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리틀 선샤인.

이 영화 정말 재미있습니다.

미인 대회에 관심이 엄청난 7살짜리 올리브가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되는 'Little Miss Sunshine'에 참가하게 되어서 이러저러한 각자의 사연에도 불구하고 온가족이 함께 60년대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고물 폭스바겐 버스를 타고 1박 2일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세상은 단지 승자와 패자로만 나뉘어진다고 믿으며 자신이 개발한 <성공을 위한 9단계이론>이란 프로그램으로 성공해보려하지만 뜻대로 되지않자 초조해진 아버지,

니체에 심취한 채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 전까지는 묵언 수행을 하겠다고 맹세한 '색맹' 아들,

헤로인을 복용하다 양로원에서 쫓겨난 후 올리브네와 함께 사는 할아버지,

미인대회와는 어울릴 것 같지않은 토실토실한 몸매에 큰 안경, 게다가 배까지 뽈록 나온 올리브,

이 골치아픈 가족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하지만 먹고 살기에도 너무 피곤한 엄마,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푸르스트 해석자로는 자신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지만 경쟁자에게 명성과 애인마저 빼앗기고 자살을 시도한 게이 외삼촌까지 얹혀살게 되었으니…. 집안은 그야말로 looser(패배자)들로 가득합니다.

왜 하필 가족이야????

올리브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은 사실 여늬 가족이나 마찬가지로 각자 자신들이 지고 살아가는 삶의 무게에 눌려서 혼자 떠벌이기도하고 입을 닫아버리기도하고 약을 먹기도 합니다. 비록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묶여있지만 '운명'마저도 공동으로 짊어지는 것은 버겁기만하고 억울하기조차합니다.

하지만 오로지 올리브의 미인대회 참가때문에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정말 어쩔 수 없이 버스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함께 움직이게 되었지만 그들은 버스 안에서도 다른 가족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이 자신만의 이야기에만 집중한 채 뉴멕시코에서 캘리포니아까지 800마일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험난한 여정은 시작되고

하지만 위태롭게 굴러가는 좁은 공간은 서서히 그 마법을 발휘하고 생각치도 못한 황당한 일이 터질 때 마다 각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한 발씩 발을 들여놓게되면서 불편하기만했던 가족공동체는 결국은 운명공동체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무조건 자신이 옳다고 믿는 남편의 무능한 큰소리에 넌더리가 난 아내, 모든 것이 불만투성이인 아들, 마약쟁이 할아버지, 실의에 빠진 게이 삼촌…. 얼핏 콩가루같은 올리브네 식구들이(괴물의 가족들하고도 많이 비슷한 모습입니다.) 고장난 버스를 밀다가 속력이 나기 시작한 버스에 필사적으로 뛰어오르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터져나오면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버스는 가족들에게 절대적인 운명이니까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특이하지만 어느 집에서나 있음직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과장되지않으면서 조화로운 연기도 아주 좋았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이지만 억지스러운 설정도 아니어서 보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이 이입되어 때로는 안타깝고 때로는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합니다. 햇살처럼 마음을 비추는 좋은 영화입니다.

타고난 호기심으로 구경이라면 다 좋아하는 나는 특히나 불 꺼진 객석에서 훔쳐보는 환하게 빛나는 영화 속 세상이야기에 빠져서 가끔은 현실과 영화의 판타지를 넘나들며 혼자 놀기의 내공을 쌓고 있다. 첫 돌을 맞이하기 일주일 전에 앓게 된 소아마비로 지체장애 3급의 라이센스를 가지고 현재 한국DPI 여성위원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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