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의 장애인 편의시설 정보를 알려주는 사이트.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주부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이수용

모처럼 친구와 나들이를 했습니다. 갈 때는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했죠. 그런데 돌아갈 차량 연결이 안된답니다. 전화통을 붙잡고 사정사정하다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어, 여기는 엘리베이터도, 리프트도 없네.” 20분을 달려 도착하니 가파른 계단이 전동휠체어의 앞을 막습니다. 역무원은 나와보지도 않네요.

헐레벌떡 뛰어갔다온 친구가 전합니다. 다음 역에 엘리베이터가 있으니 그리로 가란다나요. 으, 열 뻗쳐! 입씨름하기도 한두 번이 아니고 만약을 위해 준비부터 단단히 하는 건데. 누구, 엘리베이터 있는 지하철역은 어디 어디 있는지 나 좀 가르쳐 줘!

서울시에만 370여대, 전국적으로는 700여대로 늘어난 저상버스. 겉모양이 세련됐다나 승차감이 좋다나, 관심 갖는 시민들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저상버스 슬로프를 보고 누군가 그러네요. “이걸 몇 번이나 써먹어보겠어. 장애인이 저상버스 타는 거, 이제까지 딱 한 번밖에 못 봤다.”

장애인들의 이용률이 떨어지는 이유야 한둘이 아니죠. 그런데 뻔히 알려진 이유 외에 이런 것도 있지요. 어느 구간에, 몇 시에 운행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으니 언제 한번 타볼 엄두나 내겠냐구요.

영등포구 같은 데선 무료 저상버스를 운행 중이라는데요. 아는 사람만 알아서 타라는 거겠죠. 노선을 알 수 없으니.

이럴 때 꼭 필요한 게 있죠.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 조사. 몇몇 단체에서 보고서도 내고 홈페이지도 만들었는데요. 클릭해 보면 당장 이럴 때 써먹을 정보는 없네요.

대신에 제일 잘 되어 있는 사이트를 하나 발견했어요. ‘인터서브웨이’. 저만 빼고 모두 다 알고 계셨던 듯 싶은데요. 서울지하철공사에서 일하는 이수용 씨의 개인 홈페이지라 업데이트가 느린 것이 흠이지만 맘에 들어요. 지하철 몇 번 출구에 엘리베이터가 있는지도 알려주거든요.

요런 사이트 하나 좀 더 삼빡하게 우리 장애인 단체들이 손잡고 개발해내면 안될까요?

* 인터서브웨이 www.intersubway.com

“장애인에게 제일의 경력은 장애 그 자체”라고 말하는 예다나씨는 22세에 ‘척추혈관기형’이라는 희귀질병으로 장애인이 됐다. 병을 얻은 후 7년 동안은 병원과 대체의학을 쫓아다니는 외엔 집에 칩거하는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8년간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했다. 그 동안 목발을 짚다가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는 신체 변화를 겪으며 장애 경중에 따른 시각차를 체득했다.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와 정보를 챙겨보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 열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빠르게 치다가 현재는 양손 검지만을 이용한다. 작업의 속도에서는 퇴보이지만 생각의 틀을 확장시킨 면에선 이득이라고.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고 믿는 까닭. ‘백발마녀전’을 연재한 장애인계의 유명한 필객 김효진씨와는 동명이인이라서 부득이하게 필명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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