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 ⓒ씨네서울

누구나 자신을 지탱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념은 삶에 일관된 방향을 제시하고 양심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주기도하지만 때로는 자신과 가족, 가까운 이들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기도하고 신념을 지키기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잘못된 신념에의 맹목적인 추종은 자신 뿐 아니라 타인의 삶마저도 파멸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잘못된 신념에 회의를 품는 순간 모든 것은 송두리째 무너지고맙니다.

1984년, 동독, HGW XW17로 살아가는 비즐러는 폐쇄된 사회주의 국가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비밀경찰입니다. 그는 도청을 통해서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연인인 여배우를 감시하고 그들과 친구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비밀경찰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게 되지만 도청이라는 색다른 소통방식은 비즐러의 삶의 목적과 신념을 뿌리채 흔들어놓습니다.

극작가와 그의 연인, 그들의 친구들의 삶은 비즐러가 평생 한눈도 팔지않고 신봉하고 지키고자했던 견고한 시스템을 조금씩 무너뜨리며 결국은 그들을 지지하고 지켜주도록 변화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극작가는 친구와 연인을 잃고 비즐러 역시 비밀경찰의 지위를 잃고 우편물을 분류하는 업무로 강등됩니다.

세월이 흘러 독일은 통일이 되고 극작가는 감시의 눈에서 벗어났지만 연인의 죽음은 그에게 여전히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던 그가 우연히 보이지않게 그들을 지켜준 비즐러의 존재를 알게되고 다시금 용기를 얻은 그는 책을 저술하고 책머리에 [HGW XW17에게 바친다.]라는 헌사를 씁니다.

길을 가다가 서점 유리창에 걸려있는 드라이만의 사진과 그의 책을 본 비즐러가 서점에 들어가서 그 책을 봅니다. 선물 포장을 원하냐고 묻는 서점직원에게 비즐런는 "아니오, 나를 위한 겁니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 책은 바로 비즐러에게 돌아온 드라이만의 감사의 대답이었으니까요. 일방적인 소통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그들은 드디어 새로운 소통의 길을 열게됩니다.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감시하고 통제했던 폐쇄된 사회는 구성원들에게 맹목적인 신뢰와 복종을 강요하지만 잘못된 신념은 스스로 견고한 벽에 균열을 일으키고 벽을 무너지게합니다. 잘못된 신념은 비극을 초래하고 커다란 상흔을 남기기도하지만 올바른 신념은 그 모든 것을 바로잡습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예의와 감사는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감동입니다.

타고난 호기심으로 구경이라면 다 좋아하는 나는 특히나 불 꺼진 객석에서 훔쳐보는 환하게 빛나는 영화 속 세상이야기에 빠져서 가끔은 현실과 영화의 판타지를 넘나들며 혼자 놀기의 내공을 쌓고 있다. 첫 돌을 맞이하기 일주일 전에 앓게 된 소아마비로 지체장애 3급의 라이센스를 가지고 현재 한국DPI 여성위원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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