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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리가 들린다는 여자’가 아니다

미디어가 이상한 사람들을 다루는 방식-1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7-05 09:10:12
신경다양인이 자신의 뜻대로 ‘이상하게’ 살아갈 자유가 과연 한국 사회에 있는지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신경전형인이든 신경다양인이든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몰개성을 강요하며 우리를 천편일률적인 삶으로 인도한다. 조금이라도 신경규범적 특성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사회에서 ‘별종’으로 취급되거나 정신병동으로 끌려간다.

미디어에서는 ‘이상한 사람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이상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아마 〈궁금한 이야기 Y〉일 것이다.

다음은 지난 2020년 3월 20일 〈궁금한 이야기 Y〉488회에서 방영된 내용이다. 민철 씨는 지혜 씨와 결혼하여 두 아이를 두고 18년 동안 살아온 부부였다. 그런데 아내가 직장에 나가면서부터 달라졌다. 아내는 밖으로만 나돌았으며, 직접 관리하던 통장은 잔액이 비어있었다.

민철 씨와 지혜 씨는 아이를 남편이 키우는 조건으로 합의이혼을 했다. 지혜 씨는 전 남편과는 남처럼 살아도 딸이 클 때까지 함께 살자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생활도 파국을 맞았다. 지혜 씨가 회사를 그만둔 때부터 자녀들에게 자신의 전화번호가 해킹당한다. 자신의 휴대전화를 해킹하지 말라고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지혜 씨는 가족 세 명과 따로 떨어져서 살며, 가끔 집에서 자녀들을 보고 간다. 그녀는 증상이 없을 때는 세상 따뜻한 엄마지만, 증상이 있을 때는 차에서 나오려 하지 않고 민철 씨와 자녀들에게 엄마 살려달라, 목소리가 들린다, 누가 날 죽이려고 한다, 민철 씨가 성폭행을 한다, 아빠가 이상한 거 시키면 절대 따르지 말라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민철 씨가 달려가는 장면에서는 긴장 섞인 배경음악이 흐른다. 문자를 본 민철 씨가 찾아왔을 때 그녀는 돌아가라고 매몰차게 말한다.

지혜 씨는 경찰에 여러 차례 신고하기도 했으나 경찰 역시 그녀가 듣는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그저 안정만 시키고 돌아온다. 민철 씨는 그녀를 병원에 데려가려 했으나 법적으로는 남이고, 지혜 씨의 아버지는 민철 씨를 만나려 하지 않는다.

제작진은 지혜 씨와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녀는 자신도 답답해서 먼저 제보하려고 했다고 말하면서 환청이 들리는 곳을 가리킨다. 집안의 스프링쿨러는 그녀의 의심으로 인해 가려진 상태였다.

제작진은 그녀의 동의를 얻어 집에 카메라를 설치했는데, 그녀 혼자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장면만 녹화되었다. 이 장면에서는 한껏 꾸민 서체로 혼잣말을 그대로 받아적었다. 제작진은 그 영상을 당사자에게 보여준 후 이러한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시는 분 즉, 정신과 병원에 가자고 돌려서 말한다. 지혜 씨는 승낙한다.

민철 씨는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문자메시지와 집안 녹화 영상을 보여준다. 의사는 전형적인 조현병의 피해망상과 환청이라고 진단하며, 입원치료를 해서 안정시켜야 한다고 했다. 병원에 가기로 약속한 그날, 지혜 씨는 오늘은 안 가겠다, 이건 네(민철 씨)가 꾸민 짓 아니냐?라며 연락을 끊는다. 집 문을 두드리는 민철 씨의 모습을 보여주며 방송은 끝난다.

방송은 당사자를 배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전반적으로 따뜻한 서술을 보여주었다. 증상이 없을 땐 지혜 씨가 다른 어머니와 다르지 않다는 식의 서술도 했다. 그러나 이 방송은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조현병 급성기에 빠진 지혜 씨를 찾아갈 때 어둡고 비장한 배경음악이 흘렀다. 이는 조현병 증상이 부정적이고 공포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을 주입할 수 있어서 문제가 된다. 중립적인 배경음악을 틀거나, 아예 음악을 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둘째, 아무리 본인의 동의를 받아 녹화했다지만 지혜 씨의 급성기 증상이 여과 없이 묘사되었다. 집안을 녹화한 영상에서는 아예 혼잣말을 예쁘게 꾸며서 적어놓았다. 완성된 방송을 지혜 씨가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심지어 인터뷰 영상에서는 지혜 씨 이름 옆에 ‘집에서 소리가 들린다는 여자’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아무리 가명 처리됐다지만 지혜 씨의 인격권이 존중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셋째, 이 방송이 도출하는 결론이 아쉽다. 지혜 씨의 영상을 본 정신과 의사는 그녀를 조현병으로 진단한 후,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민철 씨가 원하는 것 역시 지혜 씨의 입원치료(사실상 강제입원)라는 것이 암시되고 있기도 하다.

조현병 급성기에는 신속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이며, 나도 그러한 입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조현병 당사자에게 필요한 것이 입원치료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 방송은 오로지 입원치료만이 정답이라는 결론을 암시하고 있다. 오픈 다이얼로그(전문가와 가족,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치료방식으로, 열린 언어를 사용함과 함께 당사자의 참여를 증진하는 방식) 등 대안적인 치료방법이 대두되고 있는 지금,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문제점은 〈궁금한 이야기 Y〉에서 정신장애인을 흔히 다루는 방식이지만 이 프로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프로가 내포하는 편견, 조현병은 무섭고 두렵고 부정적인 것이다, 조현병입원치료만이 정답이다, 조현병 당사자를 돕기 위해서는 증상을 자극적으로 편집해도 괜찮다라는 생각들은 조현병을 다루는 한국의 모든 TV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다.

당사자의 입장을 반영한 방송은 언제쯤 지상파 채널에 등장할 수 있을까? 자신의 정신장애를 고백한 당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당당하게 외치는 모습을 TV에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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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조미정 (applemint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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