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애써 누르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40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사랑이란 감정으로 느껴진 사람이 내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욱 두려웠던 것이다.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막막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내가 한 번 아팠던 경험이 있기에 내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더욱 표현을 못했던 것이다. 나는 그의 진설함과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가 무척 좋았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사람을 내 몸처럼 아낄 사람이었다. 내가 그렇게 느낀 건 결코 착각이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사람을 겪으며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생긴 사람을 볼 줄 아는 시각이랄까?

바로 그 시각으로 상대가 갖고 있는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조건이 아닌 그 사람의 보이지 않는 마음의 조건을 나는 보았다. 나는 그와 결혼까지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 그냥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었다.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연인처럼 친구처럼 그렇게 지내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 둘 다 비슷했던 게 서로의 감정을 느끼면서도 표현하기를 두려워했다는 것이다. 그러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내가 마음의 끈을 그에게서 놓으려할 때 그는 비로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졌고 서로의 확실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솔직한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는 나는 그냥 좋은 감정 유지하면서 지내기를 바랬고 그는 결혼을 통해 진정으로 하나 되기를 바랬다. 결혼해서 살면서 진정으로 나를 더욱 아끼고 존중하며 살고 싶다는 것이다. 많은 남자들이 결혼 전에는 여자에게 잘하다가 결혼하면 다 잡은 고기에 미끼 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변하는데, 그렇지 않은 남자도 있다는 사실을 꼭 내게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의 그런 얘기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결혼해서 더 잘해주고 싶은 그의 마음이 충분히 느껴졌다. 그래도 나는 결혼 그 자체가 그냥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진심으로 나를 설득하였고 어느덧 나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는 분위기와 가정이나 사회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것에 반감을 갖기 시작하면서 여성주의적인 의식이 싹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녀 차별은 비장애여성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여성들은 비장애여성들이 겪는 차별보다 더한 몇 배의 차별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인 문제는 그 장애인이 여성이냐 남성이냐에 따라 그 양상이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남아선호사상과 전근대적인 남존여비사상은 장애여성들에게 더 할 수 없는 억압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장애여성들은 가정에서부터 소외되고 무시되고 그 존재가치를 상실당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여성도 이 땅에 당당한 여성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저는 단순한 여성주의자가 아닙니다. 저는 이 땅에 당당히 살아 숨쉬는 장애여성주의자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장애여성주의적인 언어로서 표현하고 말하고자 합니다. 저는 진정한 장애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그 속에 전반적인 장애인의 문제와 여성에 대한 문제도 함께 엮어나가겠습니다. 저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제도와 틀을 거부하며 장애여성의 진정한 인권 실현을 위해 장애여성인권운동단체인 장애여성공감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여성공감 홈페이지 http://www.wd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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