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눈은 다 다릅니다. 때문에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나지막한 데를 보려하고, 어른들은 보다 높은 곳을 보려는 잣대를 들고 다닙니다. 다들 좋은 일 궂은일을 들여다볼 때 한결같은 눈매를 가졌다고 생각하겠지만, 처해진 상황과 환경에 따라 보이는 세상이야기들은 다 다릅니다.

아이들의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물론 어른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졸업을 앞둔 아이들과 한 해 동안의 복잡다단했던 생활을 들춰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소중한 일들 깨알처럼 야무졌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훌쩍 커버린 몸집이며 생각들 넉넉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 대한 이해와 나눔의 자리가 컸습니다. 아이들 하나하나 참 좋은 바람을 일깨웠습니다.

두어 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 꼭지마다 장애인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열어보았습니다. 끝까지 경청하며 엿들어보니 담임인 저 혼자서 듣고만 흘러버리기 아까운 생각가지가 있어 함께 나누고 싶어 옮겨봅니다. 우리 아이들 눈에 비친 장애인들의 생활 모습입니다. 사는 게 바쁘다고 쉽게 지나쳐버리는 일들을 아이들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의 고운 생각들을 훑어보세요. 아름다운 눈으로 쓴 글입니다.

얼마 전에 마산에 갔는데, 몸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을 봤다. 다리가 절단되어 기어 다니며 사람들에게 돈을 구걸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면서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고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그런 사람들 속에 나도 속해 있다. 장애인을 보면 나도 모르게 외면해 버린다(6학년 한정연).

우리 주위에 장애인을 흔히 볼 수 있다. 나도 물론 장애인을 보았다. 내가 창녕에 가서 김밥 집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그곳에서 늙은 할아버지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 할아버지는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몹시 불편해 보였다. 지팡이로 징검다리를 두드리듯 길을 걷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웃거나 중얼거렸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것은 주위의 시선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장애인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기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지 않으면 몸에도 상처가 있는데 마음에도 상처가 나기 때문이다(6학년 오유미).

시내를 걷다보면 길거리에 쪼그리고 앉아 돈을 달라는 것이 참 불쌍하다. 그 사람은 다리가 없어서 장화를 길게 신고 엎드려서 걷는 걸 보았는데 그 사람은 지체장애인이었다. 추운 길거리에서 어렵게 옮겨 다니며 돈 한 푼 달라고 하는 데 주는 사람이 없었다. 나도 안 주었다. 참 불쌍했다. 그리고 서점에 갔는데 어떤 사람이 상체는 정상인데 다리가 짧았다. 그 사람은 내 키만큼 높은 곳에 있는 책을 잡지 못했다. 그 분도 물론 장애인이다. 이처럼 우리 몸 한 곳에 장애가 있다는 것은 여간 불편하고 불쌍한 게 아니고 생각되었다(6학년 장민영).

나는 부곡 목욕탕에서 앞을 못 보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그 할아버지를 지켜보니 목욕을 할 때도 힘들어서 혼자서는 잘못하였다. 그런 것을 보면 나는 장애인이 참 불상하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내가 장애인이 된다고 생각해 보니 정말 마음이 아프고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사람이 나에게 쳐다보는 시선이 어둡고 따갑게 느껴질 것 같았다. 앞으로는 장애인을 괴롭히지 말고 싫어하는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도와 줄 것이다(6학년 이호성).

아이들이 바라보는 시선과 어른들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평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장애인들이라고 해서 비장애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얘기하지만, 그들의 눈에 비친 장애인들의 모습은 불쌍하고, 힘들고,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여 집니다. 현실입니다. 인식이 달라져야합니다. 장애인들은 단지 몸이 불편할 따름이지 정신마저 장애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비장애인들이라 해도 마음이 온전치 못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생각을 바꾸어야합니다.

아이들에게 그릇되게 각인된 장애인들의 시각을 바로잡고 깨우쳐주었습니다. 비록 우리 반 아이들에게 한정된 이야기였지만 새 학년 새 학기에는 또 다른 모습으로 생활 주변에서 만나는 장애인들과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마음의 가교(架橋)를 만들어 보려합니다. 아이들이 장애인들을 바라볼 때, 장애인들이 더 이상 불쌍하다거나 힘들어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사는 따뜻한 정 나눔의 존재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네요.

60년 초입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진주교육대와 창원대 대학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동서대학교 상담대학원 치유상담과정 강의를 듣고 있으며 창녕 영산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민족문학경남작가회원 객토문학동인이며 교육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 함께 나누는 사랑은 아름답다>가 있다. 칼럼은 장애인의 자립을 일깨우고, 부추기며, 두드림을 중심으로 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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