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로 가는 길에 애너하임이라는 지역이 있다. 이 지역이 유명한 건 바로 LA 디즈니랜드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불과 이 여행을 하기 5개월 전에 도쿄 여행을 했다. 그때 도쿄 디즈니랜드를 갔었기 때문에 나는 굳이 안 가고 싶었다. 차라리 샌디에이고를 하루 더 있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또 너무 가고 싶다고 졸랐다.
도쿄 여행은 아빠 없이 나 혼자 애들을 데리고 갔었고, 장애인 우선 탑승을 몰랐었다. 그리고 남편이 없다 보니 놀이기구에 나를 옮겨 앉혀줄 사람이 없어서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어쨌든 아이들의 성화에 애너하임 숙소를 하루 예약했고, LA 디즈니랜드를 가게 되었다.
그런데 도쿄와 LA 디즈니랜드는 스케일부터 다르고, 디즈니랜드 원조인 LA 디즈니랜드는 정말 가길 잘한 것 같았다. 장애인 우선 탑승을 알았으니 다른 사람들에 비해 거의 기다리지 않고 놀이기구를 꽤 많이 탈 수 있었다.
겁이 별로 없는 나는 놀이기구 타는 것도 무척 좋아한다. 남편이 좀 힘들었겠지만, 남편 덕분에 나는 아이들과 함께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LA 디즈니랜드를 알차게 즐겼다.
라스베이거스로 가야 해서 오후 3시가 넘어 더 놀고 싶어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달래 디즈니랜드를 나왔다. 하지만, 나와 남편은 이미 탈진 상태처럼 지쳤다. 아이들은 지칠 줄 모르는 에너자이저이다.
게다가 애너하임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는 4시간 정도 걸린다. 짐이 안 실려서 장애인 렌터카를 하지 못했으니 남편 혼자 운전해야 된다. 괜히 미안하고 걱정이 되었다. 이 나라는 부산 - 대전 정도 가는 거리는 동네 마실 가는 수준인거지... '남편, 힘내욧!'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매일 밤 유명 호텔 분수쇼가 유명하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당시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진지 얼마 안되었다.
총기는 어쨌든 무서운 우리는 그래서 렌터카로 그 주변만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숙소에 와서 잠만 자고 내일 아침 일찍 그랜드캐년으로 출발할 생각이었다. 그 사건이 있어서 인지 라스베이거스 숙소는 정말 싸게 구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무서운(?) 라스베이거스를 뒤로 하고, 그랜드캐년으로 출발했다. 그랜드캐년을 휠체어로 갈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었다. 가기 전 찾아본 정보는 정말 별로 없었다.
미국에 있는 동생에게 알아봐 달라고 부탁도 했고, 나도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관리하는 곳에 이메일로 문의도 했다.
문의하고 알아보니 그랜드캐년은 South Rim, North Rim, West Rim 으로 나뉜다. 그 중 가장 유명하고 인기가 있고, 특히 셔틀버스가 있는 곳이 South Rim이다.
입장료는 차 한대 당 $30, 미리 예약할 필요는 없고 그냥 입구 매표소에서 내면 된다. Access Pass라는 장애인 전용 permit이 있어 차에 달고 다니면 자차로 다닐 수 있다. 그러나 미국시민권, 영주권자만 발급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무료 셔틀버스가 있는 South Rim만 가기로 했고, 모든 버스에 휠체어 승하차가 가능했다.
미국은 정말 땅덩이가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넓다 보니, 뭐든 크기가 너무 크다. 그렇지만 그랜드캐년은 내가 생각했던 그 이상의 규모였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지질층과 형이로운 암석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진짜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진기한 광경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정말 경이로웠고, 살아 생전 꼭 와야 할 곳이라 생각이 되었다.
우리 가족은 거대하게 펼쳐진 그랜드캐년을 배경으로 근사한 가족사진도 찍었고,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 뿐이었다.
무한한 자연 앞에서 작은 존재인 우리 인간은 정말 겸손해야 한다. 그리고 요즘 드는 생각은 우리가 이렇게 계속 자연을 훼손하면 우리 후손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거다.
이상 기후, 전염병, 바이러스도 내 생각엔 여태까지 자연을 훼손하고 기술만을 개발한 당연한 대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암튼 짧지만 여행에서 깊이 느낀 현혜 박혜정의 생각이었습니다.
내일은 그랜드캐년에서 LA로 정말 떠납니다! 이어지는 LA 편 기대해 주세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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