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그라운드가 전주인 프로농구팀을 응원하러 장애인 20명이 실내체육관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한번쯤 농구코트에서 열정적으로 뛰는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보며 즐기고 싶어서였다. 이날 일정에 맞게 며칠 전에 예매를 해놓았다. 더군다나 할인요금이 아닌 일반요금으로 장애인관람석을 끊고, 편의시설에 대한 요청도 했기 때문에 걱정 없이 나섰다. 가는 동안 내내 흥분된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흥분은 체육관 입구에서부터 깨어졌다. 어딜 가나 꼭 말썽거리인 주차장 때문이었다. 이미 일반 차량, 취재차량이 주차되어 있어서 장애인인 우리가 장애인주차장이 아닌 뒤쪽에 주차할 수밖에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 예매해두었던 관람석을 안내받고 보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장애인 전용석이 있어야 할 자리는 로얄석으로 뒤바뀌어 있었고, 고작 그 예매된 관람석이라는 것이 1층 구석에 의자만 놓았을 뿐이었다. 게다가 방송취재장비와 함께 놓여 있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해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1층 구석에, 뇌성마비로 인해 걷는 것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위태위태하게 2층으로 올라가 관람해야만 했다.

왜 꼭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1층 구석에 짐짝처럼 앉아 관람해야만 했었나? 연인끼리 부부끼리 같이 갔어도 따로 떨어져 볼 수밖에 없었나?

농구팬으로서 보고 즐기기 위해서 정당한 요금을 내고 온 고객이란 것을 인정했다면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그저 고객이 몸이 불편해서 그에 맞는 서비스, 즉 장애인 전용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더라면 결코 장애인 전용석을 로얄석으로 둔갑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실내체육관마저 전용석에 대한 인식이 이 지경이니 그밖에 문화시설은 상황이 말이 아니다. 그나마 장애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문화 시설이 영화관인데, 으레 장애인석은 맨 뒷자리로 배치돼 있는 실정이다. 솔직히 통로와 가까워 여러 가지로 불편한 것이 많은데도 말이다. 쉴 새 없이 사람들이 드나들어 산만하고, 춥고 더웠던 경험들 해보았을 것이다. 공연장은 두말할 것도 없다.

누가 혹시 이런 말을 던질지도 모른다.

“그깟 장애인 전용석이 뭐가 중요해서···.”

하지만 아주아주 중요한 문제다. 장애인 전용석은 장애인의 여가 생활, 자기 개발 등과 같은 삶의 질을 높여주는 문화의 기본적인 권리와 연결되기 때문에.

최근 장애인의 문화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장애인 전용석이 갖는 의미가 커졌다. 장애인 전용석을 위한 공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 움직임에 힘이 더해져 장애인도 문화를 맘껏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문화란 누구나 일상적으로 누려야 할, 흥겨운 콧노래가 흘러나올 정도로 행복한 것이어야 한다. 앞으로 그런 세상을 희망하는 장애인과 문화 이야기를 이 칼럼을 통해 나누고 싶다. 샤랄랄라~ 흥겨운 콧노래를 부르는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19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특수학교에서 공부하게 됐고 국문학을 전공해 시를 쓰게 됐다. 솟대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하고 시창작동아리 ‘버팀목’ 을 창단해 시동인활동을 하고 있으며 ‘장애인이 나설 때’라는 사이트에서 스토리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 장애인들의 당당한 문화 찾기라는 취지로 뜻을 같이 하는 몇몇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여 ‘불꾼’이라는 장애인문화잡지를 창간했다. 열악한 지역 장애인 문화에 불을 지피고 싶은 바람으로 발행할 계획이다. 이런 소망을 담아 문화 사각지대에 있는 지방 장애인들의 일상을 통한 소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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