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법(이하 장복법)이 개정되었다. 장복법이 개정되었다고 해서 지금 당장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으로 이 사회가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기본적 원칙과 개념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상당히 크다고 생각된다. 그 의의를 고스란히 살리기 위하여 이제부터 우리는 좀 더 냉철해져야하고 현명해져야 할 것이다.

장복법이 추구하는 원칙과 개념의 완성은 개정이 끝이 아니고 시작인 까닭이다. 앞으로 시행령이라는 실질적 집행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남아 있고 이를 우리는 지켜보거나 거드는 것이 아닌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만들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이런 과제와 함께 장복법 개정과 관련해 다음 몇 가지를 사안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다음의 것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과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사상누각을 짓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정의 의미

- 지금까지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시혜와 동정, 그리고 재활이라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 사회에 적응할 수 없고 불쌍하니까 도와주고 고쳐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정된 법에서는 인권과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 불쌍해서도 아니고 장애를 고치는 것도 아닌 사회가 장애인에 맞게 변화해야 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개념을 부족하지만 담기 시작한 것이다.

*참여 보장

- 장애인의 참여보장은 다른 무엇보다 장애인의 현실이나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왜곡을 많이 시정해 줄 것이다. 이제껏 대상자로만 생각되어 왔기 때문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존재해 왔는데 이 부분이 많이 개선되지 않을까한다. 또 필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는 당사자의 참여가 늘어난다는 것은 장애인복지의 질이 그만큼 올라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 하겠다.

*자립생활의 명문화

- 자립생활이 장애인의 당연한 권리고, 국가나 지자체는 이의 실현을 위해 가능한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것은 장애인이 더 이상 소외되거나 격리되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장애인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메시지가 됨은 물론 장애인복지의 기본틀을 바꾸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방향성

- 무엇보다 피부에 와 닿는 것이어야 한다. 선언적이거나 ‘할 수 있다’식의 애매모호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법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강제성을 띤 강력한 시행규칙이 마련되어야 한다.

*시행령 이후 - 자립생활 지원조례 제정 운동

- 우선 앞서 말한 시행규칙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지역에서 장애인이 지역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각 지역마다의 자립생활지원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정당한 권리와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광역자치구가 기본이 되어야 각 지자체도 쉽게 제도화가 이루어질 것이기에 이를 위한 연차적 투쟁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며 이 과정 속에서 우리가 있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보다 먼저 담보되어야 할 것은 지역의 장애인당사자가 주체가 되는 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우리는 장복법 개정과 함께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후 장차법)의 제정도 이루어냈다. 정말 가슴 뿌듯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선언적 미사구로 꾸며진 잘 만들어진 법은 아닐 것이다. 실행 가능하고 피부에 와 닿는, 장애인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법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난 자립생활의 당위성을 인정한 장복법에 거는 기대가 크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울려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 내용들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장차법이 주는 그 선언적 의미와 장애인복지에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장복법이든 장차법이든 실질적 실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며 이 두 법 모두가 본연의 취지에 맞게 제대로 실행되어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며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를 한 단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

장복법 개정, 이것으로 우리는 지금 가능성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17년간 재가 장애인으로서 수감생활(?)도 해봤고 시설에 입소도 해봤으며 검정고시로 초중고를 패스하고 방통대를 졸업. 장애인올림픽에서는 금메달까지 3개를 땄던 나. 하지만 세상은 그런 나를 그저 장애인으로만 바라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다 알게 된 자립생활! 장애라는 이유로 더 이상 모든 것으로부터 격리, 분리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 꿈꾸는 곳. 장애인이 세상과 더불어 소통하며 살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나는 지금 이곳 사람사랑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근무하며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