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경기에 임하는 어느 선수. ⓒWikimedia Commons

세계적인 프로야구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에는 사실 그 아래에 엄청난 뿌리가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리그라는 것을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KBO 리그에 영입되는 외국인 선수 상당수가 이 리그에서 경험을 쌓았다가 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실력이 뛰어난 선수는 이 리그에 계속 머물렀다면 이루기 힘들었던 메이저 리그로의 초대를 이뤄내기도 하였다. 과연 무슨 리그일까?

바로 ‘마이너 리그’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 리그에는 루키, 싱글 A 등으로 시작하여 트리플 A까지 있는 단계별 시스템이 있다. 트리플 A까지 성공하면 드디어 감격스러운 메이저 리그 데뷔가 기다리고 있다. 가끔, 마이너 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 KBO 리그나 일본 프로야구 등으로 전격 진출하는, 쉽게 말해 태평양을 넘는 모험을 감행한다. 그곳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성공하여 미국으로 돌아오겠다는 각오를 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메이저 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투수 메릴 켈리(Merrill Kelly)는 KBO 리그 첫 등판일(2015년 4월 8일 문학 대 KT 전)이 첫 메이저 리그 등판일(2019년 4월 2일 펫코 파크 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전)보다 더 빠르다. 그 메릴 켈리는 2010년 프로 지명을 받아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했지만,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리그 데뷔만을 기다리며 마이너 리그를 전전했었다. 그러다 2015년 시즌을 앞두고 태평양을 넘는 모험을 SK 와이번스의 한국행 제안을 승낙하면서 감행했다.

KBO 리그 SK 와이번스(현재의 SSG 랜더스)에서 맹활약하고 2018년 시즌에 다시 생각해도 기적적인 SK 와이번스의 사상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바탕으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전격 스카우트되어 자신이 꿈꿨던 메이저 리그 데뷔를 이뤄냈다. 그렇지만, 메릴 켈리 자신은 지금도 “단 한 번도 그 선택(SK 와이번스 입단)을 후회한 적이 없다.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다. 내 커리어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최근 2년의 추가 계약 연장에도 성공하여 이제는 메이저 리그에서도 통하는 투수로 발전했다.

갑자기 웬 야구선수 이야기를 했을까? 발달장애인 일자리에도 뭔가 시사점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발달장애인 일자리에도 나름대로 레벨이 있다는 점을 통해, 또 그 와중에도 벌어지는 승격 등을 활용하면 발달장애인 일자리의 순환과 경력개발을 통한 발전 도모 등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발달장애계에서 발달장애인 일자리가 특정 직군을 너무 권장하고 수요에 맞지 않는 일자리에만 주어진다는 비판이 있는데, 사실 이러한 비판의 이면에는 고학력, 고역량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려는 것을 의미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요구를 충족하는 일자리는 발달장애계에서도 극히 ‘선택받은 발달장애인’에게만 주어질 수 있는 거의 고급 일자리 자리이다.

발달장애인의 역량 수준에 따라 몇몇 일자리는 ‘옷이 작을 수도’ 있고 ‘옷이 너무 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일자리는 발달장애인의 역량 차이에 따라 그 일자리를 받아들이는 그릇의 차이가 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최근 대기업이 대졸 신입 공채를 대폭 줄이고 경력자 중심 채용으로 전환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도 있다. 이제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등에서 경험을 쌓고 대기업으로 진출하라는 의미가 내포된 일자리 시장의 변화인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미국 프로야구 구조에서는 다양한 마이너 리그 레벨을 통하여 그러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아무리 초일류 유망주라고 하더라도 몇 년의 마이너 리그 생활로 가다듬고 그 실력을 증명할 때에만 꿈에도 그리던 메이저 리그 진출을 이뤄내기 때문이다.

메이저 리그가 ‘발달장애인 일자리 최상층부’에 해당하는 ‘고역량/고경력/고학력 발달장애인 일자리’ 또는 ‘대기업/공공분야 등 안정성과 수입 모두가 보장된 일자리’에 빗댈 수 있다면, 그 하부 마이너 리그의 여러 레벨은 그러한 진출을 준비하거나 그러한 것에 미치지 못한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일자리의 여러 층위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너 리그는 미국 전역에 수준과 연계 메이저 리그 구단과의 연계 등을 통해 매우 다양한 구단들이 존재한다. 그러한 것을 발달장애인 일자리에 비유하면 다양한 일자리와 그 수준이 존재한다고 변주할 수 있다. 그러한 것처럼 발달장애인의 다양한 역량 등의 차이를 고려한 다양한 일자리가 역량 등의 차이와 기업 간 차이 등으로 존재하는 셈이다.

물론 발달장애인 일자리도 거의 ‘루키’ 또는 ‘싱글 A’ 수준인 보호작업장 등을 넘어서, 점점 역량을 발전해나가도 유망주도 적합한 리그에 투입되면서 어느 정도 수준을 보장하는 ‘더블 A’를 넘어, 이제 웬만한 고급 일자리로 진입할 수 있는 경험을 쌓는 ‘트리플 A’까지 오면 일단 첫 번째 성공을 한 것이다. 진정한 발달장애인 일자리의 성공은 바로 ‘트리플 A’를 넘어서, 꿈에도 그리던 안정성과 수입이 보장된 고급 일자리까지 넘어갈 수 있는 ‘메이저 리그’에 진출하여 정착하는 것까지, 엄청난 과정과 성장을 통해 발달장애인 일자리 생태계가 성장해야 할 것이다.

발달장애인 일자리의 직종 등에서도 그러한 레벨 차이를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발달장애인 노동자는 발달장애인 일자리라고 해도 경험이 많이 필요한 일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작은 곳 등에서 먼저 경험해보면서 실력을 다진 뒤 본격적인 발달장애인 일자리에 도전해야 할 것이다. 한국적 맥락으로 살펴보면 발달장애인 직업훈련이나 소규모 일자리가 그에 해당할 것이다.

독특하게 미국 마이너 리그 선수들이 KBO 리그 등 아시아 프로야구로 진출하는 사례도 있다. 앞에서 거론한 메릴 켈리 같은 사례가 그렇다. 그러한 것처럼 발달장애인 일자리에 종사하더라도 특별한 선택을 받아 고용과 동시에 역량개발까지 이루는 과정도 도입해 볼 가치는 있다. 메릴 켈리에게 KBO 리그 진출이 도전이었듯이 발달장애인 노동자에게도 별도의 특별 과정을 도입하여 고용된 상태에서 역량개발 등을 할 수 있는, 일과 직업훈련을 병행할 수 있는 전략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전개하는 ‘퍼스트 잡’ 프로젝트와 같이 선 배치/고용 후 훈련 방식의 고용-훈련 연계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 현재 직장에 다니면서 직업 역량을 추가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업무 시간 종료 후 또는 주말 등을 이용한 직업 역량 재교육 또는 추가 교육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발달장애인 직업 역량 및 교양 역량 등을 교육할 방안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이미 직업 능력개발 규정 중에 ‘일-학습 병행 제도’가 이미 있기 때문에 이를 장애인 노동자에게 변형하여 적용하는 방안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너 리그와 발달장애인 일자리의 유일한 차이는 ‘드래프트’ 제도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마이너 리그는 ‘드래프트’를 통해 지정된 선수만 입단할 수 있지만, 발달장애인 일자리는 ‘드래프트’ 제도 없이 발달장애인이면 무조건 진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드래프트’ 없이 진출하는 이 ‘발달장애인 일자리 리그’에서 발달장애인이 성공하려면, 뭔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기업에서, 다양한 순환을 거쳐서 밑바닥부터 출발하여 최고의 일자리까지 이르는 다양한 일자리 여정이 담긴 ‘발달장애인 일자리 생태계’를 창조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지금 발달장애인 인구수가 급격히 증가하여 일자리 진입 수요가 많아진 이 시점에서 발달장애계와 재계, 정부 등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지점이다.

‘마이너 리그’의 야구선수들과 ‘아직 본격적으로 제 활약을 못 하는’, 소위 ‘발달장애인 노동자들의 미생’들의 ‘최고를 향한 여정’을 우리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미국 야구선수들은 메이저 리그 진입을 꿈꾼다면, 발달장애인은 ‘꿈의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직장으로의 진출을 향한 여정인 ‘최고를 향한 여정’은 미국 야구선수들에게도, 발달장애인 일자리 서사에서도 둘 다 적용돼야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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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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