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로비에 걸려 있는 한부열 작가의 ‘쌍둥이’. ⓒ서인환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에 발달장애인 화가의 그림이 결려 있음을 에이블뉴스 칼럼을 통해 보도한 바 있다.

이 칼럼에서는 발달장애인 화가와의 인연과 그림에 대한 해설을 하면서 대통령 부인이 전시 전문가이므로 발달장애인 그림의 전시 전문사업을 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공익사업이기 되기도 하고, 대통령 부인으로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사회적 활동으로도 적절하다는 것이었다.

이 칼럼에서는 김현우 화가의 그림 ‘퍼시 젝슨 수학 드로잉’에 대해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했다. 대통령실에서 원천기술과 첨단과학은 수학에서부터 시작되므로 원천기술의 협력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서 이 전시하였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내한했을 때, 미국의 과학의 발전된 기술과 바이든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윤석열 대통령의 한국 국제과학협력을 통한 발전 방향과 복지 마인드와 일치하여 이 그림을 두고 장시간 담화를 나누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림의 제목 ‘퍼시 젝슨’은 미국 환타지 소설이 원작이다. 이 작품은 영화나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퍼시 젝슨은 반신반인으로 인간도 아니고 신도 아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지만 자신은 학교생활은 잘 적응하지 못한다. 난독증에다 주의력 결핍증으로 퇴학을 당하기까지 한다.

자신이 신의 아들임을 알게 된 순간부터 퍼시 젝슨은 엄청난 고난이 시작된다. 많은 신들로부터 도전을 받게 된 것이다. 이것이 퍼시 젝슨의 운명이다. 퍼시 젝슨은 바다의 신의 아들로 남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 즉 퍼시 젝슨은 발달 장애인이면서 개성과 또 다른 능력을 가진 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직을 그만두기 전 여러 가지 힘든 세월을 보내었고, 이것이 대통령출마의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막중한 대통력직은 계속해서 어깨를 무겁게 할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퍼시 젝슨과 같은 입장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전쟁을 막기 위해 사명을 완수해야 하는 퍼시 젝슨과 대통령 출마를 하는 결심에서의 사명감이 일치한다.

단순히 수학 공식을 빼곡하게 적어 둔 그림에서 수학을 유난히 좋아한 윤석열 대통령이 과학과 장애라는 논점에서 협력과 인권만을 바이든과 이야기했을까? 자신의 고난과 국가 원수로서의 책무라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처지와 입장들도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과 대립과 반발을 하면서까지 조직과 체제와 정책을 바꾸어 나가고자 하는 입장에서 정치 초보자인 자신이 퍼시 젝슨과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하고, 퍼시 젝슨이란 인물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을지도 모른다.

이런 대통령 입장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고, 정책에도 반영될 것이고, 장애인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장애를 또 다른 능력으로 보고, 사회적 보호가 최우선 되어야 함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코로나로 인해 출근길 약식기자회견(도어스태핑)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그 주변을 그림 전시장으로 꾸미겠다고 하였다. 문화예술 홍보 지원의 취지인데, 가장 먼저 전시를 하는 것은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그림이다.

‘함께 잘 사는 희망찬 대한민국’이란 주제 아래 현재 그림 선정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에이블뉴스 칼럼을 통해 제안한 발달장애인 그림 전시를 받아들인 것이고, 발달장애인의 문화복지를 중시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장애인들과 장애 관련 종사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장애인 정책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보수당이 집권을 하니 복지는 후퇴를 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고,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획기적으로 더 나아가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역대 대통령에서처럼 장애인 정책이 획기적이라거나 이슈화된 것이 별로 없다는 불만을 말하기도 한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많은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발달장애인 가족 자살 사건이 있었고, 발달장애인 관련 단체들은 발달장애인의 정책에 대해 강력하게 요구를 했다. 그리고 장애인단체들은 개인예산제의 수용을 요구했다.

과거 장애등급제 폐지, 장애인연금제 도입과 같이 간판 정책이 무엇인가를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우선 살펴보자. 총 110과제 중에서 47번이 장애인에 관한 정책이다. ‘장애인의 맞춤형 통합지원으로 차별 없는 사회 구현’이란 제목으로 여러 가지 하위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통합지원을 강화하여 장애인의 삶의 질 개선과 권익을 증진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개인예산제 도입은 윤석열 정부의 대표 장애인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의 서비스 선택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서비스의 칸막이를 허물어 다양한 서비스 구매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발달장애인 정책으로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24시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거점병원과 행동발달증진센터를 네트워크화한다는 것이다. 가족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돌봄을 강화하고 행동발달증진센터 운영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치료와 재활 서비스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활동지원서비스의 고도화를 통해 제도적 사각지대를 제거하고, 서비스 공급자 처우개선과 전문인력 양성을 정책으로 정하고 있다. 여기서 사각지대를 제거한다는 것은 현재의 종합조사표를 손본다는 의미가 되며, 장애 유형별 판정과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리고 공급자의 전문화는 장애 유형이나 활동 영역별 인력을 공급하면서 수가를 달리함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사실 돌봄 노동자의 처우가 최저임금이라는 점에서 질적 향상이 절실하고, 전문적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번 정부 집권기간에 활동지원 서비스의 문제점을 해결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

장애인 고용에서는 4차 산업 인력 양성과 맞춤형, 적합 직종 개발에 중점을 두면서 맞춤형 디지털센터 건립을 하겠다고 하였으므로 장애인의 IT 직종 고용 확대와 장애인 디지털 접근성 강화와 이를 통한 콘텐츠 개발에 일자리를 만들어 갈 것이다. 일자리 확대로 소득과 사회참여를 증진하게 될 것이다. 건강권 분야는 건강법의 실효성과 실천력을 높여 주치의제도나 구강진료, 방문 재활 서비스 확대와 의료 서비스 인프라 구축 등 제도적으로 건강권 보장을 위한 체제를 갖추고자 하고 있다. 건강권법의 실효적 이행에 점을 찍고 있다.

주거 분야는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주택 공급, 주거서비스, 편의시설 인증제 강화와 편의시설의 의무화 확대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법 개정과 신기술 도입이 필요할 것이고, 주택공급과 서비스 확대는 탈시설 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동권 정책은 버스와 콜택시, 바우처 택시의 강화이다. 내년부터 모든 신규 버스 구입시 저상버스로 구입하고, 원스톱 택시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콜택시를 늘려 비도시 지역에서도 콜택시 이용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고속버스를 비롯한 좌석버스와 마을버스 등의 휠체어 탑승 버스 도입이 추진될 것이다.

이미 편의시설이나 저상버스 의무도입 부문에서는 국정과제가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정책이 어느 수준까지 나아갈 것인지는 올해 연구용역 중인 제6차 장애인정책 5개년 계획과 제5차 장애인고용 5개년 계획이 확정되어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과제를 반영하여 계획을 수립할 것이기 때문에 새 정부의 장애인 정책 방향은 이미 정해진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향후 지속 가능한 복지 실천 과정을 예리한 시선으로 지켜볼 것이며, 발달장애인 작가 전시회처럼 장애인계의 목소리에 우선적으로 화답해 주기를 기대한다.

편의시설이나 이동권, 건강권, 주거권, 서비스 이용권의 증진은 최근 대통령이 정부 산하 공공기업의 방만한 운영을 지적하면서 그러한 예산은 약자에게 배분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을 보더라도 장애인 정책은 어느 정부보다 획기적인 발전을 할 것이라 본다. 대통령과 국민, 장애인 모두가 퍼시 젝슨처럼 시대적 영웅의 사명을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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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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