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형병원들은 대부분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다. 인지도가 높아서 그런지 많은 중증환자가 몰려든다. 내가 경험한 빅5 병원 중 두 곳의 응급실은 그야말로 고통 그 자체였다.

배와 머리가 아파 일원동에 있는 대형병원에 갔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이 예진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린 지 한 시간이 훨씬 넘어서야 담당 전문의를 통해 예진을 받을 수 있었다. 열과 혈압을 체크하고 짧은 시간에 중증도를 확인한다.

물론 중증환자는 바로 응급실로 입장이 가능하겠지만, 판단이 경증으로 떨어지면 그때부터 고통이 시작된다. 대기실에는 30~40명이 앉아 기다렸다. 한 시간마다 카카오톡으로 자신의 순서를 알려주지만, 언제 들어갈지는 기약이 없다. 아무리 아프다 하고, 떼를 써 봐도 들어주는 이도 없고, 말할 상대도 없었다. 세상에 어찌 이런 곳이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후 1시 30분에 도착해서 8시 20분쯤에 입실을 했지만, 이곳 역시 가관이었다. 편안한 침대가 아니라 간이의자에서 치료를 하는 것이다. 20개의 간이의자가 있었고, 거기에 앉아서 진료를 보고 수액을 맞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마치 전쟁터와 같았다.

주치의가 와서 몇 가지를 물어보고 피검사, 심전도 검사, 엑스레이를 검사한 후, 진통제를 주고 큰 이상이 없으면 집으로 돌려보내는 게 일상이다. 큰 병이 나타나면 입원을 하겠지만, 이도 저도 아닌 병명을 알 수도 없는 환자는 고통스럽다. 대형병원을 찾아가기까지는 환자만의 답답함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들어주고 도와주는 병원은 없다.

특히 장애인에게 응급실은 그야말로 불편하다. 간이의자에 앉아서 치료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지만, 장애인이라고 배려하는 것은 전혀 없다. 장애인이 존중받지 못하는 유일한 곳이 응급실인 것 같다. 안 아프면 좋겠지만,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자주 아파 응급실을 찾는다. 이런 장애인 입장에서 병원 한 번 갈 때마다 정말 소름끼치는 일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응급실 환경은 빨리 개선돼야 한다. 아프고 고통스러운 사람이 병원 안에서도 신음을 지르는 이런 일이 언제까지 반복돼야 되겠는가. 보건복지부와 관계 당국은 열악한 응급실을 조속히 정비해 가장 비참하고 힘든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을 망설여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이런 후진국형의 응급실을 대한민국 아래에서 경험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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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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