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는 장애인들을 위해 통행료 요금감면을 하고 있다. 2010년 이전에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장애인이 탑승한 것을 육안으로 확인됐을 경우에 할인해 주었다. 그래서 톨게이트에서 하이패스 구간을 이용하지 못하고 정산원이 있는 구간에서 창문을 열고 장애인임을 보여주어야 했다.

장애인임을 남에게 보여 준다는 것은 상당히 자존감을 상하게 할 수도 있고, 줄을 서서 정산을 위해 대기해야 하니 차별감을 느껴야 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한국도로공사에서는 도로교통법에서 전자적으로 장애임을 확인하는 것도 인정하는 것으로 개정을 한 후 장애인 하이패스 할인제도를 시행하였으며, 이는 지문인식을 통하여 사전에 등록된 장애인 본인임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지문인식을 하는 기능이 하이패스 단말기에 추가되는 관계로 장애인 전용 하이패스 단말기가 개발되어 시판되었다.

그런데 장애인 중에는 지문을 인식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 절단 장애인이나 휠체어를 손을 밀고 다니다가 지문이 닳아버린 사람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즉, 지문인식이 어려워 장애인 하이패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올해 5월 한국도로공사는 이러한 문제를 한 국회의원이 지적하자, 장애인도 일반 하이패스 단말기를 장착하고 장애인 확인은 미리 등록된 장애인 소유의 스마트폰 GPS 추적을 하여 정산소 위치에 있으면 장애인 탑승으로 보고 할인하는 방식을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기존의 감면 지문인식 방식도 병행한다고 한다. 그러나 장애인 하이패스 시장이 크지 않은 관계로 여섯 개의 생산업체 중 겨우 두 업체만 남아 있던 시장이 그것마저도 죽어버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고 나면 기존의 하이패스 이용자들은 A/S조차 받지 못할 것이고, 심지어 새로이 지문인식 단말기를 구입하려고 하여도 제품을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결국은 지문인식과 스마트폰 GPS 위치추적이라는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GPS 방식만 살아남을 것이다.

더구나 장애인이라고 하여 비장애인에게는 하지 않는 위치추적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은 장애인차별에 해당한다. 감면 서비스를 받으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개인정보 이용 차원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비장애인에게 위치를 추적하여 혜택을 주는 그런 서비스가 어디 있는가, 개인정보 동의서를 받는다고 하여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서비스를 받으려면 동의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선택이 아니라 강요가 된다.

장애인이 탑승하고 있지 않은 장애인 소유 차량이 톨게이트를 지나갈 경우에도 위치추적을 당하는 것이니 문제다. 공공기관에서 수집하는 개인정보이니 불법 사용은 없다고 하더라도 수집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단지 위치 확인만 하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비장애인에게는 하지 않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왜 장애인은 추적을 당해야 하는가, 이는 분명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의 동등한 이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차별 행위이다.

위치추적을 하지 않고도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장애인 탑승을 확인할 수 있다. 하이패스 단말기에 블루투스 기능을 추가하여 자동차 실내 공간에서 장애인이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단말기와 통신하여 옆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톨게이트를 지나는 순간, 단말기가 주변에 장애인 스마트폰이 있는지 블루투스로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장애인이 탑승하지 않고 스마트폰만 차량에 두어서 부정 사용을 하면 어쩌나 염려할 수 있다. 그러나 GPS 방식의 위치추적 역시 장애인인 사람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추적하는 것이므로 스마트폰만 차량에 두면 부정이 가능하므로 마찬가지일 것이다.

요즘 스마트폰의 본인 확인 기술이 매우 발달하였다. 얼굴인식이나 지문인식 등 본인 확인 방법도 다양해졌다. 하이패스 단말기 자체의 지문인식기가 아니라 스마트폰의 다양한 본인 확인 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단말기는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통신하게 하면 된다. 블루투스로 확인하도록 하기에 탑승하지 않은 경우 타지역에 있는 장애인이 다른 통신으로 부정 사용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정말 한국도로공사가 장애인 탑승 본인 확인을 하여야 하고, 부정과 개인정보 보호를 확실히 하려면 TSID 기술 적용도 해야 수 있다. 고정값이 아닌 초 단위로 변하는 값으로 통신이 이루어지므로, 부정 사용이나 해킹을 완벽하게 방지할 수 있다.

톨게이트 통과 몇 시간 전에 현행처럼 본인확인을 미리 할 수 있는데, 하이패스 단말기에 할인 버튼만 누르면 스마트폰으로 자동 연락이 와서 지문이나 얼굴인식 등으로 본인 확인을 할 수도 있고, 스마트폰에서 톨게이트 할인하겠는지 질문을 하게 하여 확인 버튼만 누르면 간단해질 것이다.

한국도로공사가 일반 하이패스 단말기를 장애인에게까지 팔아먹어 자회사나 관계 업체에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우리 장애인들은 한국도로공사의 태도와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 다른 여러 방법이 있음에도 굳이 장애인의 자존감과 정체성에 상처를 주면서까지 위치추적을 하겠다는 것은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다른 방법을 무시해버리는 경직된 차별행정이다.

이에 장애인들의 반발이 있을 것이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보고하고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의 행동도 있을 수 있다. 부디 한국은 감면을 해 주려고 장애인 위치추적을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에 알려져 망신을 당하지 않았으면 한다. 먼저 정중히 블루투스를 이용한 본인 확인을 하여 위치추적 따위의 필요 이상의 행위 없이 장애인에게 혜택을 주기를 건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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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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