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근무하는 모습. ⓒAndi Weiland/Boehringer Ingelheim (Gesellschaftsbilder.de)

지금까지 6편의 글을 통해 장애인고용과 관련한 6가지 편견과 진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이러한 편견, 흔히 말하는 '편견의 벽'을 허물기 위해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이와 관련해 독일의 저명한 장애인인권운동가 라울 크라우트하우젠은 말한다.

"편견의 벽은 장애인식개선 강의 한 번 들었다고 해서, 캠페인 포스터 한두번 보고 지나갔다고 해서, 홍보영상 한 편 감상했다고 해서 저절로 깨지지 않아요. 먼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모여 앉고, 함께 울고 웃고, 논쟁하며 싸우기도 하며 서로를 통해 배울 때, 편견의 벽은 깨질 수 있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직접 만나서 함께 해야만 비로소 우리 머리 속 편견이 사라지는 것이지, 머리 속 편견이 먼저 사라져야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렇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허무세요"라고 끊임없이 외치면서, 머리 속 편견이 먼저 사라져야 장애인과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장애인고용에 대한 편견을 허무세요"라고 끊임없이 외치면서, 이 편견이 먼저 없어져야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다고 착각한 것은 아닐까?

중요한 것은 행동과 실천이다. 우리는 장애인과 실제로 함께 하는 가운데 그 사람의 가치와 역량 그리고 가능성을 실제로 경험해봐야 한다. 기업은 장애인을 직접 만나봐야 한다. 장애인에게 실습할 기회를 한번 주고, 장애인의 역량과 가능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깨질 수 있다.

기업이 먼저 장애인에게 다가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 지 물어보고,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러면 장애인 근로자는 자신의 역량과 잠재력으로 최대한 발휘하며 기업이 내민 손에 반드시 보답할 것이다.

만약 모든 사업주나 근로자들이 장애인과 함께 해 본 경험이 있다면, 오늘날 장애인을 고용하는 데 있어 막연한 두려움이나 거리낌이 훨씬 덜할 것이다.

만약 모든 사람이 장애인과 함께 해 본 경험이 있다면, 장애인을 향한 편견이나 선입관이 지금보다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장애인 근로자를 존중하는 기업은 모든 직원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존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기업이다. 이러한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굳건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이는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다.

장애인고용의무제는 기업에게 '어쩔 수 없는 의무'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이 되어야 한다. 장애인고용을 통해 기업은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재와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고, 기업 내 근무 분위기를 보다 상호 협력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기업이윤창출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론, 사업주 입장에서는 똑같은 자격조건을 갖춘 두 사람이 있을 때 업무과정과 업무량, 업무효율성, 안정성 등 총체적 측면에서 장애인 고용이 비장애인 고용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면 당연히 비장애인을 선호할 수 있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내지 능률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이러한 선택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사업주가 장애인을 고용할 때 적어도 재정적인 손해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는 기업이 장애인고용을 기꺼이 시도하고 장애인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장애인 직업영역개발을 통한 고용창출을 활성화하고, 장애인고용을 성공적으로 실천하는 다양한 기업 사례를 널리 홍보해야 한다.

또한 기업과 교육기관, 지역사회 내 다양한 상담지원기구 등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구축될 때 장애인고용의 미래는 한층 더 밝아질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장애인 고용률이 높은 독일의 다양한 모범사례를 바탕으로 장애인고용에 대한 보편적인 편견과 진실을 살펴본 결과, 장애인을 고용하는 독일 기업들의 성공 노하우는 다름아닌 장애인을 향한 열린 마음과 신뢰 그리고 존중에 있었다.

그것은 박애주의나 인도주의에서 우러나오는 대단한 행위가 아니라, 진정한 민주주의적 정신이자 용기 있는 행위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사회통합(Inklusion)과 다양성(Diversity)을 전제로 한다. 사회통합적으로 생각하고, 장애유무와 상관없이 인간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행동하는 나라만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국가이다.

독일의 사례는 우리나라의 장애인고용 문제 해결에 있어 결코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두 나라의 사회, 경제, 교육, 복지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너무 차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의 모델은 우리나라에 하나의 가능성을 던져줄 수 있다. 장애인 근로자의 요구와 기업의 요구가 조화를 이루는 가능성, 근로자와 기업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는 가능성, 근로자와 기업 모두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 말이다.

"장애인을 고용하시겠습니까 안 하시겠습니까?"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기업이나 사업주에게 이렇게 물었을 지 모른다. 사회통합과 다양성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갈수록 강조되는 지금, 우리는 기업과 사업주에게 새롭게 질문해야 한다.

"유능한 인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포기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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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리 칼럼니스트 독한 마음으로, 교대 졸업과 동시에 홀로 독일로 향했다. 독한 마음으로,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재활특수교육학 학사,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박사과정에 있다. 독일에 사는 한국 여자, 독한(獨韓)여자가 독일에서 유학생으로 외국인으로 엄마로서 체험하고 느끼는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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