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장애인은 팀워크에 방해가 된다?

독일 자동차 기업 아우디(Audi)와 성 갈렌 대학교(Universität St. Gallen)가 몇 해 전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팀이 비장애인으로만 구성된 팀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 많이 생산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연령이 많은 장애인들은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비장애인 근로자들보다 창의적으로 일하고 실수가 적었다. 그 결과 장애인 고용이 기업 이윤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장애인은 살면서 타인의 배려를 받은 경험이 많은 편이다. 따라서 장애인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고, 장애로 인해 겪었던 다양한 어려움이나 경험으로 인해 타인을 향한 이해의 폭이 넓다.

게다가 장애인은 비장애인이 당연시 여기는 것들을 성취하고자 인생의 수많은 난관을 극복한 경우가 많다. 그러한 경험이 많은 사람은 일상의 사소한 일에 쉽게 흥분하거나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독일의 저명한 스피치 강사이자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 뇌, 척수 그리고 시신경을 포함하는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만성 신경 면역계 질환)이 있는 카챠 케르쉬겐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장애와 팀워크, 안 될 이유가 어디에 있나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진 가능성 안에서 어떤 식으로든 팀에 기여할 수 있어요. 만약 자신의 가능성을 팀에 기여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짜 '장애'이죠."

도장공사전문업체 칼뮐러(Karl Müller)에는 25명의 근로자 중 4명이 중증 청각장애인이다. 도장공사는 팀협력이 중요한 일인만큼, 업체 사장 제시카 뮐러는 10년 전 청각장애인들을 채용했을 때 직원들의 의사소통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저와 비장애인 직원들은 수어 코스에 등록해서 직무수행에 필요한 단어들, 예를 들어 페인트 색상과 작업 관련 용어 등을 수어로 배웠어요. 수어를 배우고 나니 청각장애인 직원들과 의사소통이 훨씬 수월해졌고 서로 친목을 다지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현재 직원들은 음성언어를 문자언어로 변환하는 앱을 통해서도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러나 청각장애인과의 의사소통에서 수어의 역할이 매우 큰 만큼, 뮐러 사장은 비장애인 직원들의 수어 교육에 계속 매진할 계획이다.

"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직접 수어를 배워서 수어로 의사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기업의 팀워크가 놀라보게 강해졌어요."

기계·장비 유통업체인 새어(Schär GmbH)에는 직원 8명 중 3명이 중증장애인이다. 주변에 대기업들이 몰린 탓에 자신의 기업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찾는 데 어려움이 컸던 새어 사장 골렌벡은 새로운 고용전략을 개발했다.

그것은 바로, 지원자들의 학력과 경력 같은 일반적인 지원조건을 따지지 않고, 구체적으로 기업이 요구하는 특정 직무능력만을 고려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골렌벡 사장은 IT 분야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는 중증장애인을 고용하여 직무교육을 시킨 뒤 온라인 영업부에 배치했다. 또한 아스퍼거 증후군 과 투렛 증후군이 있는 직원도 온라인 영업부에 채용했다.

"일을 매우 정확하게 처리하는 아스퍼거 증후군 직원은 온라인 영업과 현장 영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요. 장애인 근로자가 자신의 강점을 살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다른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어요. 그리고 직원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지요. 직원들은 서로를 적극 도와주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든든한 팀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어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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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리 칼럼니스트 독한 마음으로, 교대 졸업과 동시에 홀로 독일로 향했다. 독한 마음으로,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재활특수교육학 학사,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박사과정에 있다. 독일에 사는 한국 여자, 독한(獨韓)여자가 독일에서 유학생으로 외국인으로 엄마로서 체험하고 느끼는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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