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휠체어를 타고 전철에 오르내리거나, 오체투지를 하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전장연을 지지하며 후원금을 보내는 시민들도, 전장연을 비난하면서 테러를 벌이는 시민들도 많다. 어떤 의미로든 이동권은 근래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전장연의 지하철 연착투쟁은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에 효과적이었지만, 장애인의 이동권을 일부 신체장애인만의 의제로 생각하게 했다는 점을 한계로 들 수 있다. 이동권을 가장 제약받고 있는 당사자가 휠체어 사용자일 수 있겠지만, 정신적 장애인에게도 이동권은 중요한 의제가 될 수 있다.

정신적 장애인에게 필요한 이동권을 꼽아보자면, 우선 쉬운 노선도와 표지판의 도입을 들 수 있겠다. 서울의 지하철 노선도는 노선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여 저인지 당사자가 이해하기 어렵다. 그물과 같은 그림, 색에 따라 달라지는 노선, 수많은 역과 환승의 개념 등을 이해하기 어렵다.

2019년 한국장애인개발원 대구광역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발달장애인을 위한 ‘하철 따라 대구여행 쉬운 안내지도’를 발간했고, 행정안전부에서도 대중교통 안내 영상을 제작한 바 있지만, 쉬운 노선도는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고, 유튜브 영상 역시 당사자의 접근성이 낮다.

발달장애인이 지하철을 쉽게 이용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지하철역이 지나치게 복잡하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출구 중에서 어느 출구를 이용해야 효과적인지 판단하기 어려우며, 표지판도 추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같은 노선이라도 열차에 따라 행선지가 다른 경우가 많은데, 어떤 열차를 타는지에 따라 목적지에 도착 가능 여부가 달라지는 것도 방해 요인이다. 등록 발달장애인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요금만 면제한다고 해서 지하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발달장애인은 교육을 받아도 시설이나 보호자가 가르쳐 준 길로만 다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동권의 참된 의의는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을 원하는 방법으로 가는 것인데, 특정한 경로만 다닐 수 있다면 이동권의 제대로 된 실현이라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신장애인의 이동권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정신장애와 정신질환은 운전면허 취득의 주요한 결격사유이다. 정신장애 당사자는 원서에 정신질환 여부를 체크하고, 운전이 가능하다는 전문의의 진단서를 제출하여 별도의 심사를 통과해야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운전면허는 이동의 기본 중 기본이다. 자차를 운전하는 것과 대중교통만 이용하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크다.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면 이동 가능한 범위가 넓어져 더욱 먼 거리로 출퇴근을 할 수 있고, 업무상 출장도 수월해지며, 여행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되어 있지 않은 지방의 소도시나 농어촌에 사는 경우 운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이렇게나 중요한 권리인 운전을 정신장애인들은 누릴 수 없다. 이는 발달장애인도 마찬가지이다. 자율주행 등 대안적인 운전이 보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신적 장애인의 이동권은 제약되고 있다.

한편, 공황장애가 있는 당사자는 인지의 어려움이 없어도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다. 대중교통은 밀폐된 경우가 많고, 사람들이 많은 환경이 불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황장애 등 경증 정신장애인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아무런 보조를 받을 수 없다. 활동지원사는 꿈도 못 꾸고, 꼭 필요할 때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하거나, 종이봉투를 들고 다니며 스스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정신적 장애인의 이동권을 증대시키기 위한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역사에 쉬운 노선도와 쉬운 표지판을 도입하고 발달장애인 안내 직원을 배치해야 한다. 둘째, 발달장애인 당사자로 하여금 보다 접근하기 쉬운 방법으로 이동권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셋째, 정신장애인의 운전면허 취득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 넷째, 공황장애 등 경증 정신장애인에게 이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15개의 장애유형이 모두 다르듯이 이동권 의제가 적용되는 방식 역시 각각 다르다. 정신적 장애인은 정신적 장애인만의 이동권 의제가 있다. 지체장애인 위주의 기존 이동권 의제로는 정신적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어렵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는 지금, 정신적 장애인과 타 장애인의 이동권도 보장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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