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연 지음,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책 표지. ⓒ서인환

최근 백정연 ‘소소한소통’ 대표가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이라는 책을 펴냈다. 15년 경력의 사회복지사이니 이론적 이야기를 할 것인지, 새로운 정책을 주장할 것인지, 함께 살기 위한 방법을 어떻게 말할 것인지 궁금하면서도 장애 인식 개선 강사로 활동도 하고 있어 인식 개선 교육에 도움이 될 아이디어나 사례, 설득 방법이 들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책을 구입하게 만들었다.

작가 백정연이 척수장애인과 결혼하여 복지사로 일하고 있다는 것과 발달장애인을 위한 읽기 쉬운 책을 제작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읽기 쉬운 책의 제작에 관한 몇 권의 기술서가 아닌 장애인에 대한 경험적 이야기와 장애 인식 개선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책으로 낸 것은 처음이라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았다.

제1부에서는 장애인 동료로, 친구로 조금 편안하게 살아가는 법에 대해 기술하였고, 제2부에서는 장애인 가족이 되고서야 알게 된 것들을 내용으로 담았으며, 제3부에서는 경계를 허물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여러 가지 제언들을 담았다.

서문에서 비장애인과 약속이 생기면 어떤 교통을 이용할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가 장애인 남편과 동행하는 외출이면 달라진다고 하였다. 이동의 겁근가능성과 걸리는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장애인 이슈가 사회에 더 자주 등장하고 감수성이 강조되지만, 장애인 일상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음이 안타깝다고 하면서 장애인 일상을 통해 알기만 해도 가까워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작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자주 만나 서로를 이해하도록 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쉬운 정보의 부재는 발달장애인에게 서비스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보호의 대상에 그치고 만다. 쉬운 정보를 이해하고 행동하는 것은 성취감도 높이겠지만, 소통과 즐거움을 주는 것이며, 의미와 진정한 이해를 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매우 중요하다며 근로계약서를 쉬운 정보로 제공한 사례를 들었다. 점자나 수어처럼 발달장애인에게는 필수적 서비스로 인식해야 한다.

작가는 어느 바닷가 모임에서 척수장애인 한 명이 식사를 하다가 자동차에 가서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을 보고, 유별나고 배려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경수장애로 열이 발산되지 않아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는데, 전문가라면서 오히려 안다고 착각한 것이라며 그 때 일을 회상하며 당사자가 아니면 가족이나 전문가라도 모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장애인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대하면서 안다고 착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발달장애인을 대하면서 암묵적으로 합의된 일이라 여기고 대리로 그 사람을 대신해 의견을 말하거나, “장애인이니까”라고 그냥 넘기지 말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기다림도 필요하지만 부담스러워 피하는 존재로 여길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상냥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노력으로 소통해 나가야 함을 이야기한다.

장애인 거주시설은 집단생활로 인하여 개인적 취향이나 프라이버시 등이 보장되기 어려운 환경이므로, 정해진 삶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능력을 가질 기회가 필요함도 강조한다. 지금은 탈시설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탈시설 후 대책은 세우지 않고 탈시설만 하는 우려를 할 뿐이다.

‘지나친 배려는 불편한 간섭’이란 제목에서는 쉬운 책의 제작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은 조력자일 뿐, 스스로 선택하도록 선을 넘지 않음을 에로 들면서, 위험을 감수할 기회를 앗아가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알면 이해합니다’란 제목에서는 발달장애인 직장 동료가 키보드를 시끄럽게 두드려서 불편하게 여겼는데, 손가락 감각이 둔하여 그럴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음을 이야기하면서 별난 행동이라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아니라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개인 재량으로 출근 시간을 지키도록 하는 분위기에서 지각을 자주 하는 한 장애인에게 스스로 체크를 할 수 있도록 했더니 지각하는 일이 사라졌다고도 사례를 들려준다.

‘다 이유가 있어요’에서는 ‘볼살빵빵티비’라는 유튜브를 소개하면서 발달장애인이 나타내는 표현 방식이 개인별로 있음을 이야기한다. 반향어 역시 다 이유가 있음을 알고 눈여겨 볼 문제이지 장애인이라서 그렇다고 치부할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가 첫 직장에서 발달장애인 행사에서 침을 흘리는 것을 과잉해서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스스로 하도록 물수건을 건네주는 정도가 적절했다는 지적을 받은 경험을 이야기한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며 발달장애인이 점심 메뉴 선택에서 동료를 따라하는 정도였는데, 선택지 리스트를 만들어 주고 나서는 스스로 리스트를 추가하거나 스스로 선택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된 사례도 이야기한다.

“천사 같은 색시”부터는 발달장애인이 아닌 남편의 척수장애 이야기를 한다. 주위에서 장애인과의 결혼을 천사라 표현하거나, 측은지심으로 바라보거나 언론에서 사랑이 장애를 극복한 것처럼 과장하는 사례를 언급하면서 그저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한 것이며, 손해를 보거나 희생을 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맞벌이 부부라고 말한다.

‘장애인이라서 겪는 불편’에서는 편의시설이나 안내시설 부족으로 겪는 불편, 영화관에서의 장애인 입장을 고려하기보다 법적 조건만 갖춘 시설 등을 이야기하면서 공평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장애인만이 아니라 장애인가족 역시 차별과 폭력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사는 까다로워’에서는 장애인 주거환경이 제대로 된 곳을 구하기가 매우 힘든 사례를 이야기한다. 주차공간의 부족, 엘리베이터의 고장, 교통편의성이나 턱의 제거 등은 물론 이웃의 이해도 등이 매우 중요한데, 이웃에게 이해를 구하는 쪽지를 붙이고 이사를 나오면서도 감사의 쪽지를 붙인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휠체어로는 갈 수 없는 길‘에서는 친척 잔치에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갔다가 턱 등으로 고생한 이야기를 전하며, 여행지의 시설 역시 왜 장애인이 불편한지, 편의시설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아 최대한 직접 체크하고 있다고 알려 준다.

‘셀프서비스 이용 불가’에서는 셀프 주유소나 무인 키오스크의 장애인의 불편을 이야기한다. 식당에서 물 등의 셀프 역시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좁은 공간 이동이 어려움에도, 도움을 귀찮아하는 직원도 있는데, 장애가 불편한 것이 아니라 다수만 고려한 환경으로 불편하다고 말한다.

‘화장실은 적어도 두 개’에서는 척수장애인이 힘을 줄 수 없어 좌약을 사용하고도 두 시간 이상 화장실을 사용한다며 과민성인 자신과는 똥 궁함이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화장실이 둘 이상 있거나 부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면 힘들다며 걷는 로봇이 생겨도 배변을 위해 로봇을 벗는 것이 힘들어 아마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오지 않는 택시, 탈 수 없는 버스‘에서는 열약한 교통 환경을 이야기하며 장애인 콜택시 역시 많은 불편이 있다고 말한다. 남편이 평소 출근시에 아침 7시에 예약을 하는데, 하루는 늦게 나가도 되는데 같은 시간에 예약해서 물었더니 8시에 이용하면 다른 장애인 누군가가 이용하기 어려워질까봐 그랬다는 이야기는 가슴을 아프게 한다.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에서는 ‘동플(동등한 삶의 기회를 위한 플랫폼)’에서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지하철 환승 지도 제작을 소개하면서 지하철 이동 투쟁이 이러한 변화를 위해 모두를 대신해 행동함을 지적한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에서는 결혼 초기 자신이 남편을 위해 챙겨줄 것이니 살림 배치를 자신의 편리에 맞추어서 자주 말다툼한 것을 이야기하면서, 도움벨과 같은 서비스가 아니라 직접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어야 함을 역설한다.

‘재능도 있고 일할 수 있어요’에서는 다시 발달장애인의 이야기로 넘어와서 발달장애인 동료들을 소개한다. 자동차 대시보드만 보고도 연식을 아는 동료, 손님의 대화에서 고향을 아무도 몰랐는데 발달장애인 동료만 알아차렸다는 이야기, 특별전형이 아닌 일반전형으로 대학을 나오고 창의적인 업무를 보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데도 단순 업무만 주어지는 현실, 베어베터에서 발달장애인이 쉽게 일하도록 만든 보조기구, 작업장에서 저임금에 시달리는 현실 등을 이야기한다.

‘사랑은 똑같이’에서는 발달장애인도 사랑하고 가정을 꾸릴 권리와 욕구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장애에 관해 생각해 볼 몇 가지 문제’에서는 아이들이 장애인을 만났을 때 호기심은 불편하지 않으며, 부모들이 아이들과 장애인의 차단이 오히려 문제임을 말한다. 서툴러도 담백한 설명을 해 주었으면 하는 희망을 말한다. 장애인에게는 엘리베이터가 선택지가 아님을, 통합교육에서 물리적 통합보다 놀림이나 편견이 없는 완전한 통합의 중요성을, 도움벨이 아니라 도움벨이 필요 없는 사회를, 코로나로 인하여 돌봄이 오로지 가족의 부담이 되어 비극이 발생하지 않는 사회를 작가는 희망하고 있다.

작가는 끝으로 모두가 행복한 사회는 다수가 행복한 사회보다 소수가 행복한 사회에서 더 빨리 실현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소수가 권력자가 아니라 약자임은 삼척동자도 알 것인데, 행복으로 가는 길은 모두가 모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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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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