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회 강원도장애인 복지대상 시상식. ⓒ칼럼니스트 한명숙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는 곳마다 가족의 의미를 일깨워 주려는 듯 행사도 많고 사람들의 마음들도 들떠있다. 손바닥의 소금처럼 빤한 일상 속에서 시간의 노예가 되어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허탈감이 몰려오기도 한다.

지난 일들의 무료함도 달랠 겸 꼬마를 데리고 산에 갔다. 산나물이 지천인 유혹에 이끌려 두릅을 한주먹 따고 내려오는데 아뿔싸! 미끄러지면서 발목을 삐었다.

산에 가면서도 운동화를 신지 못하는 주변머리는 일상처럼 안고 사는 일 중의 하나이다. 처음엔 별거 아니려니 하며 몇 시간을 보냈는데 무관심한 처사에 성이 났는지 발목이 퉁퉁 부어올랐다. 산자락 밑에 있는 시골 황토방의 주인아저씨가 침도 놓는다 하여 그때서야 부랴부랴 찾아갔다. 농사일이 한창인 시골에서 주인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황토방을 하고 있었지만 전업으로 하기에는 부족하고 농사를 짓는 터라 낮에 주인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궁여지책으로 맨소래담을 덕지덕지 바르고 아이랑 둘이서 손이 화끈거릴 정도로 문지르고 찜질용 파스를 붙였다.

평창군 장애인의 날 기념식 및 합동결혼식. ⓒ칼럼니스트 한명숙

이미 장애인이었지만 다리를 다치고 보니 그 또한 새삼스러웠다. 걸을 때마다 욱신거리고 무의식적으로 내딛는 걸음에 깜짝깜짝 놀랐다. 이미 절룩거리는 것은 내게 익숙한 것임에도 자꾸만 주위 시선에 눈길이 머물렀다. 장애라는 게 또 다른 무게로 다가섰다. 경증임에도 중증장애인들까지 모두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자처해온 자신이 부끄러웠다. 어떨 때는 감정에 몰입되어 ‘넌 비장애인이어서 몰라’하며 다른 사람들한테 상처도 주었었다.

지난 4월 달은 장애인 주간이 있었던 달이었다. 유엔은 81년 '세계장애인의 해'로 선언하고 세계 각국에 기념사업을 추진하도록 권장했다. 장애인의 대한 이해와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고 복지증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 올해로 27회를 맞이했다.

강원도에도 지난 4월 20일 강원도 장애인복지대상 시상식을 시작으로 24일 평창군이 제 27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 및 합동결혼식을 영월군(6월초 행사 예정)을 뺀 17개 시․군이 5월 4일 양양군을 마지막으로 성황리에 행사를 마쳤다.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장애인들이 오는지…

인제군 장애인의날 기념식 및 창립 14주년 체육행사. ⓒ칼럼니스트 한명숙

‘농성장에서 맞는 장애인의 날’, ‘편견을 뚫고 희망을 보자’

장애인주간을 맞아 매스컴을 통해 심심찮게 접하는 제목이다. 많은 행사들을 치루면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발목에 조그만 상처로 인해 많은 것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 자신의 장애 외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내 것이 제일 큰 것이었고 내 아픔만이 진정한 고통이었다.

인스턴트 라면은 빨리 데워지고 또 빨리 식는 냄비에 끓여야 제 맛을 내고 구수한 청국장은 뚝배기에서 오래 끓여야 제 맛이 난다.

‘느긋하게 흐름을 따르라, 쉬지 말고 움직여라, 머뭇거리거나 두려워하지 말라,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존중하라’ 란 척로퍼의 ‘자연이 들려주는 말’이 생각난다.

결코 ‘장애’라는 것을 내세우지도 그렇다고 주저 않지도 말고 남들보다 더한 노력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보자. 편견 없는 사회, 장애인이 인정받는 사회, 함께하는 사회를 위하여 내가먼저 우리가 먼저 변해보자.

기다림은 대문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걸어가는 것이라 했다. 누군가를 향해 힘껏 걸어가 보자. 그래서 희망이 가득한 메시지를 가슴가득 안아보자.

사람은 추억에 정을 묻으며 살아갑니다. 추억은 동화속의 동심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삶을 좀먹기 시작한 무신경, 무감각, 무반응 등.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수많은 삶의 풍파를 겪고 난 후유증으로 깊이를 알 수 없을 때 살았던 날 보다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기에 예전의 나를 찾는데 힘겨운 싸움을 시도했습니다. 계획하지 않는 생활로 다가오는 혼란, 좌절들은 더 큰 상처로 다가서기를 주저하지 않았지만 오늘 하루도 나와 다른 이들의 감성에 사랑으로 노크해 보며 항상 최선을 다하는 삶이길 소망합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오늘 내가 전해 줄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늘 깨어있는 자세로 모든 세상을 바라봅니다. 아픔과 좌절들을 글로 승화시켜 세상에 내보인 것이 뜻하지 않게 많은 상도 받고 많은 아픔들을 겪은 밑거름과 4년동안 장애인민원상담실에 근무한 덕분인지 2006년에는 위민넷 사이버멘토링 시상식에서 장애인부문 베스트 멘토상을 받았습니다. 이제 좀 더 넓은 세상으로 아름다운 두메꽃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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