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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개인예산제도의 빛과 그림자

현금 지급 단점 보완, 정부 사회서비스예산 축소 대안 마련돼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4-29 14:35:19
영국의 케어제도 홈페이지에서 직접지불제도를 설명하고 있다. ⓒ케어제도 홈페이지 캡쳐 에이블포토로 보기 영국의 케어제도 홈페이지에서 직접지불제도를 설명하고 있다. ⓒ케어제도 홈페이지 캡쳐
새 정부가 장애인 개인예산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모양이다. 필자는 개인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장애인 개인의 욕구를 보다 충족시킬 수 있는 직접지불제도 등에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개인예산제도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도 간과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또한 장애계 내부에서도 개인예산제도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고 있어 도입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승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영국의 사례를 통해 볼 때 직접지불제도와 개인예산제도는 약간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직접제불제도(Direct Payments)는 지체장애인 등이 인적 서비스 등에 대해 현금으로 직접 지급을 받아 서비스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자립생활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개인예산제도(Individual Budgets)는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통합운동(Inclusive Movement)을 주장하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제공자들의 요구로 도입이 되었고, 인적 서비스 등에 대해서 뿐 아니라 발달장애인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구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새 정부에서는 현금직접지불제도가 아닌 개인예산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으므로 용어상으로 볼 때는 인적서비스 비용 뿐 아니라 장애인의 욕구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 구입에 대한 비용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제도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인예산제도는 빛과 그림자를 지니고 있으며, 이에 대해 우리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개인예산제도의 현금지급방식에 대한 부담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개인예산제도는 서비스를 현물이나 바우처 대신 현금으로 지급하여 장애인의 선택권과 결정권을 강화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현금지급제도 가운데 개인예산제도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예산에서의 이용자 주도를 최우선으로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공급자 위주의 전달체계에서는 장애인을 서비스의 대상으로 보고, 전문가가 장애인의 상황을 평가하여 어떤 서비스를 얼마나 제공할 것인지를 결정한 반면에 개인예산제도에서는 장애인이 과정의 중심에서 서서 장애인의 욕구 충족을 위해 필요한 금액, 사용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현금지급제도 또는 직접지불제도가 가져올 수 있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현금지급제도의 장점은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과 장애인의 결정권과 통제권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예를 들어 활동지원사를 직접 고용하게 될 경우 장애인 당사자가 활동지원사를 직접 모집하고, 이에 대한 급여 지급 및 세금 처리 등의 행정 처리까지 해야 하는 부담 등이 단점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현금지급제도의 경우 현금으로 구매하게 되는 서비스에 대한 증빙과 보고를 모두 장애인 당사자가 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이러한 부담 때문에 현금지급제도를 반대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당사자도 있을 것이다.

영국 국립의료제도(NHS) 홈페이지에서 개인 예산제도를 안내하고 있다. ⓒ NHS 홈페이지 캡쳐 에이블포토로 보기 영국 국립의료제도(NHS) 홈페이지에서 개인 예산제도를 안내하고 있다. ⓒ NHS 홈페이지 캡쳐
둘째, 개인예산제도의 등장 배경이다. 개인예산제도의 등장은 장애인 당사자의 요구와 자립생활센터 등 장애인 당사자 단체들의 요구에 의해 시작되기도 했지만, 국가 차원에서 서비스 제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도입했거나 또는 정부의 복지 예산을 축소하기 위한 정책으로서 도입하기도 했다.

일부 국가의 경우를 보면 정부가 사회서비스 예산을 줄이기 위해 민영화를 도입하고, 여러 기관이 서비스 제공을 경쟁하도록 함으로써 서비스 제공 단가를 낮추고, 민영화를 통해 정부의 부담을 줄이려고 시도했으며, 이를 통해 유사 시장(quasi-market)이 형성되었다. 유사 시장은 서비스 제공 업체들이 경쟁을 하고, 서비스 이용자가 선택을 하도록 하는 시장과 비슷한 체제이다.

이러한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서비스 제공 비용이 낮아진다면 가장 좋겠지만, 반대로 공공과 민간의 경쟁을 통해 운영 단가를 낮추고 서비스의 질은 낮아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즉, 서비스질의 향상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경쟁을 위해 비용을 절감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며, 민간이 서비스 제공 영역에 참여함으로써 공공성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장애계에서 개인예산제도를 반대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우려 때문이다. 즉, 정부가 서비스 제공 기관으로 민간을 참여시키고, 경쟁을 통해 비용을 낮추도록 유도하여 그 과정에서 정부의 사회 서비스 예산을 줄이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서비스 예산은 축소되고, 장애인이 제공받는 서비스의 질은 낮아지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

셋째, 누가 주도했는가의 문제이다. 이동석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 당사자 운동의 주도로 개인예산제가 도입된 스웨덴, 미국, 네덜란드 등의 경우 당사자의 선택권이 높게 보장되었지만, 정부 주도로 도입된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경우 당사자의 선택권의 보장수준이 낮고 현물급여 대체수준 또는 소득보전차원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역시 장애계의 요구는 있었지만 정부 주도로 준비가 되고 있어 장애인 당사자의 선택권 보장 보다는 예산을 축소하고 서비스 제도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개인예산제도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보장되는 서비스의 범위가 확대되지는 않고 지금의 바우처 제도를 현금지급제도로 바꾸는 정도에서 그칠 수 있다.

넷째, 장애인 당사자를 지원해야 한다. 장애인 당사자의 세금처리 등에 대한 부담은 현재의 활동지원사 중계 기관이 지금처럼 활동지원사 모집과 교육 및 행정 처리를 대행해 주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운영하되 활동지원사 급여만 중계기관을 통해서가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지급하는 절충 방식으로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장애인 당사자가 현재의 바우처 방식과 개인예산제도 중에서 선택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정부가 이렇게 두 가지 방식을 운영할지는 미지수이다.

개인예산제도 도입으로 인한 사회서비스 예산축소와 민간의 시장 참여 확대로 인한 서비스의 질적 저하 등은 장애계가 면밀하게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출발은 정부 주도로 시작되었지만, 장애계가 활발히 참여하고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왕 도입되는 개인예산제가 장애인의 결정권과 서비스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고, 장애인에게 맞는 가장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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