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립박물관이 운영하고 있는 터치뮤지엄실.

주말, 휴일 밤 9시 시간대를 전후로 방영되는 역사 드라마 ‘대조영’ 과 ‘연개소문’ 은 회를 거듭할수록 흥미를 더해간다.

요즘 한창 ‘대조영’은 고구려 멸망 후, 고구려를 되찾기 위해 당나라와 맞서 싸우는 고구려 유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반해, ‘연개소문’은 삼국 중 고구려의 세력이 가장 막강하던 때, 고구려와 백제의 동맹을 억누르기 위하여 신라가 당나라로 손을 뻗치는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아울러 이 두 드라마에 삼국 역사 속 이름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백제 의자왕과 신라 선덕여왕도 손꼽을만한 인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백제 의자왕과 신라 선덕여왕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문화 유적지가 백마강과 첨성대인데. 또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명성에 걸맞지 않은 ‘백마강'과 '첨성대'의 초라한 실체를 보고 놀라울 정도로 실망한다고 한다.

그렇게 유적지에 가서 실체를 보고서 실망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장애인들은 편의시설의 미미와 인식 부족으로 그러한 문화 유적지에 대한 접근 자체에서부터 소외당하고 있다. 문화 유적지에 대한 접근성이 아주 희박한 실정이다 보니 장애인들은 문화 유물에 대한 호기심마저 버릴 수밖에 없다.

특히 눈으로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은 문화 유적지는 물론이고 박물관에서조차 문화 유물을 감상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에게 새로운 형태의 문화 유물 체험장을 제공하는 박물관이 있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봄부터 전주국립박물관은 문화유물을 관찰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에게 국보급 문화유산의 복제품을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만져보고 느낄 수 있는 '터치뮤지엄'을 실시하고 있다.

점자유물명칭카드 및 점자교재 및 확대교재.

‘터치 뮤지엄’ 을 위해 전주국립박물관은 (사)국립중앙박물관회(회장 유창종)의 지원을 받아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 신라 금관(국보 제188호), 말탄사람 토기(국보 제91호), 백제 무늬벽돌(보물 제343호) 등 우리의 대표적 문화유산의 복제품 100여점을 제작하였고, 이들 문화재 복제품은 금속 공예 장인(匠人), 토기 명장(名匠)등이 실제 문화재와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 같은 제작 방법, 같은 크기로 만든 것이란다.

‘터치 뮤지엄’ 상설 체험장을 준비하면서 박물관 자원봉사자들과 직원들은 미리 시각장애인 도우미 교육을 받아서인지 시각장애인이 편한 마음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고. 또한 삼국의 문화유산’을 주제로 학예연구사에게 유물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어 문화유산 감상과 이해를 돕는단다.

이제까지 박물관 체험이 불가능했던 시각장애인들이 ‘터치 뮤지엄’ 을 통해 역사 문화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돼서 즐겁다고 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문화재를 만져볼 수 있어서 매우 좋았고, 감회가 새롭습니다.”

“탁본뜨기와 토기만들기, 민속도구 체험도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전국 최초 시각장애인 문화재 체험장인 만큼 전주 지역뿐만이 아니라 타 지역 시각장애인의 참여도 높다. ‘터치 뮤지엄’에 대한 참여와 관심이 높아지면서 갖는 바람은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두루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아직 아쉬운 점이 많지만 시각장애인도 문화 유산을 감상할 권리가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정말 반갑다.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19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특수학교에서 공부하게 됐고 국문학을 전공해 시를 쓰게 됐다. 솟대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하고 시창작동아리 ‘버팀목’ 을 창단해 시동인활동을 하고 있으며 ‘장애인이 나설 때’라는 사이트에서 스토리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 장애인들의 당당한 문화 찾기라는 취지로 뜻을 같이 하는 몇몇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여 ‘불꾼’이라는 장애인문화잡지를 창간했다. 열악한 지역 장애인 문화에 불을 지피고 싶은 바람으로 발행할 계획이다. 이런 소망을 담아 문화 사각지대에 있는 지방 장애인들의 일상을 통한 소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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