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는 곳마다 가족의 의미를 일깨워 주려는 듯 행사도 많고 사람들의 마음들도 들떠있다. 손바닥의 소금처럼 빤한 일상 속에서 시간의 노예가 되어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허탈감이 몰려오기도 한다.
지난 일들의 무료함도 달랠 겸 꼬마를 데리고 산에 갔다. 산나물이 지천인 유혹에 이끌려 두릅을 한주먹 따고 내려오는데 아뿔싸! 미끄러지면서 발목을 삐었다.
산에 가면서도 운동화를 신지 못하는 주변머리는 일상처럼 안고 사는 일 중의 하나이다. 처음엔 별거 아니려니 하며 몇 시간을 보냈는데 무관심한 처사에 성이 났는지 발목이 퉁퉁 부어올랐다. 산자락 밑에 있는 시골 황토방의 주인아저씨가 침도 놓는다 하여 그때서야 부랴부랴 찾아갔다. 농사일이 한창인 시골에서 주인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황토방을 하고 있었지만 전업으로 하기에는 부족하고 농사를 짓는 터라 낮에 주인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궁여지책으로 맨소래담을 덕지덕지 바르고 아이랑 둘이서 손이 화끈거릴 정도로 문지르고 찜질용 파스를 붙였다.
이미 장애인이었지만 다리를 다치고 보니 그 또한 새삼스러웠다. 걸을 때마다 욱신거리고 무의식적으로 내딛는 걸음에 깜짝깜짝 놀랐다. 이미 절룩거리는 것은 내게 익숙한 것임에도 자꾸만 주위 시선에 눈길이 머물렀다. 장애라는 게 또 다른 무게로 다가섰다. 경증임에도 중증장애인들까지 모두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자처해온 자신이 부끄러웠다. 어떨 때는 감정에 몰입되어 ‘넌 비장애인이어서 몰라’하며 다른 사람들한테 상처도 주었었다.
지난 4월 달은 장애인 주간이 있었던 달이었다. 유엔은 81년 '세계장애인의 해'로 선언하고 세계 각국에 기념사업을 추진하도록 권장했다. 장애인의 대한 이해와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고 복지증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 올해로 27회를 맞이했다.
강원도에도 지난 4월 20일 강원도 장애인복지대상 시상식을 시작으로 24일 평창군이 제 27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 및 합동결혼식을 영월군(6월초 행사 예정)을 뺀 17개 시․군이 5월 4일 양양군을 마지막으로 성황리에 행사를 마쳤다.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장애인들이 오는지…
‘농성장에서 맞는 장애인의 날’, ‘편견을 뚫고 희망을 보자’
장애인주간을 맞아 매스컴을 통해 심심찮게 접하는 제목이다. 많은 행사들을 치루면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발목에 조그만 상처로 인해 많은 것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 자신의 장애 외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내 것이 제일 큰 것이었고 내 아픔만이 진정한 고통이었다.
인스턴트 라면은 빨리 데워지고 또 빨리 식는 냄비에 끓여야 제 맛을 내고 구수한 청국장은 뚝배기에서 오래 끓여야 제 맛이 난다.
‘느긋하게 흐름을 따르라, 쉬지 말고 움직여라, 머뭇거리거나 두려워하지 말라,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존중하라’ 란 척로퍼의 ‘자연이 들려주는 말’이 생각난다.
결코 ‘장애’라는 것을 내세우지도 그렇다고 주저 않지도 말고 남들보다 더한 노력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보자. 편견 없는 사회, 장애인이 인정받는 사회, 함께하는 사회를 위하여 내가먼저 우리가 먼저 변해보자.
기다림은 대문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걸어가는 것이라 했다. 누군가를 향해 힘껏 걸어가 보자. 그래서 희망이 가득한 메시지를 가슴가득 안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