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박종균 장애인권익지원과장(화면 위쪽 왼쪽)이 위원들의 장애인식개선교육 질의에 관해 답변하는 모습. ⓒUNWebtv 동영상 캡처

이번 장애인권리협약 2·3차 병합국가보고서 심의 때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의 장애인식개선교육 질의에 관해 보건복지부 박종균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지원하고 대국민 정책 홍보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19년 12월 장애인복지법 개정 이후 장애인식 개선을 위해 국가, 지자체 등에서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중략).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사회적 인식의 증대가 반영될 수 있도록 표준강의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 부진한 기관을 지정하여, 관리자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언론에 공개하는 등 후속조치를 강화할 예정입니다.’

장애인식 개선을 위해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고 있고,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사회적 인식의 증대가 반영될 수 있도록 표준강의안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 표준강의안의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다.

내부장애에서 심장 장애의 경우 정의는 ‘심부전증, 협심증 등 심장 기능의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거나 심장이식을 받은 경우’라 나온다. 일상생활 어려움은 심장 기능 장애로 인해 생긴다는 것이므로 심장 장애가 있는 사람의 개인 문제로 묘사한다.

그런데 심장 장애 등 내부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사람들로부터 ‘그런 장애가 있나?’는 시선을 받으며 소외되고 있고, 장애를 이유로 수차례 취업에 실패한 사례도 있는 등 취업이 어렵다. 또한, 상당한 의료비 부담 등까지 겹쳐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거다.

신체적 장애에선 뇌병변 장애의 경우, ‘뇌의 이상으로 인한 마비로 일상생활에 제약’이라고 하면서, ‘떨림이나 경직 등의 장애만 고려된다면 여러 직종 취업 가능’이란 식으로 장애를 묘사한다. 뇌병변 장애인의 일상생활이 제약되는 것은 뇌의 이상으로 인한 것이라 하기에 이 역시 이들의 생활의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다.

물론, 떨림이나 경직 등의 장애만 고려된다면, 취업 가능하다고 묘사한 점에는 고무적인 면이 없진 않으나, 이것만 고려된다고 직장생활 등 생활 어려움이 없어지지 않는다. 직장 내에서 뇌병변 장애에 대한 몰이해, 근무지에서의 장애인편의시설 미비 등을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어야 직장생활 등 생활의 어려움이 조금씩 경감될 거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 표준강의안에서 자폐성 장애에 관해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정신적 장애 가운데 지적장애의 경우는 ‘지적능력의 발달이 불충분하거나 불완전하여, 생활능력이 저하되는 지능지수 70 이하의 경우’라고 장애를 묘사한다. 하지만, ‘영원한 어린아이’라는 사회의 편견과 쉬운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등의 사회적 장벽까지 상호작용하기에 지적장애인의 생활상의 어려움이 있는 거다.

자폐성 장애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로 눈 맞추기를 피하거나, 동일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특성을 보임’으로 정의한다. 또한, 상호작용 결함, 한 가지에 집착, 특정행동 반복이라고까지 특성을 설명한다.

하지만 자폐성 장애가 있는 사람이 한 가지에 집착한다고 사람들이 여기는 것은 바꾸어 생각하면 그것에 상당한 전문성과 강점이 있는 것이기에, 이를 잘 활용하면 오히려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특성이다. 하지만 자폐성 장애 특성을 다양성이 아닌 순전히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라 장애의 의료적 기준에 얽매인 묘사다.

자폐성 장애인과 함께 일할 때 필요한 에티켓으로 불안감을 낮추고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말한다. 불안감을 낮출 때 충분한 설명과 예행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그것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만, 눈치껏 살아야 하는 고맥락 사회 문화가 계속되는 한, 자폐인의 불안감 경감에는 한계가 있다.

이렇게 자폐성 장애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과 그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눈치껏 살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고맥락 사회, 직장과 사회 등에서의 장애 몰이해로 인한 차별 등으로 인해 자폐인들은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거다.

여기에 각 장애 유형에 대해 장애인과 함께 일하기 위한 에티켓(지적장애의 경우 지시는 한 번에 한 가지씩)을 들고 있지만, 이는 에티켓이라기보단 장애인이 직장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위해 요구해야 하는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이자 권리이다. 그런데 에티켓으로 한다는 것은 장애인의 권리를 약간은 하찮게 여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

종합하면, 장애인이 갖는 생활의 어려움은 개인과 사회·제도의 장벽 간 상호작용으로 인한 게 아니라 순전히 개인의 문제로 왜곡하는 셈이며, 이는 장애인권리협약 방향과 맞지 않는 거다. 장애란 진화하는 개념이며, 손상을 가진 사람과 태도적·환경적 장벽 사이에서의 상호작용에서 유래한다는 장애인권리협약 전문 (e)항을 생각해본다면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식개선교육을 한다 한들, 인식개선은커녕 장애인 차별 정서만 강화될까 두렵다. 여기에 장애의 의료적 패러다임이 지배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는 사회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형식적 장애인식개선교육이 되는 거다. 아울러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 사회적 인식의 증대가 반영될 수 있도록 표준강의안을 개발하고 있다는 정부 답변은 거짓인 것이다.

장애인식개선교육 실시방법 현황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의 분석자료. ⓒ최혜영의원실

이런 장애인식개선교육조차 시간이 지날수록 직접 대면하는 집합 교육보단 원격교육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한국장애인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2년 전 보도자료에 따르면, 원격교육의 비중은 2016년 11.2%에서 2019년 30.8%로 늘어났다. 반면 집합교육은 2016년 88.6%에서 69.2%로 줄어들었다.

국가기관, 지자체, 공공기관, 지방공사, 초·중·고, 대학교 등의 고등교육 기관 등도 시간이 지날수록 원격교육의 비율이 늘어났고, 직접 대면 교육인 집합 교육의 비중은 줄어들었다. 이 원격교육마저 당사자의 참여는 거의 배제되다시피 한다. 더군다나 국가기관은 장애인식개선교육 이행률이 약 절반에 그치는 실정이다.

여기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는 사회에서 장애인을 평상시 만날 기회가 적은 상황에서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의무화시키다 보니, 이 교육을 그저 억지로 받아야 하는 형식적인 교육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게 된다. 최 의원도 이 부분을 우려했다. 장애인식개선교육은 형식적이요, 장애인권리협약에 나온 장애인의 권리를 정기적으로 교육·훈련하는 것이 아닌 에티켓 정도로 치부하는 게 현실인 것이다.

이런 현실을 본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들은 2·3차 병합국가보고서 심의를 거친 후 다음과 같은 권고를 내렸다.

정책입안자, 사법부, 법집행관, 언론, 정치인, 교육자, 장애인과 함께 혹은 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장애인 권리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과 인식제고 모듈을 모든 교육 수준에서, 접근 가능한 형식으로, 장애인의 참여를 통해 도입하여 모든 장애인의 존엄성과 능력 및 기여에 대한 존중을 증진한다.

보건복지부 박종균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의 장애인식개선교육 질의 관련 답변 전 장애인권리위원회 대한민국 보고서 심의보고관인 몽골 출신의 게렐 위원이 1~10조 사항을 정부에 질의하는 모습. ⓒ이원무

따라서, 정책입안자, 사법부, 언론, 정치인 등에게 단순 교육 차원을 넘어 장애인 권리에 대한 정기적 교육은 물론 훈련 차원으로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장애인권리협약 정신·내용을 반영해 진행해야 한다. 또한, 위의 장애인권리위원회 권고에서 ‘장애인의 참여를 통해’라는 말을 고려, 교육 커리큘럼 구성 등에서 장애인 참여 보장방안을 마련·실행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을 직접 만나는 게 일상적일 정도가 돼야 하니, 직접 대면 교육 기회가 많아져야 하고, 장애인 당사자의 강의기회도 역시 더욱 늘어나야 한다. 이런 것들을 통해 장애의 의료적 패러다임에서 인권적 패러다임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분리된 상태에서 함께 어울리는 사회로 바꾸는 시작점 마련은 물론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고 장애의 인권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위한 국가의 중장기적인 전략과 행동계획도 마련하고 이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것들이 되지 않는다면, 설령 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과 정신을 반영해 좋은 장애인식개선교육 내용을 만든들, 우리 사회의 천박한 장애 인식은 쳇바퀴 돌아가듯 이어질 것이다.

1달 전, 지적장애인 A씨 직권남용 체포 고소 건 불송치한다는 경찰 결정 규탄 연대 발언에 함께 한 적이 있다. 사건 당시 동물을 학대했단 오해를 받은 A씨는 넘어진 빨랫대를 정리하려 일어나는 순간 경찰 폭력에 제압당하며, 반말을 들었다고 한다. 또한, ‘식칼이 있는 주방을 바라보면서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려 해서’라고 불송치 결정서에 이유를 적는 등 지적장애인의 돌발행동 관련 편견을 경찰이 적극 이용했단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지난 9월 20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달장애인을 폭행한 경찰에 대한 불송치 결정을 규탄하며, 검찰이 해당 사건을 직접 수사하도록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DB

장애 정도와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경찰청 수사 매뉴얼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사법절차에서 장애인을 투명인간 취급하듯 한단다. 이런 것들을 통해 필자는 장애인권리협약 정신과 내용을 반영한 장애인식개선교육을 단순교육 차원이 아닌 정기적 교육은 물론 훈련 차원으로 인권적 관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함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꼈다.

UN CRPD 정신과 내용을 반영하지 않고 장애의 단순 의료적 개념만 알리는 단순 교육 차원의 장애인식개선교육은 ‘속 빈 강정’일 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제는 정말로 UN CRPD 정신과 내용을 반영한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정기적 교육은 물론 체계적 훈련 수준까지 이행하는 것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래서 ‘장애인식개선교육이라 쓰고 차별로 읽는다’는 씁쓸한 현실을 두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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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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