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삼성전자와 지난 11월 23일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 소식을 좋은 뉴스로 규정해야 할지, 아니면 안 좋은 소식으로 규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는 대단히 좋은 뉴스이면서 나쁜 뉴스이기 때문이다. 바로 드디어 그 천하의 삼성전자가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추진한다는 전격 발표가 바로 그것이다.

좋은 소식은 어쨌든 장애인 일자리가 이런 방식으로 늘어난 것은 일단 좋고, 그 사업 포트폴리오로 발달장애인에게 업무를 맡길 복안이 있다는 점은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나쁜 소식이라면 이러한 것이 삼성전자 본사가 아닌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으로 추진한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사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경험해 본 적이 있었다. IT 대기업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에서 1년은 넘었고 2년은 조금 못 된 동안 근무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에이블뉴스 필진으로 완전히 복귀했을 때 필자는 그곳에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필진 임기가 시작되고 나서 얼마 안 가 퇴사하게 되었지만 그랬다.

그곳에서 느낀 점 중 하나는 대기업에서 확실히 챙겨줄 때는 챙겨준다는 점이 있지만, 문제는 그곳에서 적용하는 것이 몇몇 부분은 본사와 비교했을 때 조금은 비어있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일종의 특별 안식 휴가도 본사는 최대 30일이지만, 그 자회사는 약 15일 정도만 부여된 것이 대표적이다. 당연히 본사 소속은 아니니 소위 말하는 스톡옵션이니 자사주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월급 체계도 본사 주요 직원 초봉 기준보다는 훨씬 적었다. 필자가 연봉 인상 소식에 기뻐했으나 결국 실망한 것은 그 상승 연봉이 겨우 24만 원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성과가 나쁘더라도 형식상으로는 100만 원 정도는 연봉 인상은 필자가 잠시 경험한 중견기업 연봉 산정 기준에 적혀있었다.

그런데 웃긴 것은 핵심성과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 같은 것은 본사와 똑같은 방식으로 제정되어 시행되었다는 것이다. 즉, 책임과 의무 이런 부분은 본사의 규정을 복사해온 것이다. 혜택은 차등을, 책임과 의무는 본사 규정을 따르는 아이러니가 있었다.

다른 사례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불공정’의 상징이라고 낙인을 찍으며 ‘공정의 파괴’를 운운했던 인천국제공항 소속 실무직원의 처우 개선 과정도 사실은 완벽한 의미의 ‘공정’이 아니다. 선발 과정이 아니라 그 이후 처우도 사실은 그렇게 ‘불공정’이라고 떠들었던 부류에는 그것마저 불공정이라고 따질 상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말하는 불공정이 아닌 다른 불공정 문제에 부딪히고 말았다.

인천국제공항 소속 실무직원들은 지금은 진짜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이 아니다. 사실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출자한 별도의 자회사의 정규직인 형식으로 사실상 비정규직 신분은 유지된다. 최근 비정규직 문제를 가리기 위해 ‘자회사 정규직’이라는 변칙적인 비정규직 전법을 쓰는 업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은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고용 장애인 노동자에게도 적용된다.

사실 필자가 경험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에서의 소속 관념을 대체로 모기업의 관점을 따르지 말고 자회사의 관점을 따르라고 강조했었다. 엄연히 모기업의 체계 속에 편입되어있음에도 ‘너는 자회사 소속이야!’를 강조한 것은 결과적으로 변칙적인 전법이다.

삼성전자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에 취업할 장애인들은 대외적으로는 ‘나는 삼성전자에 취업했다’라고 말하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 IT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말했으니 비슷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것은 잠시만의 허니문이었을 뿐이고, 현실은 철저한 분리된 삶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몇몇 업무를 장애인 직무로 분리하는 일종의 업무 분리 방식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본사가 직접 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이 사업장을 활용하는 대안이 있다. 일종의 특정 직무에 대한 아웃소싱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아웃소싱으로 하는 분야는 될 수 있으면 본사가 직접 수행하기 어렵거나 사업상 복잡해지는 문제에서는 적합할 수 있어도, 사실상 장애인 수용소 같은 방식으로 본사의 업무와 중첩되거나 일부가 위탁되는 방식일 경우에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이러한 경우 권한이나 혜택은 적고 책임과 의무만 바글바글한 다중 차별을 겪는 것이나 다름없다.

본사의 위탁 법인으로서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될 수 있으면 성과 있는 직원을 본사로 보내는 일종의 장애인 직무 훈련소 같은, 프로야구로 치면 결과적으로 성과 있는 선수들이 트레이드, FA(자유계약선수), 포스팅 등 다양한 방식으로 타 구단으로 이동하거나 타 팀에서 트레이드 또는 방출된 선수를 잘 활용하는 특성이 있는 키움 히어로즈 같은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키움 히어로즈에서 성과 있는 선수들이 타 구단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있고, 아니면 타 구단에서 트레이드나 방출된 선수들이 입단하여 제 활약을 하고 타 구단으로 거액을 받고 이적하는 사례가 많이 있다. 이제 국가대표 4번타자의 계보를 잇는 박병호도 과거 LG 트윈스 지명을 받았다가 넥센 히어로즈(당시에는 키움 히어로즈가 넥센 히어로즈였다.)로 트레이드된 뒤 국외 진출과 복귀 후 FA로 타 구단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렇지 않고 아웃소싱 등의 업무를 위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라면 최대한 복지나 혜택, 급여 등은 모기업의 최소 75% 정도 수준은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최저임금 이상을 의미하는 것은 상식이나 딱 최저임금이나 그 언저리에서 주는 것도 잘못되었기는 하지만 그렇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잘 하면 회사의 업무 분리를 통한 전문 역량 확보인 사내 아웃소싱 업체의 한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잘못되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장애인 고용이 되는 이중성이 있다. 삼성전자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 무슨 길을 선택할지는 이제 그들이 증명해야겠지만, 제발 장애인 고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는 것을 대한민국 최고 기업이라 자부하는 삼성전자가 이 길을 선택함으로써 결국 확인된 것만은 다행이라 할 것이다.

삼성전자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의 이름이 무엇이라 정해질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성공을 기원한다. 단, 그것이 한국 재계의 장애인 고용의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는 사례만은 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숙제 하나 더, 앞으로도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 아웃소싱이 될 것인지, 아니면 변칙 비정규직이 될 것인지도 직접 증명해보시기를 기원한다. 그 사이에서 엄청난 외줄타기를 할 것이라는 것만은 미리 경고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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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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