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전시장입구를 들어섰다. 이 전시 내용은 크게 3단계로 나눠져 있었다. 첫 번째 단계는 테디항구 도착, 두 번째 단계는 테디여객선 탑승, 세 번째는 테디세계여행 순이다.

첫 번째 테디항구 도착. 들어서자마자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음향효과였다. 갈매기소리와 여객선의 출발을 알리는 소리, 파도 소리 등이 뒤섞인 음향은 현장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잘된 점 하나! 시각장애인의 경우, 음성인식이 직접적으로 가장 좋은 정보수단임을 감안할 때 바다근처, 혹은 항구임을 알 수 있는 음향정보는 적절해 보였다. 그 외에도 어린아이들에게도 뭔가 신나고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었다.

아쉬운 점 하나! 비록 바다임을 암시하는 음향효과가 제공되긴 했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관람의 시작임을 알 수 있도록 간단한 점자정보나 음성정보가 없는 것이 애석했다. 비장애 관람객인 경우에도 한참 두리번거린 후에야 관람의 시작이 어디서부터 인지 알 수 있었다.

테디항구에서는 테디베어여행 전용 여권 판매대가 있어 관람객들이 이 여권을 가지고 다니며 전시장 코너들을 구경할 때마다 ‘여권스템프(도장)찍기’를 경험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실제로 어린 아동들이 많은 흥미를 보였다.

여기서 아쉬운 점 둘! 주 관람층인 비장애 아동들 외에 장애아동, 특히 시각장애아동(청소녕 포함)의 관람을 감안한 배려가 아쉬웠다. 예를 들어 코너별 여권스템프(도장)찍기와 관련하여 시각장애아동이 촉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돌출형 픽토그램을 여권스템프부스 옆에 함께 배치했다면 시각장애아동(청년) 뿐 아니라 비장애아동들도 오감을 통한 경험의 함께 어우러져 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쉽게 알 수 있게 배려한 전시구역의 테마별 제목을 점자정보나 돌출형 픽토그램(그림문자)등의 대안적인 서비스가 아쉽다. ⓒ정지원

두 번째 테디여객선 탑승. 두 번째 단계에서는 여객선내부임을 알 수 있도록 벽에 여객선 창문 그림들이 부착되어 있었고 여객선의 좌석들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어느 한사람도 그곳에 앉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부 조명 없이 소리 없는 스크린만 반복적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아쉬운 점 셋! 여객선 탑승은 본격적인 관람을 하기 직전의 단계로 이 단계에서 전시에 관한 순차적인 관람내용을 간략하고 쉽게 알 수 있도록 음성서비스나 안내원의 직접적인 설명이 제공되어졌다면 하는 점이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유도해줄 어떤 단서도 없어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해 보였다.

세 번째 세계여행. 본격적인 테디베어의 여행이다. 첫 번째 구역은 각 나라의 모습들을 테디베어인형들을 이용해 테마별로 연출해 꾸며놓았다. 전시물들의 가장 큰 특징은 테디베어 인형들에 연속적인 동작을 반복적으로 작동시킴으로써 동적인 이미지가 관람객에게 더욱 흥미롭게 다가가고 있었다. 테마별 테디베어를 비롯한 여러 동물모형의 연속적인 동작의 반복조작은 생각보다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잘 만들어지고 섬세하게 작동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가 나오게 하였다.

테디베어 어린왕자의 연속적인 동작들이 반복적으로 작동되고 있어 관람흥미를 더해준다. ⓒ정지원

아쉬운 점 넷! 그러나 몇몇 전시구역에는 아동들의 눈높이를 배려하지 않은 높은 위치에서 전시물이 설치되어 있어 아쉬웠다. 이는 곧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고령자, 그리고 유모차에 앉아있는 아이들의 시선에도 적합한지 고려해볼 문제이다.

아쉬운 점 다섯! 설치물의 파손을 염려하는 관리차원에서인지 관람객과 전시물간의 사이를 너무 넓게 거리를 두고 있어 좀 더 현장감 있는 감상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되도록 오감을 적극 활용한 감상을 염두에 두었다면 테마별 구역에서 대표할 만한 테디베어 인형을 아동들이 직접 만져볼 수 있게 하여 더욱 더 생생한 현장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또한 비장애아동 뿐 만 아니라 시각장애아동에게도 손의 감각을 통한 사물에 대한 인지능력을 높여주어 학습능력에도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 되었을 것이다.

성인도 목을 곧추세워서 안을 들여다보아야 보인다. 아동을 동반한 부모들 대부분 아동들을 안아서 보게 해주고 있었다. ⓒ정지원

설명표지판의 글씨가 적어 쉽게 읽혀지지 않았다. 또한 시각장애인도 내용을 알 수 있게 점자표기나 나라그림은 돌출형픽토그램으로 하여 촉각을 이용한 정보제공이 아쉽다. ⓒ정지원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정지원은 지난 3년간 자립생활운동(IL)에 관심을 가지고 장애복지현장에서 일하며 신체의 장애가 아닌 생활환경의 장애가 더 큰 자립의 걸림돌임을 체험하며 디자인과 연관하여 ‘모든 이들을 위한 디자인’인 유니버설디자인의 보급·확대가 절실함과 더불어 IL이념과도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든 사람들이 특별한 존재로 취급되지 않고, 편리하고 윤택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나 제품을 디자인한다는 개념의 유니버설디자인을 소개하며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이화여대 학사·석사를 졸업했고, 현재 경성대 유니버설디자인 전공 박사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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