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 모양의 부들열매 한 대에 35만개 이상의 종자가 달려있습니다. ⓒ김남숙

부들은 단자엽식물 즉, 외떡잎식물입니다. 속씨식물 중의 한 무리이며 이에 속하는 식물로는 부들목, 택사목, 벼목, 사초목, 천남성목, 닭의장풀목, 골풀목, 백합목, 생강목, 난초목 등이 있습니다.

부들은 습지에 자라는 다년생 풀입니다. 뿌리는 하얀색으로 옆으로 뻗으며 수염뿌리입니다. 원줄기를 완전히 감싸는 선형의 잎은 나선형으로 자랍니다. 7월에 피는 꽃은 많은 종자를 맺기 위하여 꽃잎마저 만들지 않습니다. 수술로만 이루어진 수꽃이 위에 달려 암꽃 보다 먼저 피고, 암술로만 이루어진 암꽃은 아래쪽에 달려 수꽃이 진 다음에 핍니다. 자가 수정을 피하기 위한 꽃의 전략이지요.

선형의 긴 잎은 나선형으로 자라기 때문에 동남풍이든지, 북서풍이든지, 동서남북 어디서 오는 바람이라도 가느다란 부들의 잎을 쓰러뜨리지 못합니다. 나선형으로 자라는 부들의 잎이 바람의 길을 열어놓았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다가와 자신을 쓰러뜨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저 지나갈 뿐인 것을 아는 것이겠지요. 바람이 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 자기를 지키는 한 방법입니다.

또한 진흙바닥, 물속에서도 부들은 썩지 않습니다. 자신의 속 칸칸을 비워내기 때문입니다.

소시지처럼 생긴 부들 이삭 한 개에는 35만 개 이상의 씨앗이 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5만 개의 씨앗이라면 어느 정도일까요? 부산시민의 1/10에 해당되는 인구이며, 평택시나 구미시 전체 시민과 맞먹는 수입니다.

이 무수하게 많은 씨앗이 터져 바람에 날리어 뿌리를 내릴 땅을 찾아가는 것, 그 긴 여행은 인간의 삶의 여정과도 같습니다. 물을 만나야 살 수 있으니 가벼운 솜털 날개를 펼쳐 바람결에 운명을 맡깁니다.

어떤 것은 도로에 떨어져 배수관을 따라 하수처리장으로 가고, 어떤 것은 물가에 떨어졌지만 새들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것들은 물웅덩이를 만나 싹을 틔웠지만 그 곳이 그저 빗물이 잠시 고인 곳이라면 부들이 생존할 수 있는 터전은 되지 못합니다.

부들이 생존하기 위한 터전을 찾는 비율은 개구리 알 2000개 중 어른개구리가 되는 것은 단지 열 마리뿐인 것과 같은 정도일 것입니다. 인류사회에 있어서도 성공한 사람은 전체 인류의 단 1%라고 말합니다. 그 성공을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는 우리 인간의 고행과 같은 부들의 운명은 열매 한 대에 35만개의 종자를 맺는 에너지의 결집을 만들어 냅니다.

부실한 종자가 없도록 대에 붙어있는 동안, 촘촘한 부들 이삭에는 비가 스며들 공간이 없습니다. 씨앗이 모두 영글어 바람에 날리기 직전까지 키를 맞추어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여 삐어져 나온 것 없이 그렇게 촘촘하게 수십만이 하나를 이루는 놀랍고도 경이로운 모습으로 조화를 이룹니다.

7월에 핀 수꽃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입니다. ⓒ김남숙

한 겨울, 부들 열매는 손만 살짝 대도 이렇게 터져 바람에 날개를 펼칩니다. ⓒ김남숙

수십만개의 종자가 한데 모여 영글어 이제 바람에 운명을 맡깁니다. ⓒ김남숙

촘촘한 부들이삭이 영글때까지 비가 스밀 공간도 없이 단결합니다. ⓒ김남숙

위에 달린 것이 수꽃이고, 아래달린 것이 암꽃입니다. ⓒ김남숙

부들잎을 갈라보면 속이 이렇게 칸칸으로 나눠져 있고 비어 있습니다. ⓒ김남숙

김남숙은 환경교육연구지원센터와 동아문화센터에서 생태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서울시청 숲속여행 홈페이지에 숲 강좌를 연재하고 있다. 기자(記者)로 활동하며 인터뷰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숲에 있는 나무와 풀과 새 그리고 곤충들과 인터뷰 한다. 그리고 그들 자연의 삶의 모습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한다. 숲의 일상을 통해 인간의 삶의 모습과 추구해야 할 방향을 찾는 김남숙은 숲해설가이며 시인(詩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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