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몸무게가 1kg만 더 나갔었다면 당신은 아마 그 자리에서 즉사 했을 것입니다."
응급실에 실려 가서 간신히 의식이 돌아왔을 때 내가 맨 처음에 들었던 말이다. 퇴근길에 당한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 중앙선을 넘어오던 자동차가 신호를 기다리고 서 있던 내 차를 덮쳐 버렸다. 교통사고는 나의 인생을 바꾸어 놓고 말았다. 나는 그나마 목발을 의지해서 간신히 걸을 수 있었던 것도 영영 걸을 수 없게 되었으며 다시는 운전대를 잡을 수 없게 되었다.
“당신은 평생 누워서 지내야 합니다.”
찾아가는 병원마다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교통사고는 사고당시의 부상보다 후유증이 무섭다는 말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척추수술한 곳에서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침대에 누워서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 나에게 다시 그 남자가 다가왔다. 예전의 간호를 해주던 그때의 모습으로 남자는 다시 나의 간호를 또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어머! 세상에! 저런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니? 이번에 퇴원하면 꼭 결혼해라.”
그 남자와 나의 결혼을 반대하던 모든 사람들이 그 남자의 그런 모습에 감동받기 시작했으며 우리의 결혼을 두 손 들고 환영하기 시작했다. 가장 어려울 때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평생을 함께 해도 좋을 것이라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달랐다. 평생 누워서 지내야 되는 몸으로 결혼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런 짐을 그 남자에게 지게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나와 함께 투병생활을 해주었고, 하나님께서 감동하셨는지 우리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내가 통증 없이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24시간 나를 괴롭혔던 통증에서 해방되면서 나는 다시 일어나 앉아 있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다시 걸을 수는 없었다. 나는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 감사했다. 나는 다시 결혼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결혼……. 그 두렵고 무서운 길을 이제는 갈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어떤 고난이 닥쳐도 내가 투병했던 일 년 반보다 더 나쁘지는 않을 것이며 어떤 시험이 오고 바람이 불어도 흔들림 없이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내가 지나온 모든 길, 그리고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그 어떤 고난보다도 더 크고 강한 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그 다음해에 나는 드디어 꿈결같이 곱고 예쁜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