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운영 작가는 저서 ‘나는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에서 일전에 들은 정신과 의사의 강의를 인용하면서, 조현병은 도파민의 불균형 때문에 일어난다고 설명하였다. 사랑할 때에도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3년밖에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사랑의 시효기간이 3년’이라는 것이다. 사랑은 도파민의 장난인 것이다.

정신과는 신경전달 물질을 조절할 수 있는 약물을 당사자에게 처방하여 증상을 조절한다. 그러면서 작가는, 약물은 한 사람의 몸과 정신을 지배하지만 인간 마음의 빛, 떨림, 파동까지 조절하는 것에는 의문을 가진다.

작가는 “약 한 알만 먹으면 (…) 곧바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어쩌면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미워하는 것도 생화학 기술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미워하는 사람을 잊으려면 간단히 약 한 알만 먹으면 끝”이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정말 우리 마음의 복잡한 작용을 약으로 조절할 수 있을까.

SF가 주름잡던 한때,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전망을 그리면서 이러한 상상을 한 적이 있다. 미래에는 요리의 개념이 사라지고 음식들을 영양제 몇 알로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식사의 복잡한 과정이 사라지고 파우더에 물을 타서 먹기만 하면 끝나게 되지 않을까?

그러나 그러한 시대는 오지 않았다. 오히려 영양제의 효능이 비판적 관점에서 비춰지고 있고, 요리는 ‘먹방’의 형태로 화려하게 비상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요리하고 식사하는 것은 단순히 음식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요리와 식사는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는 행위이다. 맛있는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고, 점점 먹음직스럽게 변하는 색깔이 시각을 자극한다. 비가 올 때 지글지글하는 전의 소리는 마음을 동하게 한다.

음식의 식감은 촉각을 만족시킨다. 미각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다섯 가지 기본맛 외에도 매운맛, 감칠맛 등이 미각을 만족시킨다. 누군가는 미각을 위해 식사하기도 한다.

코로나19의 주된 증상 중 하나는 미각과 후각의 상실이다. 미각과 후각을 느끼지 못하게 된 사람들은 식사량을 줄이거나, 식사를 남겼다. 과거 사람들의 추측대로라면 맛과 냄새가 느껴지건 아니건 배가 고프니 음식을 남김없이 먹었어야 했다. 그러나 식사의 ‘본질’이 아니라고 느껴지던 오감 때문에 사람들은 식사를 포기했다.

인간의 감정과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정신질환 치료제가 개발된 이후로 사람들은 약 한 알만 먹으면 모든 괴로움이 해소되는 미래를 상상했다. 그러나 그런 세상은 오지 않았다. 약은 심각한 괴로움을 참을만한 괴로움으로 바꾸는 데에 도움을 줬을 뿐, 괴로움을 행복으로 바꾸어주지는 못했다.

인간의 정서와 인지에 신경전달물질이 관련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울증은 세로토닌의 결핍에서 발생되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세로토닌 농도는 빠르게 올라가지만, 우울증의 개선은 세로토닌 농도 상승 속도에 비례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울증에는 세로토닌뿐만 아니라 대인관계, 직업생활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재난으로 인한 고통, 학대와 트라우마도 관여하기 때문이다.

신경과학자들과 정신의학자들은 우울증의 발병에 세로토닌과 신경전달물질이 전부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행복은 신경전달물질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심리와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환경의 변화 없이는 근본적인 개선을 이루어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정신과에서 정신질환자들에게 약만을 처방하는 것은 옳은가? 지나치게 생리적인 접근이 전인적인 회복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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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회로가 비장애인과 다른 신경다양인들은 어떻게 살까? 불행히도 등록장애인은 '발달장애인' 딱지에 가려져서, 미등록장애인은 통계에 잡히지 않아서 비장애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신경다양인이 사는 신경다양한 세계를 더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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