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타고 다니는 전동 휠체어가 위험천만의 폭발물이라고 생각해본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비행기를 탈 때 전동휠체어는 폭발물 등으로 취급되고 있다. 그래서 출장이나 행사 그리고 해외여행으로 본인이 전동휠체어를 타거나 전동휠체어를 탄 일행과 함께 국외에 나가본 분들은 다소 당황스런 경험을 하게 된다. 비행기 티켓을 받고, 짐을 부치다 보면 우선 타고 있는 전동휠체어를 수화물로 부쳐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국내 항공사들의 경우에는 기내 입구까지는 전동휠체어를 사용하고 입구에서 다른 휠체어로 갈아타면서 마지막 짐으로 부치도록 해주기도 한다. 이 경우에 배터리는 분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좀 나은 편이다. 어떤 국외 항공사의 경우에는 아예 화물운송까지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전동휠체어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바로 전동휠체어의 배터리 때문이다. 항공사에서는 1차 전지(건전지, 비충전) 및 2차 전지(배터리 충전용) 등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폭발성이 상존하고 있는 물건으로 분류하여 항공법 제 61조에(폭발물 등의 운송 또는 휴대의 금지)에 의거 항공운송 및 휴대를 제한하고 있다. 현재 전동휠체어에 사용되는 것은 주로 니카드 전지, 니켈 수소 전지 등인데, 이는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서 자발적으로 폭발될 위험성은 없지만 전지를 단락(쇼트, 합선 등) 시키게 되면 큰 폭발이나 대형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테러집단의 테러 물품으로 사용될 가능성이나 기체의 흔들림에 따라 폭발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면, 니카드 전지는 1980년대 후반에 발명되어 고출력이 요구되는 산업용 및 군사용도에 사용되고 있고, 니켈수소전지가 등장한 이후에는 그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전지이다. 주로 각종 산업용기기에 사용되고 전동휠체어에도 일부 사용되고 있다. 니켈 수소 전지의 경우 90년대 초에 상용화되었으며 각종 산업용기기, 전동휠체어 그리고 차세대 전기자동차의 연료 전지로도 검토되고 있다.

그렇다면 기내 반입이 가능한 노트북이나 휴대폰 배터리는 괜찮은 것일까? 노트북이나 휴대폰에 장착되는 것은 리튬이온전지이다. 리튬이온전지는 2000년 이후에 양산된 것으로 전자에 설명한 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으며, 최근 휴대폰 배터리가 폭발했던 경우처럼 자체 폭발 가능성은 상당히 있다. 핸드폰, 휴대폰, 노트북, PDA 등 휴대용 기기에 주로 활용된다. 그러나 리튬이온전지는 단락에 대한 보호회로가 일차적으로 있으며, 특성상 소형이라는 점 때문에 반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사실 전지의 종류, 특성, 구조까지 이해하고 전동휠체어를 구입하여 활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또 항상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당사자 입장에서 볼 때 전동휠체어는 단순히 노트북이나 휴대폰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노트북이나 휴대폰은 잠시 사용안하면 그만이지만, 전동휠체어는 잠시 사용을 하고 안하고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꼭 활용할 수 밖에 없는 보조공학기기이다. 무조건 전동휠체어를 기내반입해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비싼 요금을 내고 타는 비행기인 만큼 국내 항공사처럼 입구까지는 타고 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는 당연히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점차 전동휠체어를 활용하는 장애인이 많아지면서 전동휠체어 배터리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더 많아질 것이다.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조사와 함께 가볍고 안전한 휠체어 배터리 개발이 함께 이루어지길 바란다.

세계 최고를 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첨단 과학 기술은 놀랄만한 경지에 이르고 있다. 눈부신 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이롭고 편리하게 할 수 있으며, 특히 장애인에게는 지금까지 하던 일들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거나, 하지 못했던 것을 가능하게 하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칼럼에서는 장애인, 가족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에게 관심과 정보의 부족으로 알려지지 못한 보조공학과 지원 제도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현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보조공학센터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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