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들은 무서운 이야기들이 있다. 귀신이야기, 드라큘라 이야기 등등. 왜 어른들은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성장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줄까? 무서워하면 트라우마가 생겨 정신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고, 겁이 많으면 용기를 내라고 하면서 역설적으로 무서운 이야기를 할까?

아이들이 무서운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기 때문에? 아이들을 골려 먹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에, 무서운 이야기를 통해 부모에게 더 의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세상이 무서운 곳이라는 것을 가르쳐 백신의 효과를 보기 위해? 무서워서 부모에게 안기는 모습이 귀여워서? 심장이 쫄깃해지는 것에서 행복의 결말을 듣는 것이 최고의 카타르시스이기 때문에?

고구마가 흙에 묻히지도 않았는데 싹부터 나면 열매를 맺지 못하고 줄기만 자라 망치듯이, 인간도 무서움을 모르면 생존의 이치를 배우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크리스천 맥케이 하이디커가 쓴 동화 “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를 통해 장애란 무엇이며, 생존을 위한 요건은 무엇인지, 그리고 장애에 대한 인식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여기서 여우는 인간의 잔혹성과 위험한 이기심에 무너져 가는 생존권을 걱정하는 피해자이기도 하고, 차별과 학대와 잘못된 사회적 인식에 의한 억압된 인간을 상징하기도 한다. 장애는 특정 정의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 완벽한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

첫째 이야기: 암여우 빅스는 어린 여우를 교육하는 스승이다. 냄새로 먹이를 찾거나, 공기나 새소리에서 위험을 감지하는 법 등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가르친다. 그러나 좀비가 되는 노란 냄새가 나는 병에 걸려 제자들을 물어 죽이거나 물어서 또 다른 좀비가 되게 한다.

생존의 방법을 가르치는 스승이라도 보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위험은 잘못된 인식이나 관습, 성폭력, 편견이 될 수도 있고, 가정으로 말하면 부모가 집단가족 자살을 주도한다거나, 경제적 파탄으로 방임을 한다거나, 학대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것들이 노란 냄새라는 무서운 질병이며, 이를 답습하는 것이 좀비다.

노란 냄새에 의해 사회가 병들면 약자가 가장 먼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는 보호자를 잃거나 사회적 안전망이 사라져서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장애가 된다는 것은 손상이며 상실이다. 빅스가 좀비가 되자 미아만 엄마에게 도망을 치게 되고, 엄마는 미아만 데리고 서둘러 집을 떠난다. 미아는 혼자 도망친 것에 형제들에게 죄책감을 가진다.

둘째 이야기: 여섯 자매를 양육하는 엄마 여우는 앞다리 하나의 기능을 상실한 선천성 장애 막내 여우 율리를 사랑으로 키운다. 아빠는 누나들에게 스스로 생존할 수 없는 율리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금하고, 그로 인해 누나들은 율리를 학대하고 무시한다.

아빠 여우 발톱마왕이사고로 실종되었고, 누나들은 아빠의 이름인 줄도 모르고 동생은 발톱마왕에게 잡아먹힐 것이라고 놀린다. 엄마가 율리에게 용기를 주며 스스로 노력해서 먹이를 구하려면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두 배로 기쁠 것이라고 용기를 준다.

먹이를 구하는 것을 도와주면 누나들은 불공평하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항의한다. 장애인을 사회에 폐를 끼친다거나 장애인의 복지 예산을 효과성이 낮다며 패스하거나 역차별이라며 불만을 가지는 사회의 모습이다.

학대를 당하던 율리는 아빠가 살아서 집으로 돌아오자, 율리를 아빠는 낳은 사람이 죽이라고 엄마에게 강요한다. 부모가 서로 다툼을 하는 사이 율리는 도망을 치게 되어 혼자가 된다. 여기서 장애는 태어나지 말아야 할 존재이다.

셋째 이야기: 미아는 엄마와 도망을 치던 중 엄마가 인간(포터 부인)이 쳐 놓은 덫에 걸린다. 포터 부인이 미아에게 혼자라도 도망을 치라고 했지만, 엄마를 구하고자 포터부인에게 덤비는 과정에 엄마는 탈출을 하고, 미아가 사로잡혀 먹이로 삼을까, 애완동물로 키울까, 소설 소재나 박재로 사용할까 궁리하던 중 미아가 발악하자 쇠줄로 묶어두는데, 죽을 날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자신의 주체적 삶을 무시당한 채 대상화되고 사육되고 이용가치로만 다루어지는 신세를 엿볼 수 있다. 엄마가 잡힌 미아를 돕고자 밤마다 찾아오지만, 결국 구할 방법은 없었고, 죽은 줄 알고 자리를 떠나게 된다. 당사자의 입장이 아닌 판단은 오판이 되기 쉽다. 그리고 상대를 이용 가치로만 판단하는 것에는 혼자서는 저항하기 어려운 구조가 사회다. 종말은 상대를 질식시키고 만다.

넷째 이야기: 율리는 자신은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 여겼고 엄마가 영원히 함께 살 것이라고 여겼지만, 혼자가 되자 사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죽은 시늉을 하여 음식을 구하는 등 나름의 생존법을 알게 된다. 굶주린 율리는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인간의 집으로 들어서는데, 죽기 직전의 미아를 만나 쇠줄을 풀어주어 함께 탈출하게 된다.

둘은 친구가 되어 동행을 하게 되면서 서로 핥아주며 씻겨주기도 하고, 서로 의지하고 돕는 관계가 된다. 율리는 엄마가 누나들에게 씻겨주라는 부탁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아 늘 몸이 가려워 괴로웠었다. 가정이 아닌 사회로 나와 처음 인간관계를 갖게 된다. 율리는 자신의 처지나 장애를 부끄러워하지만, 미아는 생명의 은인이니 거부감 없이 대한다. 그리고 율리의 부끄러워하여 과장되거나 말하고 싶지 않는 것을 인정하고 개의치 않는다. 경계에서 배려로 새로운 생존법을 배우게 된다.

다섯째 이야기: 미아가 엄마를 찾아 앞질러 갔다가 제대로 걷지 못하는 율리가 걱정되어 돌아오는데, 율리는 너구리 꼬임에 넘어가 호수 중앙의 작은 섬에 갇히게 되고, 호수에는 악어들이 들끓고 있다.

악어에게서 탈출을 하도록 미아는 지속적으로 용기를 주지만, 율리는 헤엄도 못치고 몸이 불편하여 쉽게 용기를 낼 수가 없다. 수영하는 방법을 말로 설명들은 율리가 결국 용기를 내어 온 힘을 다해 수영을 하여 탈출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거추장스럽기만 한 앞다리 하나를 악어에게 빼앗기게 된다.

장애인으로서 살아갈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경우 도전정신이나 오기가 필요하다. 장애가 있어도 얼마든지 기다려 준다면 느리긴 해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나름으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것은 비장애인이 나름으로 생존법을 익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단지 인정해 주고, 환경을 만들어 주고 동기와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여섯째: 인간이 만든 도로는 평탄하고 마을은 걷기가 편하지만 인간 자체가 가장 위험한 존재이기에 둘은 늪과 숲, 돌 언덕 등 험난한 길을 택하여 여행하게 되고 비를 피하고 숨어서 위험을 가릴 장소를 찾던 중 라일락 왕국을 찾아들게 된다.

냄새를 통해 왕이 율리의 아빠인 것을 알고 생명에 위험을 느낀 율리는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지만, 미아는 암여우를 환영하며 먹을 것을 제공하는 호의적인 발톱마왕을 왜 피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권위주의에 폭군인 왕임을 나중에 알지만, 자식을 죽일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다른 굴에 숨어 있는 율리에게 엄마를 만나게 해 주기 위해 엄마의 특징을 묻자 귀가 잘린 여우라고 한다. 사실은 왕이 모든 여우들에게 자신의 소유의 증표로 귀를 잘라 엄마를 알 수가 없다.

아무리 친근한 관계라 하더라도 벽이 존재한다. 그리고 장애가 있어 더욱 섬세한 감각을 가지게 된 율리의 장애는 때로는 강점이 되기도 하고, 개성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미아의 생명을 구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지혜를 주기도 한다. 갈등과 세상에 불필요한 사람은 없음을 이야기한다.

미아가 발톱마왕에게 들키지 않아야 하기에 율리의 이름을 밝힐 수가 없다. 그리고 율리 역시 엄마라고만 불렀지 엄마의 이름을 모른다. 미아는 엄마를 찾아내기 위해 암여우 앞에서 율리의 행동을 흉내낸다.

왕국에 침입자가 자기 영역에 있음을 알게 되자 율리는 피를 흘리며 축 늘어진 모습으로 잡혀와 낭떠러지에 던져지고, 미아는 달아나게 되는데 달아나다가 덫에 걸리자 발톱마왕은 얼른 인간이 데려가 주기를 바란다며 돌아간다.

일곱 번째 이야기: 발톰마왕은 율리가 죽은 줄 알고 있는데, 죽어서 썩은 발이 치우면 다시 발견되고 치우면 다시 발견된다. 땅에 파묻었는데도 발이 또 바위 위에 놓여 있자 율리가 머물던 굴로 찾아가 율리가 용케도 살아 있다며 죽이겠다고 고함을 지른다. 이 소리에 놀란 박쥐들의 공격을 받는 기회를 틈타 율리는 탈출하게 된다.

율리 엄마가 율리 때문에 몸져누워 있는 척하면서 자기 발에 피를 묻혀 바위 위로 내밀었기 때문에 발톱대왕은 착각을 한 것이었다. 율리 엄마는 눈치채지 못하게 왕국에서 빠져나와 율리와 작전을 세워 다른 고기로 율리인 양 데려와 바위 절벽 아래로 던진 것이었다. 이는 율리의 계획이었다. 죽은 존재로 기억되고 싶었던 것이다.

율리는 도망을 치다가 덫에 걸린 미아를 발견한다. 미아는 다리를 물어뜯어 잘라버리고 탈출하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율리의 도움으로 덫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미아는 뒷다리에 장애를 입고 만다. 선천성 장애와 후천성 장애 여우가 친구가 된 셈이다. 같이 떠나자고 미아가 제안하지만 엄마를 두고 갈 수 없다고 말하는 장면은 장애를 가진 보호받는 여우가 아닌 가족을 보호하는 여우로 입장이 바뀐다.

율리가 생존이 어렵다고 생각한 엄마가 아빠보다 한 수 위라고 하자, 별로 한 일이 없다고 답한다. 율리가 장애로 인하여 많은 위험에 죽을 뻔 했다고 하자, 엄마는 여우에게 안전한 곳은 세상에 없다며 중요한 시간에 두려움을 이겨내고 꼭 필요한 일을 했기 때문에 스스로와 엄마 그리고 미아를 구했다고 말한다.

율리와 미아가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배가 고파 사냥을 해보자고 미아가 말하자, 율리는 우리가 무슨 사냥을 하냐고 말한다. 미아는 앞으로 우리 골치 아프겠는데 라는 농담을 할 만큼 장애에 대한 긍정적인 수용태도를 보인다.

여덟 번째 이야기: 겨울이 되어 먹을 것이 없어 찾아 들어간 굴에서 아기 여우 다섯 마리를 발견한다. 율리가 먹을 것을 찾아야겠다며 나가고 미아는 추위에 떨고 있는 아기들을 보호한다. 죽은 줄 알았던 발톱마왕이 어미를 죽이고 아기들을 몰래 하나씩 데리고 간다.

발톱마왕이 비상식량으로 숨겨둔 고기를 찾은 율리와 아기를 찾아나선 미아, 그리고 발톱마왕이 얼음 위에서 만나 싸우게 되는데, 율리가 폴짝 뛰어 얼음의 균형이 기울어져 발톱마왕은 물에 빠져 죽게 되고, 율리는 깨어진 얼음조각에 떠밀려 떠내려가게 된다. 후에 간신히 살아난 율리는 미아와 함께 아기 여유를 기르며, 함께 살게 되지만 개발로 인한 벌목으로 숲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의 후손의 터전을 걱정한다.

이 장에서 율리는 자신의 처신도 제대로 못하던 입장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입장으로 바뀐다. 미아가 자신이 사냥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자, 오랜 기간 장애에 적응한 자신이 더 잘 거라며, 어릴 때부터 바위 위에서 자라 뛰어오르는 것은 얼어붙은 땅에서 자신이 더 잘 뛰어오른다고 말한다.

장애는 무능이 아니며,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이고, 서로 협력하는 것이 생존법이며, 자신의 행복을 찾아 사회에 공헌하는 삶을 꿈꾸는 것에 사회가 장애일 뿐 신체적 장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서운 이야기는 여우들의 후대에 전해지는 신화였던 것이다.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지혜를 주고 생존법을 알려주면서 진정한 무서움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이야기다.

이 동화는 탄탄한 구성과 상상력, 동물의 시각에서 있을 만한 표현과 쉬운 아동의 말을 사용하면서도 아름다운 표현으로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아동문학 노벨상격인 뉴베리 이너상을 수상했다.

일본 리츠메이칸대학에서는 생존학연구소가 있는데, 바로 장애학을 연구하는 곳이다. 장애는 소수자의 비실용적 문제가 아니라 바로 모든 이들의 생존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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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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