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교육부가 장애인 고등교육의 기관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수용하여 2002년 국립 한국재활복지대학이 설립되었다. 당시만 해도 장애인의 대학 입학 기회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었다. 특례입학 제도가 있기는 하였지만, 장애인의 개인적 소질을 개발하기에는 다양한 학과나 대학 선택의 문이 좁았다.

한국재활복지대학은 장애인들에게 고등교육의 문을 넓혀 준다는 의미와 일반 대학에 없는 장애인 관련 학과를 개설하여 장애인 관련 인재 양성과 장애인 맞춤형 기술인 양성이라는 여러 가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대학 설립의 취지가 고등교육의 기회 보장인지, 장애인 맞춤형 기술인 양성인지, 좋은 효과를 망라하여 명분을 높이려는 것이 오히려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많은 성과와 장애인과 국가에 기여한 것으로 인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설립의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목표를 나열해야 했고, 대학이 아니라 전문대학 수준으로 하여 규모를 줄여 국가의 투자를 최소화해야 했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 방식의 모습으로 운영하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평택이라는 대학의 위치로 인해 접근성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장애인의 재활이라는 것이 장애인을 재활의 대상으로 여겨 사회적 인식이 장애인의 특수집단인 것처럼 여겨지고, 고등교육이 인간의 탐구와 학문의 연구, 사회의 인재양성이라는 점에서 장애인 교육기관이 재활하는 곳이라는 것이 시대적 패러다임에 맞지 않아 2012년 재활이라는 단어를 제외하여 한국복지대학이 되었다.

장애인을 위한 대학이 장애 학생을 정원 외로 선발하여 마치 기준에 적합하지 못하지만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한 일종의 편법같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물론 정원 외 입학이라고 하여도 졸업장이나 자격증 취득에 어떠한 차별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문제가 없지만, 정부 당국이 자신 있게 장애인을 정식 교육 대상자로 문을 열어 주지 못한 것은 인식의 부족과 관심과 의지의 미약함이 아닌가 싶다.

한국복지대학 출신 장애인들 입장에서도 기숙사 제공이나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교육 환경, 장애인에게 맞추어진 교육방법과 교과목, 교수진의 장애인 서비스와 감수성 등 많은 편리함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복지대학을 나왔다는 자부심으로 살아가기에는 전문대학이라는 것과 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자랑할 만한 입장은 되지 못하였다. 마치 대학의 기회를 갖지 못하여 국가가 특별대우를 하여 준 대상처럼 여겨지니, 개인의 소질과 능력을 인정받기에는 가림막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대학 운영 20년 동안 대학 관계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몸으로 고민하면서 해결책을 찾아 꾸준히 노력해 왔다. 결국 4년제 대학으로 승격하면 타 대학과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교육부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리고 공주대학과의 통합 추진 역시 지방대학의 수도권 진출이라는 효과를 이유로 들어 정부는 반대했다.

다시 수년 간 같은 지역에 있는 한경대학과 통합을 추진하여 2022년 4월 교육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오는 2023년부터 한경국립대학교 평택캠퍼스로 학사 운영을 하게 됐고, 현재의 재학생이 기존의 대학 체계를 이용할 가능성이 없어지는 2028년에는 한국복지대학이란 이름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전문대학이지만 국립대학이었고, 통합되는 한경대학 역시 국립기술대학이므로, 다양한 학과에서 수학할 기회를 장애인들에게 부여하게 될 것이라는 점 등 대학의 발전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장애인계나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전문대 교수가 4년제 교수가 되니 학생보다 교수가 더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한경대와의 통합이 국내 유일한 국립장애인 대학이 없어진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장애인대학을 마치 한국 복지의 수준을 말하는 것으로 장애인기관이 있다는 것이 상징적 의미로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 대학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통합시대에 장애인시설은 탈시설화와 같이 대학의 특성화가 시설화로 인식하는 의미도 있고, 장애인의 집단화로 인하여 오히려 많은 한계점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있다.

대학 통합으로 인하여 국립대학으로 4년제가 되어 대학 승격의 효과가 발생하므로, 대학경쟁력은 상당히 보강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으로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보다 통학으로 가족과 있어야 하는 것이 더 좋은데, 접근성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다.

중증장애인을 위해 기숙사는 혜택이라는 생각과 기술사 생활로 장애인에게 가족돌봄을 제거하여 소외감을 준다고 인식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기숙사 문제도 장애인대학이라는 점과 같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으로 나누어지는 것이다.

통합 이후 장애인 고등교육에 어떠한 이득이 주어질지 열심히 계산하는 사람도 있고, 조금씩 장애인의 요람의 흔적이 지워져 나갈 것이라고 미리 체념하는 사람도 있다. 대학 입학 정원을 채우기에도 힘든 지방대학의 현실에서 상당한 돌파구를 찾은 것이라는 점과 다양한 학과의 접점이 생겼다는 장점을 크게 보는 사람도 있다.

한국복지대학의 여러 가지 한계점들은 대학 운영자들의 노력 부족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대학 출발 당시의 셋팅의 문제나 국가 정책의 부족, 장애인 고등교육기관 설치에서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양보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한계점을 만들고 말았다는 문제가 더 크다.

시민들이 요구한 법률들이 국회에서 논의하면서 통과를 위해 타협하다 보면 조정안이 누더기가 되어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법으로 되어 버리는 경험을 아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장애인대학의 애정 어린 간섭이 한계점을 가지도록 만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변화는 발전의 기회이다. 우리는 이러한 기회에 그 동안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개인적 욕심을 채우기 위해 기회를 보는 것은 기회주의자이지만, 기회가 왔음에도 그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것은 또한 치명적 실수로 인해 실패의 길을 걷게 하기도 한다.

시각장애인들의 이료과목이 대학 수준에서 학과로 발전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안마의 학문 인정의 기회만 주어질지, 침구사의 부활의 기회를 줄지, 평택캠퍼스의 시각장애인 이용이 늘지, 아니면 서울맹학교 용산캠퍼스에 한경대학교 원격학습관으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인지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 시각장애인들이 희망하고 노력해 왔던 시각장애인 업종의 위상과 연구발전 기회가 온 것은 분명하다.

다음으로 발달장애인의 고등교육의 내실화 기회이다. 단지 노무직 훈련으로 직업을 개발해 줄 것인지, 미술과 음악 등 예술 분야의 수학 기회를 확보해 줄 것인지, 대학의 산학협력으로 인해 다양한 직종모델의 시험장 역할을 할 것인지 많은 기대가 있다.

그리고 기술 이공계 학과의 대학원 설치로 인해 장애인들의 전문인력 양성의 기회를 갖고자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제 막 4년제 대학의 형식을 갖추는 입장에서 대학원 설치나 전문 이공계 연구기관들과의 네트워크 형성, 고등 인재의 장학제도 등 환경을 조성하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장애학이나 자립생활 운동처럼 장애인 패러다임이나 인권보장을 위한 운동권 역할을 대학 수준에서 지원하는 산실이 될지, 장애인 개인의 기능향상으로 다양한 직종의 진출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지, 평생교육과 전국 대학의 장애인 서비스의 대표기관이 되어 총괄적인 고등교육지원센터 역할을 할지 이제 선택은 우리들의 참여로 이루어질 것이다.

장애인 인재양성이나 사회에서 필요한 인력 공급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장애인고용공단의 밀착된 지원과 국가기관으로서 장애인의 고등교육의 실타래를 풀어갈 힘을 우리는 모아야 한다. 20년의 성과보다 한계점의 경험들을 잘 분석하여 이번에는 타협하지 않고 과감히 힘을 발휘할 고등교육 기관으로 걸음마부터 지켜보자. 성급하지 않고 참으며 그러나 치밀하게 목표를 설정하고 다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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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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