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폭염으로 쉽게 지쳐버리는 요즘. 지친 일상을 벗어나 시원한 전시장을 찾았다. 부산의 명소 중에 하나인 백스코(BEXCO). 부산을 대표하는 국제종합전시장으로 해운대에 자리하고 있다. 필자는 몇몇 전시행사명들을 보며 그 중 하나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저녁 무렵 부산 백스코(BEXCO)의 외관일부. ⓒ정지원

‘테디베어와 함께 떠나는 크루즈 여행’ 인형에 그다지 관심이 많진 않았지만 어린아동들이 가장 많은 호기심을 보일 듯한 이 전시가 어떤 방식으로 연출되었을지 궁금했다.

1층 로비, 비교적 널찍한 공간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다니기에 충분했다. 로비 가장자리에 배치되어 있는 의자들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음료를 마시는 모습, 유모차를 끌고 가족단위로 구경하러 온 모습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1층 로비를 이리 저리 두리번거리다 유난히 눈에 거슬리는 것이 포착되었다. 아쉬운 점 하나! 찬밥신세가 되어버린 유도블록. 시각장애인 관람객을 배려하기 위해 설치된 노란 유도 블록은 마치 전시장에 애물단지로 비춰졌다.

1층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유도블록 위에는 전시행사를 선전한 입체광고물이 가로막고 있었고, 전시장을 들어가기 위한 입구는 유도블록이 저만치 떨어져 있어 시각장애인이 관람객으로 입장할 경우 완전히 따로국밥의 모양새였다.

유도블록을 가로지른 이동식 유도라인설치물. ⓒ정지원

시각장애인을 배려해서 테디베어 전시장임을 알 수 있게 한 정보 단서나 대안으로 장애인에게 이용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담 안내요원도 찾아볼수 없다. ⓒ정지원

전시장 입장을 위한 티켓매표소. 매표소 주변에는 어린이들이 엄마손을 잡고 호기심어린 눈동자들이 바삐 움직였다. 그 중 몇몇 아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표를 사고 싶어 하며 조르는 부모에게 조르는 아이들도 보였다.

여기서 아쉬운 점 둘! 매표소의 높이가 비장애인 눈높이를 기준으로 설치되어 있어 전동휠체어나 수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혼자서는 표를 구입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

또한 시각장애인관람객일 경우 표 구입에 편할 수 있도록 점자표기나 반입체 픽토그램 등을 이용한 정보인지의 단서들이 없어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구입이 불가능해 보였다.

약시장애인일 경우는 외형적으로 시각장애가 표시가 나지 않아 더 난감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앞서 묘사된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들을 배려하여 이들이 직접 표도 구입해 보는 적극적인 현장 체험을 유도할 수 있도록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매표소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비장애 성인 눈높이 기준으로 설치된 매표소와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가로막는 입체광고물. ⓒ정지원

필자는 표를 구입한 후 잠시 앉아 자판커피를 마시기 위해 의자를 찾았다. 1층 로비는 전체적으로 아주 넓은 공간에 비해 관람객들이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들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서 아쉬운 점 셋! 가령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앉을 만한 의자를 발견한다 하더라도 의자들이 건물 가장자리 위주로만 배치되어 있어 애써 한참동안 발품을 팔아야 하는 수고가 필요했다.

커피를 뽑아 잠시 쉴 겸 의자에 앉았다. 비록 의자들이 건물 가장자리에만 배치되어 있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의자주변 환경은 생각보다 심리적으로 편안한 감을 안겨주었다.

앉은 키높이에서도 화분의 식물들을 감상 할 수 있고, 또한 외부환경을 최대한 가까이서 편히 즐길 수 있게 되어 있다. ⓒ정지원

잘된 점 하나! 배치되어 있는 실내 장식화분은 휠체어 장애인이나 스쿠터를 이용하는 고령자도 보다 가까이에서 식물을 볼 수 있도록 화분의 높이가 앉은키 눈높이에 맞춰 놓여 있었고, 유리로 된 벽의 바로 바깥쪽은 잔잔히 물이 흐르도록 외부가 디자인되어 있어 아주 가까이에서 물의 시원함과 잔잔한 물의 파장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평안한 맘이 들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이는 누구나 편안한 맘으로 주변 환경을 기분 좋게 누릴 수 있도록 배려되어진 점으로 유니버설디자인관점에서 보더라도 나쁘지 않은 케이스이다.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정지원은 지난 3년간 자립생활운동(IL)에 관심을 가지고 장애복지현장에서 일하며 신체의 장애가 아닌 생활환경의 장애가 더 큰 자립의 걸림돌임을 체험하며 디자인과 연관하여 ‘모든 이들을 위한 디자인’인 유니버설디자인의 보급·확대가 절실함과 더불어 IL이념과도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든 사람들이 특별한 존재로 취급되지 않고, 편리하고 윤택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나 제품을 디자인한다는 개념의 유니버설디자인을 소개하며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이화여대 학사·석사를 졸업했고, 현재 경성대 유니버설디자인 전공 박사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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