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doesn't make sense!"(이해할 수가 없다)

며칠 전 외국인 친구로부터 들은 말이다.

이번 여름, 태양이 이 지구를 삼켜버릴 듯한 폭염이 더욱 유난한 것 같다. 어느 날 같은 연구방을 쓰고 있는 외국인 동기생 2명이 “여기 가까운 해운대라도 잠깐 들러 머리라도 식히고 오는 게 어떠냐”는 제안에 필자는 단박에 오케이를 했다.

전철을 타고 20분 쯤 달린 후 해운대 역에 도착. 일행은 지상으로 나와 길을 따라 걸으며 금방 바다라도 보면 뛰어갈 듯한 설렘의 표정을 하며….

흔히 외국인이 타국에서 머물면 그 나라의 일상문화에 대해 궁금한 점들이 많듯 동행한 외국인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행 중 외국인 한 명이 필자에게 물었다.

“한국에서 여기 부산이란 도시가 내겐 처음이야. 근데 정말 특이한 걸 보았는데 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질 않아. 사람들이 다니는 길거리 여기저기에 의자처럼도 생기지 않았는데 많이 설치되어 있는 거. 아. 저기 보이네. 바로 저거”라고 하면서 손으로 가리켰다. 그것은 보도위에 즐비한 대리석의 묵직한 볼라드들.

난 볼라드가 법적으로 설치되도록 규정되어 있고, 설치 목적은 차량들이 보도로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간단히 설명했다. 그랬더니 그 외국인 친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원래가 보도 위는 보행자가 다니는 길인 게 당연한 것이고, 도로는 차량이 다니는 길인 게 분명한 것, 왜 당연한 것에 대해 희한한 법규를 만들어 두었냐며 반문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한국의 차량운전자들은 보도로 진입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한국인의 풍토냐고…. 한국인만에 생활문화풍토냐고 반문하는 말에 나는 일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당시 필자의 화끈거림은 한여름 태양이 주는 열기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에….

보행자의 충격흡수를 위해 우레탄이나 플라스틱 등의 재료로 만들어져야 하는 지침에도 어긋나 있는, 한번 부딪히기라도 하면 시퍼런 멍이 들 것 같은 단단한 대리석 볼라드. ⓒ정지원

이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곧바로 제7회 세계장애인대회가 9월 4일부터 나흘간 치러질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무분별한 볼라드가 수없이 많이 설치되어 있는 이 나라 길거리를 적어도 한번은 걷게 될 참가국들의 외국인들이 오늘 내가 들은 외국인의 “It doesn't make sense!"(이해할 수가 없다)라는 말을 연발하게 된다면 어떻게 변명할까?

일상화된 공무원들의 답변처럼 "교체설치는 예산반영에 현재로선 어려운 실정이라 어쩔수 없다." 는 허접한 변명이라면 외국인들은 쉽게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공무원의 답변인 "저시력장애인을 위해 볼라드에 발광물질을 발라 어두울 때도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안제시는 진정으로 공무원들이 저시력장애로 인한 불편함이 무언지 모르고 하는 말같아 답답하다. 저시력 장애인들의 불편정도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며 밤에 야맹증이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없는 사람도 있고, 전체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 중심시야, 가장자리시야 등 개개인의 증상에 따라 다양하다.

분명한 것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볼라드 설치는 보행자우선이 아니라는 점이다. 설사 초기 법규 규정 시 진정한 맘에서 만들어진 교통약자를 위한 베리어프리 의도가 있었다 해도 현실은 그 의도가 전적으로 희석되어 있느느 상황이다.

형식적인 편의시설 설치규정, 공무원의 공무수행 편의를 위한 법규, 설치자 편의 위주의 공무집행, 비장애인의 생활편의 도모를 위한 무분별한 볼라드 설치는 세계장애인대회를 앞두고 심각히 제고되어야 하는 부분이라 하겠다.

줄지어 세워져 있는 볼라드. 볼라드는 보행자들이 피해다니게만 위협하고 있다. ⓒ정지원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정지원은 지난 3년간 자립생활운동(IL)에 관심을 가지고 장애복지현장에서 일하며 신체의 장애가 아닌 생활환경의 장애가 더 큰 자립의 걸림돌임을 체험하며 디자인과 연관하여 ‘모든 이들을 위한 디자인’인 유니버설디자인의 보급·확대가 절실함과 더불어 IL이념과도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든 사람들이 특별한 존재로 취급되지 않고, 편리하고 윤택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나 제품을 디자인한다는 개념의 유니버설디자인을 소개하며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이화여대 학사·석사를 졸업했고, 현재 경성대 유니버설디자인 전공 박사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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