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순조로웠던 캐나다 토론토 여행을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미국 뉴욕에 도착을 했다. 몇 년 만에 만나는 내동생을 보니 정말 반가웠다. 2006년에 나와 함께 뉴욕에 온 뒤, 동생은 여기에 정착해서 계속 살고 있다.

자세하게 얘기하기 어렵지만, 오래 전에 부모님께서 가족이민을 신청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나만 빼고 영주권이 나왔다. 그래서 영주권이 없던 나는 2006년에는 10년자리 학생비자를 받아서 왔었다.

10년까지 있을 생각은 아니었고, 1년 정도를 생각하고 왔다. 하지만 8개월만에 뉴욕에 있으면서 욕창이 심해져 버렸다. 영주권이 없던 나는 병원을 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나와 다르게 영주권이 있던 동생은 대학원에 진학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을 했다. 그리고 한인 교포 2세인 제부를 만나 4년 전에 결혼을 하고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워싱턴DC 고모 댁에서 처음 보는 사촌들과 현혜. ⓒ박혜정

동생과 함께 알라모 렌터카를 찾아서 우리는 바로 고모네가 사시는 워싱턴 DC를 가기로 했다. 계속 허츠 렌터카만 하다가 장애인 차량을 할 것도 아니고, 가격이 더 저렴해서 이번에는 알라모 렌터카를 빌렸다.

그런데 렌트를 하기로 된 차량이 이상한 소리가 나고 문제가 있었다. 거의 두시간 만에 겨우 렌터카를 받아 출발할 수 있었다. 복불복인지는 모르겠지만 알라모 렌터카는 차량 관리를 정말 제대로 안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될 수 있으면 내가 좋아하는(?) 허츠 렌터카를 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뉴욕에서 워싱턴 DC까지는 4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다. 그래도 미국까지 왔으니 40여년 전 이민을 오신 고모, 고모부를 찾아 뵙고, 하루 자고 올 계획이었다.

고모 댁에 도착을 해서 정말 몇 십년 만에 고모와 고모부, 거의 처음보는 조카들까지 반갑게 만났다. 고모가 너무 맛있는 저녁을 차려 주셔서 먹고,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고 잘 보지 못하지만 끈끈한 가족의 정이 느껴졌다.

다음 날 워싱턴DC 백악관 근처. ⓒ박혜정

다음 날 바로 뉴욕으로 다시 와야 해서 너무 아쉽게 고모 댁에서 아점을 먹고 인사 드리고 나왔다. 나는 워싱턴 DC를 예전에 여행했지만, 남편과 아이들에게 보여줄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남편이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트럼프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거라며ㅋ 백악관은 보고 가자고 했다. 드라이브 겸 백악관만 들렀다가 애들과 남편만 내려서 사진만 찍고 다시 뉴욕으로 출발했다.

뉴욕 맨하튼에 와서는 렌터카를 반납했다. 뉴욕 지역에서 특히 맨하튼은 렌터카가 전혀 필요 없을 정도로 지하철과 버스 같은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다. 사실 무엇보다 주차비가 너무 너무 비싸서 렌터카를 안 하는 게 좋다. 그리고 휠체어를 타고도 대중교통 이용하기가 전혀 어렵지 않다.

맨하튼 코리아타운의 노숙자 분께 롱패딩 기부하고, 브로드웨이 애플스토어에서. ⓒ박혜정

마침 우리가 뉴욕에 도착한 11월 말 즈음은 미국에서 가장 큰 쇼핑 행사인 추수감사절,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이었다. 그래서 아이쇼핑도 많이 하고, 내 점퍼를 싸게 하나 샀다.

추운 캐나다에서 계속 입고 있던 파란 롱패딩이 부피가 너무 크고, 뉴욕 여행 후 더운 멕시코를 갈 계획이라 보통 짐이 되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예전에 저렴하게 사서 꽤 오래 입은 롱패딩을 버리기로 했다.

뉴욕에는 정말 노숙자들이 많다. 노숙자들에게 기부한다 생각하고 맨하튼 코리아타운 한편의 쓰레기 더미 위에 롱패딩을 살포시 올려 놓았다.

한 5분도 안 걸렸을 것이다. 잠깐 가게에 들러 간식을 사고 나오니 벌써 내 파란 롱패딩은 누군가 어느새 가져가고 없었다. 누구든 따뜻하게 입고 추운 겨울을 잘 지내면 좋겠다.

코리아타운을 둘러보고 브로드웨이에 있는 애플스토어도 가서 시간을 보냈다. 저녁에는 동생의 남자친구(지금의 제부)를 만나기로 해서 나는 많이 기대가 되었다.

맨하튼 내에 식당은 후덜덜할 정도로 너무 비싸다. 그래서 우리는 대체로 싼 식당이 많은 플러싱이라는 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플러싱은 맨하튼 섬에서 20km 떨어진 퀸즈 지역의 교외 주거지이다. 요즘은 중국인이 더 많긴 하지만, 한국인도 많이 살고 한국 식당도 많은 곳이다.

인생의 동반자가 될 것 같았던 동생과 제부와 함께, 값비싼 소주 가격ㅠ 노래방에선 애들이 마이크를 안 놓음. ⓒ박혜정

플러싱의 한국식 고기집에서 만난 지금의 제부는 첫인상이 참 괜찮았다. 한국인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탓에 한국말을 많이 알아는 들어도, 그 때 당시 '네, 아니오, 알겠습니다.'라는 정도밖에는 말을 못했다.

그런데도 우리 남편은 제부의 인상이 좋다며, 서로 대화도 안 통하면서 어쩜 그리 친해졌는지 모르겠다. 제부가 우리 식구가 될 인연이었던지 동생이 동반자를 잘 만났구나 하는 느낌이 나도 들었다.

제부가 지금은 한국말을 꽤 하는 편이지만, 요즘 한국 젊은 사람들도 어려운 호칭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 결혼 후에 내 동생이 나를 부르는 것처럼 나에게 계속 '언니'라고 하는 거다!ㅋ '처형'이라는 호칭을 알려줄까 하다가 격식을 너무 따질 필요가 없단 생각에, 내가 누나라고 하라고 했다.ㅋㅋ 진짜 남동생이 하나 생긴 듯 하다.

미국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소주는 값비싼 양주와 같아서 그 당시에 소주 한병에 15$(17,000원~)이었다. 오랜만에 먹는 한국식 고기를 먹으며 귀하디 귀한 소주를 안 먹을 수가 없지~ㅋㅋ 다 술을 좋아하는 우리는 즐겁게 마셨고, 2차로 한국식 노래방에 가서 맥주를 먹으며 재밌게 놀았다.

지하철의 음악가들과 많이 깨끗해진 뉴욕 지하철. ⓒ박혜정

나는 뉴욕도 시티패스를 끊어 왔고, ⓵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⓶ 미국 자연사 박물관, ⓷ 록펠러 센터 전망대 혹은 구겐하임 박물관, ⓸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엘리스 아일랜드로 가는 페리승차권 혹은 관광 크루즈 승차권, ⓹ 911 테러 메모리얼 박물관 혹은 해양항공우주 박물관, 이렇게 5군데를 갈 수 있었다. 뉴욕은 시티패스로 5군데 모두를 간다면, 1인당 무려 100$ 가까이나 아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그래서 다음 날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갔다. 롱아일랜드에 있는 우리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갔다. 뉴욕의 지하철은 커다란 쥐도 많고 생각보다 많이 더럽다.

특히 911테러 이후, 2006년 있을 당시에는 지하철 내 화장실을 다 폐쇄했다. 그래서 지하철 엘리베이터 안에서 소변을 누는 경우가 꽤 있어서 지독한 냄새에 코를 막고 조심해서 타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에서 나오는 멋진 뉴욕에 대한 환상이 있던 나는 거리도 꽤 지저분해서 처음에 실망했었다. 그렇지만 좀 지내보니 낭만과 젊음, 활기가 넘치는 뉴욕이 너무 좋았었다.

2017년에 다시 온 뉴욕의 지하철은 그때보다는 깨끗해진 것 같았다. 거리의 음악가들의 라이브 공연도 보고 들으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까지 왔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보이는 전경들. ⓒ박혜정

맨하튼 34번가(코리아타운은 32번가)에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뉴욕의 가장 대표적인 랜드마크이자 미국 마천루(摩天樓, 높은 돛대와 같은 고층 건물) 역사의 상징인 건물이다." * 출처: Tripadvisor

전망대에 올라가기 전에 아이들과 사진을 찍었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사방으로 보이는 뉴욕 맨하튼 전경이 펼쳐졌다. 오른쪽 허드슨강 너머로는 뉴저지 지역이 보이고, 남쪽 너머에는 브루클린 지역도 보였다. 유명한 맨하튼의 건물들과 저 멀리 자유의 여신상도 작게 나마 보였다

11월 말, 초겨울이었지만 무엇보다 날씨가 너무 화창하고 좋아서 더 멋지게 보이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야경이 멋진 뉴욕 맨하튼, 이모가 사준 헬로키티 캐리어에 신난 현혜. ⓒ박혜정

코리아타운에서 늦은 점심도 먹고, 우리는 록펠러 센터 전망대인 '탑 오브 더 락'을 갔다. 이곳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정면으로 보이고, 낮에는 맨하튼의 거대한 공원, 센트럴 파크도 한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우리는 오후 늦게 가서 황홀한 뉴욕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

어제 뉴욕에서 동생과 남친을 만나서 너무 즐거웠고, 아이들은 이모가 사준 헬로키티 캐리어에 신이 났다. 그리고 나는 11년 전에 있었던 뉴욕에서 지난 젊은 시절을 추억할 수 있어서도 너무 좋았다. 남은 뉴욕에서의 여행도 너무 즐겁고 행복할 것 같았다.

이어서 미국 뉴욕 2편에서는 센트럴 파크, 미국 자연사 박물관, 타임스퀘어, 자유의 여신상 투어 이야기와 뉴저지에 사는 사촌언니 집 방문기가 계속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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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칼럼니스트 글 쓰는 휠체어 여행가, 현혜(필명), 박혜정입니다. 1994년 고등학교 등굣길에 건물에서 간판이 떨어지는 사고로 척수 장애를 입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29년 동안 중증장애인으로 그래도 씩씩하고 당당하게 독립해서 살았습니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혼자, 가족, 친구들과 우리나라, 해외를 누비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또, 여성 중증 장애를 가지고도 수많은 일을 하며 좌충우돌 씩씩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교육공무원으로 재직했고, <시련은 축복이었습니다>를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가, 글 쓰는 휠체어 여행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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