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7일부터 20일동안 서울 코엑스에서 ‘2007 대한민국 공공디자인엑스포’가 있었다. 이 날 행사에는 전국각지의 지자체들, 공공디자인관련협회, 업체, 현재 공공디자인사업을 실행하고 있는 지역사례, 공공디자인공모전 당선작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진행되었다. 거리, 공원, 도시쉼터 공간 등 공공영역에 속하는 환경개선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디자인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영입되어 구체화되고 있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공공디자인의 주요 취지는 국가의 질적 선진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공공환경을 쇄신하여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독자들도 과거 이런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종종 해를 넘기기 전에 시민들이 보행하는 인도위의 멀쩡한 보도블록들을 후벼 파 새로 블록을 깔고 있는 광경. 필자도 그런 광경을 볼 때마다 ‘왜 국민의 세금을 저런 식으로 밖에 쓰지 못할까?’ 하고 불만을 가진 적이 있었다. ‘공공디자인의 붐’은 이제껏 관행적으로 처리된 공공영역 예산을 다시금 ‘시민들이 생활하기에 편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초점을 두고 국가차원에서의 대대적인 공공환경혁신 시도다.

쉬운 예로 청계천 주변상업지역의 간판사인들이 예전에 비해 일목요연하게, 난잡하지 않게 정리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디자인의 이러한 긍정적인 취지에 비해 이번 제1회 공공디자인전시는 자칫 공공디자인을 모르는 관람객들에게 자칫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주는 우려를 보였다.

동탄신도시의 거리환경모형. 벤치의 재질이나 사용편의 관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정지원

예를 들면 이번 전시회에서 한국토지공사개발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는 ‘도시갤러리’란 주제의 화성 동탄 신도시 공공디자인사례다. 화성 동탄 신도시 프로젝트는 다양성이 공존하는 동탄의 거리문화를 디자인함에 ‘휴식공간이 있는 거리’, ‘보행위주의 편안한 거리’, ‘즐겁고 안전한 거리’, ‘세대/인종/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거리’를 세부내용으로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 날 전시부스에는 실제 화성 동탄신도시에 설치되어 있는 공공시설물들인 벤치, 버스정류장, 육교, 볼라드 등이 실물과 같은 형태로 축소모형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필자는 모형들을 보면서 ‘과연 장애인이든, 어린이든 다양한 사람들이 모두 편안하게 거리를 걷고 쉴 수 있는 공간인가?’ 에 물음표를 던졌다.

한마디로 벤치, 버스정류장 등 시설물들이 너무 지나치게 심미적인 요소에만 치중하여 자칫, 다양한 사용자층(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등)에 세심한 사용배려가 결여되어 보였다. 실제 모형들을 보면서 필자가 느낀 것은 디자인된 벤치 등이 다양한 사용자들의 사용을 우선적으로 감안했다기보다는 미적인 형태만을 치중하여 자칫 보여주기식의 거리 디자인으로 느껴졌다.

동탄신도시 버스정류장모형. 비장애인 보행자나 전동휠체어사용자의 이용편의도 고려되어야 하나 비장애인보행자의 보행에도 협소해 보인다. ⓒ정지원

물론 ‘도시갤러리’ 구현이란 자체가 공공환경에서 과거 삭막하고 건조한 도시 이미지에서 벗어나 마치 갤러리 공간을 걸어 다니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시민들에게 미적인 쾌감과 감성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의도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중요한 비중으로 다뤄져야 할 부분은 신체의 특성이나 크기, 능력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게 공유할 수 있는 거리환경창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설치되는 공공시설물하나하나에 편안함과 안전성 등이 충분히 실험되어져야 하고 검증된 이 후 설치되어져야 함이 전제된다.

공공디자인영역은 특히 유니버설디자인관점에서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영역이다. 왜냐하면 다양한 시민계층이 이용하는 공공환경은 그야 말고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충족되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하나의 유행처럼 일고 있는 공공디자인사업, 이에 전국각지의 지자체들도 적극적으로 공공디자인을 시행하기 위해 경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걸음 뒤로 물러나 다시 한번 본질적인 시행의도를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공공디자인인가!

동탄신도시 벤치의 모형. ⓒ정지원

동탄신도시 벤치의 실물. 재질면에서도 고려되어야 한다. 차가운 금속성 재질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지원

동탄신도시 도시지도 안내판모형. 도시지도 안내판의 지명들이 고령자에게나 시력이 저하된 사람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정보제공인지 고려되어야 한다. ⓒ정지원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정지원은 지난 3년간 자립생활운동(IL)에 관심을 가지고 장애복지현장에서 일하며 신체의 장애가 아닌 생활환경의 장애가 더 큰 자립의 걸림돌임을 체험하며 디자인과 연관하여 ‘모든 이들을 위한 디자인’인 유니버설디자인의 보급·확대가 절실함과 더불어 IL이념과도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든 사람들이 특별한 존재로 취급되지 않고, 편리하고 윤택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나 제품을 디자인한다는 개념의 유니버설디자인을 소개하며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이화여대 학사·석사를 졸업했고, 현재 경성대 유니버설디자인 전공 박사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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