울 수 있는데 까지 타는 것이 인도의 택시라는 것이다. 정원이 4명인 우리나라의 택시와는 개념부터 다르다. 일행이 여섯인데다 짐까지 하면 두 대에 타도 모자랄 판에 한대의 택시에 몽땅 타고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묵는 거리인 파하르간지 향한다.

파하르간지 거리는 델리 역 근처에 위치해 있어 택시기사들은 델리 역 까지만 여행자를 태워다 준다. 델리 역으로 가는 택시는 죽음을 향해 달리는 폭주 기관차 같다. 어둠이 채 가시기전 델리의 풍경은 충격 그 자체이다. 신호등 없는, 차도 총알처럼 질주하는 택시, 인도와 차도가 구분 없는 거리, 새벽이슬을 맞으며 잠에서 채 깨어나지 못한 인도의 노숙인들, 폭주기간차를 타고 가는 동안 가슴은 콩닥콩닥 심장은 터질 것 같고 밖은 무단횡단을 일삼는 사람들 그 사람들 사이로 큰 경적소리를 내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택시. 아 멀미가나 구토가 솟구치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며 마침내 델리 역에 입성하였다.

인도의 첫 모습. ⓒ전윤선

도착한 델리 역엔 사람의 물결이 홍수를 이룬다. 여행자를 알아보고 벌 떼처럼 달려드는 호객꾼들, 전쟁이 막 끝난 것 같은 폐허 같은 건물들… 토할 것 같다. 거리는 온통 쓰레기더미로 뒤 덥혀있고, 사람들이 버린 오물 화장실이 특별이 없는 거리 여기저기에서 바지만 내리면 그곳이 바로 화장실이고, 소가 배설해 놓은 배설물들 개떼의 배회, 이런 도시에서 삶을 살아 내기위한 사람들의 처절한 투쟁, 아니 전쟁이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거리를 활보한다. ⓒ전윤선

내게 보인 인도의 첫 모습은 고행, 바로 고행이다. 속이 울렁거린다.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안고 일행이 묵을 게스트하우스 찾아 여행자 거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역에서 채 오백 미터도 안 되는 여행자 거리는 간밤에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거리를 장식하고 있고 추위와 가난에 지친 노파는 나를 향해 가냘픈 손을 내밀고 고개(라마스테-신의 축복이 당신과 함께하기를)를 숙이며 신의 축복을 기원해준다. 모른 채 할 수 없어 공항에서 환전한 인도 루피를 노파에게 건넨다. 그렇게 나는 인도의 수도인 델리에 도착하여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인도는 미치거나 혹은 나쁘거나.

여행자 거리 빠하르간지. ⓒ전윤선

[리플합시다]장애인들은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에게 이것을 바란다

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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