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패션 오브 패션 무용공연 포스터. ⓒ서인환

오는 12월 10일 오후 3시 구로 오류아트홀에서 런웨이-패션 오브 패션(Runway-Passion of Passion) 공연이 케이휠댄스프로젝트 주최로 열린다. 이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후원한다.

런웨이란 활주로란 의미이다. 체육학에서는 도움받기를 뜻한다. 패션쇼에서는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워킹하는 활주로 같은 긴 무대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패션 용어에서는 런웨이라고 한다. 이 런웨이 무대는 디자이너와 의상 판매사, 그리고 모델의 입장에서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옷의 날개를 다는 활주로이다.

런웨이를 공연 무대로 활용하는 경우, 모델이 아니라 무용수들의 활주로가 된다. 그 무용수가 장애인이라면 세상 속으로 날아가는 활주로이다. <장애가 개성이 된다>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세상 사람들에게 장애가 개성임을 알리기 위한 출발선으로의 활주로를 선택했다. 이 활주로는 디자이너가 어떤 의상을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장면, 장애인 무용수들이 이 옷을 입고 어떻게 무대에 설지를 연습하는 장면 등 8가지의 장면들을 서로 엮어주는 공항(포트)로서의 연결선이기도 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무용수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활주로이기도 하고, 무용수와 관객을 연결하는 활주로이기도 하다.

그리고 활주로는 이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착륙도 하는 곳이다. 그러니 공연의 첫 장면은 패션쇼를 하는 장면으로 관객들에게 흥겨운 음악에 맞춘 화려한 모습으로 집중력을 높이고, 장애인이 모델의 꿈을 꾸는 이야기, 청각장애인 디자이너가 장애인 의상을 개성으로 표현하기 위해 디자이너로서의 산고를 겪는 이야기, 모델들이 워킹과 포즈를 연습하는 이야기, 디자이너의 창작이 장애인의 개성을 나타냄을 수어를 통해 설명하다가 감성적 움직임과 춤으로 확장시켜 나가는 장면, 의상들이 하나씩 제작되는 장면, 패션쇼 연습으로 바빠 혼잡한 전쟁터가 된 장면, 화려한 패션쇼가 진행되는 장면 등으로 이어진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패션쇼라는 자리로 시작하고 되돌아오는 이착륙 활주로다. 이 장면들이 연극처럼 무용으로 펼쳐진다.

케이휠댄스프로젝트(K-Wheel Dance Project)는 2018년에 창단되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장애인과 청각장애인 무용수, 그리고 비장애인 무용수와 함께 전문 장애인 무용수의 발굴과 양성교육, 무용작품 창작과 공연활동을 기획, 제작하고 있다. 김용우와 이소민 부부의 무용에서 무용 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집단 무용단으로 발전했다.

2018년에 창작 무용공연 <방황하는 몸-몸에 대한 연구>, <돌아가는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장애인의 몸과 삶에 대한 경험과 생각들을 무용작품을 발표하였고, 2020년에는 창작무용공연 <춤추는 화-순간을 흐르는 몸>이란 작품으로 장애인 화가의 그림 세계를 무대 위에서 시연과 함께 무용 공연으로 발표했다.

2021년에는 창작무용공연 <춤추는 악-바람 소리>라는 작품을 통해 장애인 음악가의 음악 세계를 장애인 무용수들과 비장애인 무용수들과 함께 무용작품으로 발표했다. 발표 작품들의 면면을 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 유형별 장애의 세계를 서로 연결하여 실제 제작과정을 증명해 보이듯이 생생하게 실생활 과정을 민낯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스텝진과 무용수들은 정말 환상적인 만남으로 이루어진 조직이다. 예술감독 김용우가 경영학을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캐나다로 연수를 가지 않았더라면, 그곳에서 교통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2007년 영국 휠체어댄스단 공연을 보지 못했다면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이소민 대표 역시 발레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현대무용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면, 김용우 감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장애인 무용수의 몸과 움직임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이동원 연출 역시 주제에 따른 움직임 탐구, 즉흥적인 작용과 실험의 활용, 춤과 다른 매체 사이의 상호교류 작용과 융합예술을 하는 인물이 아니었더라면, 이번 작품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공연의 출연진들은 박현진(청각장애인), 김용우(휠체어 무용 지체장애인), 이소민(무용단 대표), 채수민(휠체어 무용 지체장애인), 최문정(휠체어 무용 지체장애인), 김완혁, 이동우, 송효영, 김문희, 조현진. 최정윤. 이찬호. 김리후. 이강민. 송승현 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

작품을 구상한 의도는 무엇일까? 휠체어의 부드러운 굴림과 인간의 춤사위의 조화를 봐 달라는 것인가, 여러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행위들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아 달라는 것인가, 장애인 의상이 몸을 표현하는 패선 이전에 입기조차 불편하지만 입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장애와 같은 한 몸의 존재로서 불편이 아니라 오히려 장애인 패션에서 개성임을 발견해 달라는 것일까? 아마 이 모두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관객들은 이것 중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느껴야 한다. 휠체어가 댄스가 되는 것부터가 이미 개성이기도 하다.

최근 런웨이 패션쇼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가족공원에서 게릴라 공연이 벌어지기도 하고, 밴드공연과 협연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중고 의류 교환이나 현장판매가 일어나기도 하고, 디자이너와 섬유업체들의 전시장을 겸하기도 한다. 이런 파격과 융합적 성향에서 어쩌면 패션쇼를 보여주면서 그 과정까지 모두 보여주는 것을 런웨이 무대에 올리는 것도 최근 트랜드에 맞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체장애인 댄서와 모델의 연결, 지체장애인 모델과 청각장애인 디자이너의 역할로 같은 무대에 서게 하는 상상과 다양성으로 개성을 주장하는 당당함은 아무나 창작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연을 주최·주관하는 케이휠댄스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최초의 휠체어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김용우, 현대 무용가 이소민 부부가 이제 연륜이 쌓이면서 연기력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춤사위의 성숙함만이 아니라 장애에 대한 물음을 표현한 <돌아가는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몸에 대한 원초적 연구 <방황하는 몸> 등 다채로운 작품을 통해 그들만의 개성을 각인시키며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개성이 개별적 특성이라면 그들은 분명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사람들에게 장애를 개성으로 봐 줄 것을 멋지게 외치고 있다.

홍보 기획을 담당한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김도헌 마케터는 “아티스트들이 주야장천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며 “최초이자 최고가 될 런웨이 무대가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하며 세상에 하나뿐인 런웨이를 선보일 출연진들이 작품에 임하는 진심이 전달되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패션쇼 중에는 오트 쿠튀르가 있다. 전 세계에 유행할 의상을 결정하는 지표가 되는 예고성 패션쇼이다. 이번 공연이 패션쇼가 아닌 무용 공연으로서 오트 쿠튀르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 공연이 처음에는 시험작품으로 하이 패션쇼가 되겠지만, 점차 사람들의 수용력이 늘어나 기성복 발표회인 프레타포르테 패션쇼 공연으로 인식되기를 바란다.

시험작이라고 하여 아방가르드와 같은 전위주의 공연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장애를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마중물로서의 작품이기를 기대한다. 공연예약은 온라인 설문조사를 하는 네이버폼(http://naver.me/5eTGF4x0)에서 무료로 최대 4인까지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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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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