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해, 심각해, 모든 것이 다 심각해! ⓒ씨네서울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디서 왔으며 나를 세상에 나오게한 부모는 어떤 사람들일까, 도대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있으며 이 미친 것같은 세상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있는 것일까, 어디를 향해서 가고 있는 것일까…. 세상이 온통 성난 이빨을 세우고 나를 향해 달려드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 그 이빨에 만신창이로 찢겨진 채 손가락 하나 가눌 수 없는 절망감에 그저 쓰러져버리고 싶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싶다면, 행복해지고싶다면 꼭 봐야할 영화!!!

헤드윅, 나의 장미빛 인생, 벨벳 골드마인, 패왕별희, 해피 투게더, 소년은 울지않는다. 그리고 크라잉 게임, 조직의 이탈자와 인종차별을 겪는 흑인병사의 특별한 만남과 교감, 남성이면서 여성인 딜의 야릇하지만 강렬한 매력…. 크라잉 게임의 감독 닐 조단의 2005년작 '플루토에서 아침을'은 성당 문 앞에 버려진 아기 패트릭의 꿈과 사랑, 슬픔의 행로를 보여줍니다.

패트릭은 누군지도 모르는 부모를 그리워하지만 언제나 밝게 웃는 모습으로 자라납니다. 남자아이면서 달콤한 것들과 장미꽃, 멋쟁이 스타킹과 짧은 치마, 향수를 좋아하는 패트릭은 자신을 패트리시아 키튼이라 불러달라고 합니다.

잠들지 않는 도시 런던이 삼켜버린 엄마, 유령 숙녀를 찾기위해 집을 떠난 패트릭은 60년대와 70년대 아일랜드의 소도시와 런던을 떠돌아다니며 여장남자로서 어둡고 추한 영국 사회의 단면들을 적나라하게 경험합니다.

'Serious, serious, serious!'(심각해, 심각해, 모든 것이 다 심각해!) 세상은 전부 심각한 것 투성이지만 심각한 건 견딜 수 없다는 패트릭, 악취나는 하수구같은 편견과 왜곡된 폭력에 죽지않을만큼 얻어맞고 쓰러질지언정 무겁고 심각한 건 견딜 수 없다는 듯 해파리처럼 흐느적거리며 거리를 배회하는 패트릭은 때로 피투성이로 뒹굴지라도 그가 좋아하는 예쁜 옷만큼이나 화사하게 빛납니다.

눈물이 날까봐 모든 것을 허구로 본다는 패트릭, 티파니가 아닌 플루토(명왕성)에서 아침을 먹겠다는 패트릭, 명왕성은 저승이며 지옥이라지만 거리의 폭탄테러에 무고하게 희생된 다운증후군을 앓고있는 친구, 임신한 흑인여자친구를 위해 테러계획을 누설한 죄로 동료에 의해 처형당하는 친구, 패트릭과 임신한 흑인여자를 돌봐주는 신부에게 가해지는 방화테러…. 세상의 모습은 바로 이승에서 펼쳐지는 지옥도와 다르지않습니다.

여장을 한채 슬픔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으로 런던의 거리를 배회하던 남자의 너무나 슬프고 아픈 이야기, 하도 황당하고 비참해서 웃음이 나오다못해 몽환적으로까지 느껴지는 패트릭의 모습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비극은 오히려 따뜻하고 행복한 코미디로 보여지기까지 합니다.

* 포스터는 시네서울(http://www.cineseoul.com/movies/cinedata_still.html?cinemaID=36748)에서 가져왔습니다.

타고난 호기심으로 구경이라면 다 좋아하는 나는 특히나 불 꺼진 객석에서 훔쳐보는 환하게 빛나는 영화 속 세상이야기에 빠져서 가끔은 현실과 영화의 판타지를 넘나들며 혼자 놀기의 내공을 쌓고 있다. 첫 돌을 맞이하기 일주일 전에 앓게 된 소아마비로 지체장애 3급의 라이센스를 가지고 현재 한국DPI 여성위원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