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배서더들이 하티스트 옷을 입고 패션을 뽐내고 있는 모습. ⓒ서인환

하티스트라는 이름을 처음 들으면 ‘핫 하다’는 어감이 든다.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라는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왔을까 싶다. 하지만  하티스트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심장을 의미하는 하트에 아티스트라는 단어를 조합한 합성어이다. 즉 사랑과 온기를 담은 패션 예술 의류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핫 하다’는 의미와도 잘어울린다.

기존 의류들은 대부분 장애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장애인이 옷을 입을 때 불편함이 따른다. 그리고 혼자서 옷을 착탈의하는 게 쉽지 않은 경우도 있어 타인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는 의존적이라는 것이 심리적으로도 매우 불편하다. 이렇게 장애인 의류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패션으로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휠체어 장애인과 R&D를 통해 패션성은 지키면서 활동성이 좀 더 보장된 의류를 만들고자 2019년부터 하티스트를 런칭했다.

하티스트는 “모든 가능성을 위한 패션”이란 슬로건 아래 장애인의 패션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미션과 ‘다양성‧포용성‧독립성’을 브랜드 가치로 편견없이 누구나 멋지고 편한 예쁜 옷을 입기 위한 바람을 갖고 있다. 팬츠는 어탭티브패션으로 휠체어장애인에 최적화되었고 상의는 장애 구분없이 누구에게나 멋진 유니버설 패션을 지향할 수 있게 제작이 됐다.

유니버설 패션을 지향하기 위한 기능성은 신축성 있는 소재를 사용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숨겨진 마그네틱 버튼, 벨크로 여밈과 긴 지퍼, 휠체어에 앉은 자세에서 구겨짐이 없도록 시티드 핏, 밑위 길이를 길게 한 내구성, 지퍼 고리, 뒷 포켓을 제거한 앞 포켓, 바지 밑단의 벨크 처리, 바지 양옆의 사이드 지퍼 등으로 매우 편하게 입고 활동하는 데에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장애인의류를 생산하기 전에도 물론  장애인의류 제작을 시도한 사례들은 있었다. 팔을 끼기가 어려우니 옷의 팔 부분에 지퍼를 달아서 입게 한다거나 단추를 끼우기 어려우니 지퍼나 똑딱이 단추로 대신하거나 찍찍이로 소매를 여미도록 하는 등의 방식으로 옷을 만들기는 했다.

하지만 옷은 패션이다.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기능과 더불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의류이다. 사람들은 옷을 보고 그 사람의 특징이나 패션 감각을 인정하기도 하고, 심지어 옷이 품격을 대변하기도 한다.

하티스트  제품은  장애인이 옷을 입거나 벗을 경우 불편한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고급화하고 패션 감각을 살리기 위해 의상 아트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 과거의 불편해소의 차원에 머문 제품들과는 크게 다른 점이다. 그리고 착탈의 편리함만이 아니라 입은 상태에서의 편안함과 우아함을 유지해야 한다. 어느 디자이너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발목 부분에 단추를 달아 색깔별로 단추 개수로 구분하게 하였는데, 이 단추가 피부에 배겨서 매우 불편하였다. 하티스트는 이러한 문제들을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장애인  모델에게 먼저 입힌다.

먼저 모든 하티스트  제품들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브랜드와 동일한 원단을 사용한다. 그리고 천의 고급 재질만이 아니라 옷의 선과 우아함과 멋을 표현한다. 그러기 위해 하티스트 전담 패션 디자이너가 별도로  하티스트  제품들을 하나하나 창작품으로 개발한다. 그리고 한번 만든 제품을 단품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시즌마다 신상품을 개발하여 지속적으로 새로운 풍의 유행에 맞춘다. 하티스트  제품을 입은  장애인들은 지속적으로 패션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명품은 잠깐의 유행으로 끝나서는 안 되므로 이 또한 고려사항이다.

하티스트 제품들은 예술성과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장애인  당사자들을 생산에 직접 참여하도록 한다. 뇌병변장애인과 척수장애인 중 앰배서더(ambassador, 모델, 대표인, 대사)를 모집하여 직접 옷을 입어보고 생활하게 하여 욕구를 반영하기 때문에 불편함을 해결함과 동시에 패션 감각을 살리고 고객의 최대한의 만족감을 지향하고 있다. 이 앰배서더들은 모델이자 소비자 대표로서  하티스트  개발에 참여하기도 하고, 제품의 홍보대사 역할도 맡는다.

하티스트는 영리를 목적으로 생산하는 제품이 아니다. 사회적 기여를 위해 생산하고 판매한다. 사회를 위한다고 하면 후원금을 기부하거나 장애인  행사에 참여하여 봉사하는 활동을 자주 보아 왔다. 하지만 기업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을 사회적 기여를 한다는 것이 매우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이렇게 사회적 기여를 위해 출시한 제품이지만 단순 기부는 하지 않는다. 즉, 자선이나 동정을 유발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보니 생산량은 소량일 수밖에 없고 그러니 가격이 저렴해질 수 없다. 가격을 낮추는 것은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선에서 거품을 완전 제거한 것이다.

장애인이 하티스트  제품을 입으면 유명  브랜드의 예술작품을 입은 것이 된다. 그러므로 대인관계에서 매우 자신감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자신감은  장애인이 옷을 편하게 입기 위해 개작된 옷들은 뭔가 패션감각이 부족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개어버린다. 이런 자신감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존중감, 그리고 자립생활과 사회참여 활동에 있어서 당당함과 품격을 높여 줌으로써 통합의 사회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크게 이바지한다. 대인관계에서 첫 번째 요소가 의상이다.

옷 하나 입는 것부터 장애인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은 행복감과 자신감, 그리고 당당함의 표현인 것이다. 이런 점을 인정하여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에서는 2019년부터 업무협약을 통해 앰배서더를 모집하고 활동하는 일과 홍보하는 일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의 자문을 받아 인체공학적 기능성을 살리고 있다.

하티스트 제품은 매우 다양하다. 남성과 여성의 점퍼, 코트, 팬츠, 재킷, 셔츠 등이 있는데, SSF SHOP에서 구매할 수 있고 보건복지부 보조기구 교부품목으로 선정되기도 해 이 제도를 활용하여 구매할 수도 있다. 지원 가능한 품목은 국립재활원 중앙보조기센터 또는 복지로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신청 자격은 수급자나 차상위자로서 구입지원은 15만원까지로 읍면동사무소에서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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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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