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칼리지에서 상담학을 전공한 김소영씨. ⓒ김소영

어제 오랜 친구인 소영이와 전화 통화를 했다. 그녀는 중학교1학년 때 국가대표 체조선수가 되었고 86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체조선수 최종 선발전에 나가게 되어 이단 평행봉 연습 중 거꾸로 떨어지는 사고로 경추 4, 5번의 손상으로 전신마비 장애인이 되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내면의 큰 사랑과 아름다움을 가득채운 성숙한 여인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얼마 전 LA근교에 있는 '마스터스칼리지'(Master`s College)에서 상담학을 전공하고 5년 만에 귀국하였다. 간간이 여름방학 때 한 번씩 한국에 들어와서 보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진지한 대화를 나누면서 오랜 세월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아픔을 통해 성숙해지고 더 많이 깨닫고 배우게 된다는 공통점을 찾게 되었다.

중증장애인이 우리나라에서 공부하기도 힘든데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고 돌아오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다양한 나의 궁금증을 소영이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에게 유학의 기회가 주어진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며 행운이었다고 하며 처음 입학 할 때부터 학교 측에서는 장애학생이지만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도우미와 함께 갔는데 기숙사를 마련해 주었고 학교 측의 지리적 조건 때문에 휠체어 전용차와 학교친구들이 운전을 해주어서 이동을 하였으며 수업을 듣기 전 무엇이 필요하며 어떻게 도와주면 될지, 학교 측에서는 세심하게 배려를 해 주었단다. 아니, 배려가 아니라 그곳은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

또, 사회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이동권이나 편의시설, 사람들의 인식이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다는 말에 절실하게 경험한 나로서도 공감하며 어릴 때부터 장애인 인식 교육이 되어져야함을 꼬집었다 .

그리고 힘들었던 점은 의료적인 부분인데 의료수가가 높아 한번 아프면 치료비도 많이 나오고 함부로 치료받기도 힘들며 또 장애로 가지고 있는 문제들(카테타, 방과염)을 해결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는 한인의사분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한다.

한국에 들어와서 제일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느낀 점이 무엇인지 물으니 외출 한번하려면 어떻게 무엇을 타고 나가야 하며, 도로나 건물의 사정을 미리 알아보아야 하며, 전동휠체어를 타야할지 수동휠체어를 타고 가서 들어 올려야할지, 그곳에는 경사로가 있는지, 도움 받을 사람이 있는지, 몇 시에 택시를 불러서 타고 들어와야 하는지 등등 많은 계산이 필요해서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여의도에서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려고 장애인 택시를 불렀으나 여의치 않다고 하여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한강의 길을 따라 반포까지 어두운 밤길을 혼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새벽 1시에 들어왔다고 한다. 정말 용감한 소영이다.

우리나라에 사는 장애인들에게 가장 시급하게 시행되어야 하는 문제는 활동도우미제도와 이동권 및 편의시설이다. 장애인들은 집안에서 고이 자라는 화초가 아니다. 사회로 나와 자신을 개발하고 ,인생을 설계하고 즐기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아무리 외국의 복지시설이 좋다하더라도 중증장애인으로 어렵게 공부한 자신의 능역을 발휘하고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사회로 나오는 통로의 장애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면 그것은 국가의 책임이며 정말 한심한 일이다.

소영이는 사고 후 7년이라는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좀 더 일찍 공부를 했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표현했고 앞으로 병원에서 질병과 싸우며 많이 힘들고 지치고 마음의 갈등으로 삶의 의미를 포기한 사람들에게 정신이 건강해야 육체도 건강해 질 수 있는 것이라며 하나님의 사랑으로 삶의 의미와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한다.

아직도 변하지 않은 작고 귀여운 체조요정 같은 그녀가 이제는 성숙한 여인으로 가슴속에는 아주 큰 하나님의 사랑과 힘을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 친구인 나의 한 가지 바람은 그녀의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주며 든든하게 지켜줄 수 있는 인생의 동반자를 만났으면 한다는 것이다.

무대위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에서 교통사고로 손가락 하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장애인이 되었고, 재활치료로 만난 그림은 제2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하였다. 현재는 아내, 엄마, 화가, 임상미술치료사.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 대표... 예술을 통해 꿈, 희망, 도전 할 수 있는 교육, 전시, 공연기획, 제작을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기획자,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과 장애, 세상과의 소통, 나의 내면과의 화해를 통해 힐링 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과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풀어내며, 그 안에서 나를 찾고 감동과 눈물로 또 다른 삶의 경험을 통해 꿈과 사랑 그리고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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