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자체 문화행사의 모토 중의 하나가 ‘소외계층과 함께‘ 라는 내용이다. 그동안 문화체험에서 소외된 장애인의 문화 욕구에 눈을 뜨고 함께 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한창인 전주국제영화제 역시 ‘자유 독립 소통’ 이라는 주제에 관객 감동 영화제라는 또 하나의 모토를 걸어 영화 관람에 소외된 계층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과연 얼마나 그 노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갖고 행사장을 찾았다. 지난 주말, 모임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휠체어 장애인이 몇 명 있어서 미리 문의해 관람하기 편한 곳을 안내해달라고 했다.

영화제 측에서 장애인이 관람하기 편한 장소라며 안내해준 곳이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이었다. 물론 행사장 입구까지는 편했다. 차를 주차하기도 좋았고 경사로도 편했다. 그러나 중요한 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상영관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상영관 입구에 계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이 활동보조인들과 함께 가서 휠체어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을 겪고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그 곳이 소외계층과 함께 한다는 영화제 이벤트 행사장이었다. 장애인 및 복지시설에 있는 사람들을 초청해 무료상영을 하는 곳이었다. 무료상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적어도 장애인이 관람할 수 있는 곳인가 고려를 했어야 했다. 문화체험에 소외된 장애인을 초청하려는 취지에 맞게 편의시설을 미리 마련했어야 했다.

영화제 측에서 편의시설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썼다면 ‘소외계층과 함께’라는 좋은 취지가 홍보성, 과시성으로 여기지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들은 이럴 때 정말 씁쓸해진다. 지역사회의 주민으로서 인정받을 수 없을 떄 말이다. 영화제를 운영하는 전주시에서 장애인도 지역사회 축제를 함께 누려야 한다는 인식과 함께 편의시설을 갖춰주길 바란다.

내년 이맘때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혼자 찾아가서 영화 한 편 편안하게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전주시가 국제영화제에 많은 기대와 후원을 하는 만큼 장애인 편의시설을 마련하는 노력도 기대해본다.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19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특수학교에서 공부하게 됐고 국문학을 전공해 시를 쓰게 됐다. 솟대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하고 시창작동아리 ‘버팀목’ 을 창단해 시동인활동을 하고 있으며 ‘장애인이 나설 때’라는 사이트에서 스토리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 장애인들의 당당한 문화 찾기라는 취지로 뜻을 같이 하는 몇몇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여 ‘불꾼’이라는 장애인문화잡지를 창간했다. 열악한 지역 장애인 문화에 불을 지피고 싶은 바람으로 발행할 계획이다. 이런 소망을 담아 문화 사각지대에 있는 지방 장애인들의 일상을 통한 소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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